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에는 ‘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무주물의 귀속(無主物의 歸屬)에 관한 내용이 있다(민법 제252조 1항). 무주물이란 주인이 없는 물건으로 이는 선점(先占)한 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뜻이다. 흔한 말로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것이다.
해당 법률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 해석을 두고 골프업계에서도 논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장 내에서 발생하는 ‘로스트볼’의 소유와 관련해서는 매 사건마다 항상 의견이 분분한데 그 배경과 대안을 모색해본다.
5분→3분
흔히 로스트볼은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라운딩 도중에 잃어버린 분실구(紛失球)를 지칭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보통의 골퍼들이라면 18홀 정규 골프장을 라운딩할 시에 보통 수개의 볼을 분실하기 마련인데, 국내 골프장들 다수가 산악형인 지리적 여건상, 페어웨이를 벗어난 공은 찾기가 쉽지 않다.
소유권은…골퍼? 골프장? 수거업체?
볼 표면에 신상 기재하면 찾을 수도
설상가상으로 2019년 개정된 골프룰에는 로스트볼 찾는 시간을 과거 5분에서 3분으로 단축시켰다. 비록 경기진행을 쉽고 빠르게 하겠다는 효율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발상이지만, 본의 아니게 일반 골프장 현장에서 로스트볼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시중에서 로스트볼은 브랜드별로 볼 1개당 600원에서 2000원대까지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선호 브랜드의 경우는 신제품 가격대가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레 로스트볼의 수요에 맞춰 수집 및 판매상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자들이 로스트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골프장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일부는 골프장 내 무단 침입 및 점유이탈물횡령죄에 따른 법적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코스 주변 내의 공들을 자체적으로 수거하여 수익처분한다. 그런데 수심이 깊은 헤저드 같은 곳은 잠수장비를 갖춘 전문 다이버들과의 업무계약으로 수익을 나누고 있는 실정이고 그 금액도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골프장 입장에서는 시설물의 관리적인 측면을 떠나, 로스트볼은 인력투입 및 수거비용을 지불하는 대가에 따른 기타수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판례를 살펴보면 골프장내에 있는 로스트볼에 대해서, 법원은 법률상 의제로 그 소유주인 골퍼가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분쟁에서 골프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법적 해석은 현실적으로 그 소유자가 소유권을 온전히 포기한 것인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내린 결정일 것이다. 로스트볼에는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소유주를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비록 골퍼들이 신체적 위험이나 시간허비를 감수하여 로스트볼에 집착하지 않을지라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소유물이라면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골퍼들 18홀 돌면 보통 수개 분실
국내 골프장 다수 산악형…찾기 어려워
게다가 법률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소유주들이 볼 표면에 이름과 회사명, 연락처 등을 기재한다면 판단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한다. 골프장 개체수와 내장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로스트볼 규모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처분 및 수익을 두고 고심해볼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수요·판매↑
이미 일부 골프장들은 해당 수익금으로 자발적인 기부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골프장에 재투자함으로써 고객에게 혜택을 환원하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장에만 국한된 사안이라 아쉽게만 느껴진다. 경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요즘, 고객으로부터 이전받은 로스트볼의 수익을 보다 가치 있고 투명하게 사용해보면 어떨까 싶다.
㈜에이스회원권 이현균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