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권력자들의 별장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57:3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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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찾는 아방궁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별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력 권력자들은 그들의 이름을 딴 별장을 갖고 있었다.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해 있어 ‘아방궁’이라는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요시사>가 역대 권력자들의 별장을 종합해봤다.
 

▲ 청남대

강원도 고성군의 ‘화진포’는 넓이 2.3㎢, 둘레 16㎞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해 유력 인사들의 별장이 다수 위치해 있다. 특히 권력자들의 별장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위치해 있다.

근현대사
발자취들

여름휴가 때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화진포 별장을 찾았다. 이승만 별장은 호수를 바라보는 위치에 단층 슬래브 형태로 세워진 건물이다.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한다.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침실과 집무실, 거실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생존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사용한 유품도 전시돼있다.

호수 맞은편에는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화진포 외에도 경남 진해, 제주 구좌읍 등의 별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화진포의 성’은 일명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린다. 화진포의 성은 1938년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의 요청에 의해 독일인 H. 베버가 건축했다. 베버는 나치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로 망명한 건축가다. 건물은 분단되기 전 외국인 휴양촌의 예배당으로 사용됐다. 이후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귀빈관으로 쓰였다.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김 전 수상이 자신의 부인 김정숙과 자녀들인 김정일, 김경희 등을 데려와 귀빈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으로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의 산정호수에는 김일성 별장터가 있다. 호수와 맞닿은 김일성 별장터는 전망대 부지 1700㎡ 규모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별장이 사라졌다. 산정호수를 바라보는 전망대 난간에 포천시가 설치한 ‘김일성의 별장’이라는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급 천혜의 요새 입지
첩첩산중 부지에 철옹성

표지판에는 “동족상잔 이전에는 38선 북쪽에 속해 있어 북한의 소유지였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라 작전구상을 위해 별장을 지어놓고 김일성이 주로 머물렀다고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최근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 복원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김일성 별장 복원 사업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남북 평화무드를 조성함은 물론,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복원 사업비는 54억원 규모였으며, 이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해 별장 1채(330㎡)를 복원하고, 관련 유물 등을 구입 및 제작해 전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고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추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보수단체는 별장터를 찾아가 복원 사업 반대시위를 벌였다. 포천시 측은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김일성 별장 복원을 원해 검토했지만 복원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 김일성별장 ⓒ한국관광공사

이기붕 별장은 화진포 사구에 지어졌다.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건설된 별장은 이승만 별장과 화진포의 성 사이 소나무 숲에 위치해 있다. 해방 후 북한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이후 5대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의 개인 별장으로 사용됐다.  

다른 별장과는 다르게 규모가 작고 수수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각 벽면에는 화진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큰 창이 나있다. 내부는 복도 형식으로 돼있으며 당시 사용했던 문갑, 촛대, 라디오, 주전자 등을 전시해놨다. 

분단선 이남
김일성 별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바다의 청와대’로 불렸던 경남 거제시 저도의 청해대서 여름휴가를 즐겼다. 저도는 면적 43만4181㎡, 해안선 길이 3150m의 큰 섬이다. 섬 내부에는 청해대를 중심으로 수행원 및 경호원을 위한 8개 동의 숙소, 막사,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자가발전소 등과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이곳 저도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35년여가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글을 남겼다.

저도는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됐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됐다. 휴전 후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지로 각광받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저도를 찾았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공식 지정됐다.

20년이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별장 지정을 해제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 경호실이 저도를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해 국방부 소유가 됐다. 현재는 해군의 관리하에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민간인 찾기 힘든 곳에 떡하니…
화진포에 이승만·김일성 하우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시민들은 저도 개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 2월 거제시청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경호실은 저도의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저도 개방)을 즉시 이행할 것”이라며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이란 핑계로 시민의 출입을 통제한 채 지난 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 40여명이 춤 파티를 벌이는 등 소수 특권층과 해군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거제시발전연합회 회원을 비롯, 시민 400여명이 모여 저도 반환을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 이기붕 별장 ⓒ한국관광공사

저도뿐 아니라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별장이 있다.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한 속칭 ‘김학의 별장’이 그것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직 인사들에게 ‘별장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지은 아방궁에 비유된다.

윤씨는 부론면 골짜기에 별장 5∼6개동을 짓고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별장에는 수영장과 연못 등이 있으며, 수입 대리석으로 치장된 건물 내부에는 드럼과 스탠드바가 있는 노래방, 찜질방, 영화감상실, 당구장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18일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사건 조사를 위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을 조사단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승만은?
박정희는?

이명박 별장은 경기도 가평군의 ‘된섬’에 위치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부터 서울시장 때까지 애용한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별장은 이 전 대통령의 ‘현대가 인맥’이 소유하고 있다. 

해당 별장은 국도 46호선(경춘국도)서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 쪽으로 가다가 사룡리 방면으로 10㎞가량 떨어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북한강 자락에 위치해 있다. 별장이 있는 된섬은 지역 주민들 사이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대로변서 진입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야 별장에 닿을 수 있다. 남향으로 북한강 줄기가 흐르고 북한강 뒤로는 산이 막고 있는 밀폐된 구조다.

입구를 지나 15분 정도 걸어가면 20m 간격으로 놓인 단층주택 4개동이 남향을 보고 나란히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15평형 3개동과 25평형(사진) 1개동이다. 건물 사이에는 테니스장 등이 위치해 있다. 별장 진입로 입구는 철대문으로 막혀 있다.

주택 내부는 방과 화장실 각 한 개, 그리고 거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거실 한쪽 벽면은 통유리로 제작돼 거실서 북한강과 강변의 맞은쪽 야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평소에는 두꺼운 커튼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다. 앞마당은 수백평의 잔디밭과 벚꽃나무 등 정원수로 단장돼있다.


이곳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 테니스협회장과 호화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4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소속 안민석 의원이 “테니스협회장이 여성들을 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며 “이 자리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테니스협회장은 여흥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휴가 때 주로 찾아
김학의 별장 내부는?

안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당시 서울시 측은 “별장 파티는 없었고 모임의 날짜나 별장 소유 모두 허위”라며 “이런 정치공세를 계속해서 시정을 방해하고 이(명박) 시장을 음해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정치공작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2004년 7월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에 가서 저녁에 불고기를 구워먹고 아침에 테니스를 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해당 별장은 지난 1988년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건축됐다. 호화 파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서울시는 “해당 별장은 현대건설이 장기 근무한 임원들을 위해 지어 나눠준 것”이라며 별장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 이명박 별장

청남대는 이른바 ‘대통령의 별장’으로 불린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호 문제로 이곳에 자주 머물렀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5명의 대통령이 20년간 88회, 366박, 471일을 머물며 휴양을 하고 국정을 구상하던 대한민국 공식 대통령 별장이었다.

일반에게 개방된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청남대를 방문하면서 공식적인 역대 대통령의 방문 횟수는 89회 472일로 늘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영춘재’라는 이름이었으나 1986년 7월 지금의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해 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세워진 공원이 조성돼있다. 그 외 본관과 헬기장, 오각정, 양어장, 그늘집,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경비부대원 부속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며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대청호수와 나지막한 산이 병풍처럼 별장을 둘러싸고 있다. 청남대는 그동안 천혜의 자연환경과 대통령 경호급의 보안 경계로 베일에 가려진 철옹성이었다.

역대 대통령
89회 방문

현재 청남대는 일반에게 공개돼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청남대를 일반에 개방하면서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쓰는 것보다는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개방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월 청남대는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400여명 수준이다. 청남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이 걸으면 길도 상품?
여름휴가 보낸 장태산 휴양림 인기

관람객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를 보낸 대전 장태산 휴양림이 인기다. 장태산 휴양림은 충서구 장안동에 위치해 있으며, 계룡시 출신인 고 임창봉씨가 조성한 것을 2002년 대전시가 매입했다.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 최초 민간 휴양림,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대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여름 문 대통령 내외가 이곳을 휴가지로 결정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 방문 이후 이곳의 관람객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민이 주로 찾던 곳에서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 등 전국 각지서 관람객이 찾아오는 전국구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 유일 메타세쿼이아 숲
방문 이후 관람객 2배 증가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장태산 휴양림을 활용해 정원관광산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식 대전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시정질의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여름휴가 기간에 장태산 산림욕을 즐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닌 길에 이름을 붙여 대통령 관광 코스로 명칭하는 등 대통령의 스토리와 장태산을 연결시켜 관광코스 개발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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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