여야 명운 걸린 4·3보선 판도

“물러설 곳 없다” 외나무다리 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4·3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는 단 2곳이지만 여야의 이목은 이곳을 향했다. 각 당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지원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PK 민심과 차기 총선의 풍향계로 여겨진다. 여야는 선거서 승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 한 주 뒤에 치러지는 4월 보궐선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국 파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4·3보궐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이곳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선거 시기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선거구는 모두 PK(부산·경남) 지역이다. PK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6월 지방선거 이후 PK 민심의 척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또 4월 보궐선거는 차기 총선을 1년 앞둔 시기에 실시된다. 여야 간 기싸움서 누가 주도권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주도권 어디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PK는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PK를 선점한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한국당을 크게 이겼다. 민주당은 경남도지사와 부산광역시장 자리를 석권, PK를 거점으로 ‘동진정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향한 PK 민심은 이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경제의 침체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PK 지역의 핵심사업인 제조업은 장기 부진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4월5일 정부는 거제와 통영, 고성, 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등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이 중 통영·고성과 창원은 선거구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된 지 꼭 1년 만이다.

여론조사에서도 PK 민심의 변화는 가시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1∼15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33.9%로 한국당(35.7%)에 뒤졌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서도 부정(56.1%)이 절반을 넘었다. 긍정은 38.2%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은 민주당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서 승리, 민주당의 동진정책을 차단하고 기세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한국당에게 PK 지역은 내년 총선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보수텃밭이다.

한국당 후보들은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창원성산의 강기윤 후보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통영고성의 정점식 후보 역시 민주당 양문석 후보보다 앞서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경남MBC 의뢰로 지난 16∼17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창원성산서 강 후보는 30.5%를, 여 후보는 29.0%를 기록했다. 민주당 권민호 후보는 17.5%를 기록했다. 통영고성에선 정 후보가 51.0%를 기록해 민주당 양문석 후보(36.6%)를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 민심 향배, 여야 치열한 샅바싸움
총선 전 선거…분위기 주도는 누가?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는 직접 현장을 찾아 첨예한 경쟁 구도를 펼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8일 통영서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폐업한 옛 신아SB조선소 부지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지역경제 회복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와 협의해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정을 연장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당정협의를 통해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서 최고위원회를 진행했다. 황 대표는 이날 “도대체 이 정권이 얼마나 통영과 고성을 무시하면 이렇게 깜도 되지 않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울 수 있겠나”라며 “정 후보는 통영고성의 일꾼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국가대표급 인재”라고 힘줘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정의당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정의당은 창원성산서 승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원성산은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창원성산은 보궐선거구가 됐다. 창원성산에 출마하는 여 후보는 한국당 강 후보와 맞붙고 있다. 창원성산은 ‘경남 진보 1번지’로 통한다. 정의당이 창원성산의 진보 1번지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정의당은 통영고성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바미당은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창원성산에 후보를 냈다.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최근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지원을 받았다. 손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창원성산의 상남시장을 찾아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유 전 공동대표는 이날 “이 후보처럼 젊고 깨끗한 후보가 당선되면 창원과 나라 발전을 위해 잘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4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을 바라는 원외 정당도 창원성산의 격전지에 뛰어들었다. 민중당과 대한애국당 소속 후보자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4월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4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은 PK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서 한국당에게 패배할 경우 동진정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맥이 빠지는 격이다.

한국당은 4월 선거 결과에 따라 황교안 대표 체제의 신임 여부가 거론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황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치르는 첫 공식 선거다. 황 대표 체제 이후 당내 비박(비 박근혜)계 및 복당파의 불편한 심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언급되는 형국이다. 황 대표가 정치적 시험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미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바미당은 선거 전후로 정계개편 가능성에 휘말리곤 했다. 4월 선거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바미당은 존재감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복잡한 속내
 
정의당은 고 노 전 의원의 지역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지난 정권서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 지역서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정의당의 후보가 한국당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창원 선거는, 되살아나고 있는 박근혜의 망령과 노회찬 정신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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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