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 불구하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버티는 이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10:22:01
  • 호수 1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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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회장에 대한 사퇴 바람이 시들하다. ‘체육계 미투’가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다. 앞서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방관·방조한 책임을 물어 이 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버티는 이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 회장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공적 지위를 갖고 있는 모든 이를 대표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1월15일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 앞에서는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가 열렸다.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등 체육시민단체 대표 10여명이 시위를 열기 위해 모였다. 이날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체육회 정기 이사회가 열렸다.

시들한 바람

이사회 후 이 회장은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체육계 쇄신안을 발표했다.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완전 차단 ▲조직적으로 비리 은폐한 단체는 회원 자격 박탈 ▲징계 내역 공시 의무화 등이 쇄신안에 담겼다.

이사회에 참석한 이 회장은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 같은 선언은 체육계 안팎의 공감을 얻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 회장은 쇄신안서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체육계 시민단체 측은 잇따른 체육계 미투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닌 시스템의 미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16일,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 선수를 훈련 중 수십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또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심 선수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지난 1월30일 조 전 코치에 대한 혐의 중 ‘상습상해’와 ‘재물손괴’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0개월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검찰은 조 전 코치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면밀한 수사를 거쳐 별도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조 전 코치가 수감 중인 구치소를 찾아 2차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피해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은 체육계 미투의 시발점이었다. 전직 유도 선수 신유용씨도 미투에 동참했다. 사회 곳곳에서는 “제2의 심석희·신유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지난달 25일에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공식 발족했다.

체육계 시민단체 측이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보여준 행적이 성폭행 가해자 처벌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수구 선수들이 제주에서 열린 대회 도중 여성 탈의실에 도촬용 카메라를 설치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한수영연맹의 수장은 이 회장이었다. 대한수영연맹은 도촬용 카메라를 설치한 이들을 영구제명했지만, 3개월 후 이들에 대한 징계 해제를 의결했다.


시들해진 ‘체육계 미투’ 여론
“통도 못 건든다?” 견제 필요성

2017국정감사 때는 이 회장이 측근들의 징계를 감면해주면서 ‘봐주기 사면’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이 회장에게 영구제명됐던 대한수영연맹 부회장, 이사 등 5명에 대한 대폭적인 징계 감면을 질의했다.

당시 한 의원은 “2200만원, 1500만원의 금품수수 혐의로 사법부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구제해준다는 것은 초법적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전 임원들이 문제를 일으켰던 시기는 이 회장이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 재임했을 때였다. 당시 이 회장은 “사익추구가 아닌 회계 문제로 받은 처벌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지난 1월31일 가맹단체 측과의 만남서 “지금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전념할 때다. 사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체육계 시민단체 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장과 체육회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IOC 측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체육시민연대 측은 호소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외신(CNN)서도 국내 빙상계서 촉발된 미투에 대해 보도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와 관련한 한국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 판단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냈지만, IOC는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그의 지위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IOC 헌장은 정치·법·종교·경제 등으로부터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어떤 국가라도 이를 어길 시 IOC는 해당 국가의 올림픽 참전을 불허할 수 있다. 체육회는 우리나라 NOC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겸하고 있다. KOC 위원장은 이 회장이다. 즉 대통령이라고 해도 체육회 회장을 마음대로 해임시킬 수 없는 구조다.

그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기에 체육계 미투로 자진사퇴하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회장에게만 사퇴하라는 논리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임 노리나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있다고 내다본다. 한 체육회 관계자는 “취임 때부터 연임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육회장 선거는 2020년 도쿄올림픽 폐막 2개월 후로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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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대한요트협회장 승소했는데, 왜?


유준상 대한요트 협회장 당선인이 대한요트협회와 대한체육회에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회장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유 당선인 측은 지난 5일 “요트협회장 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라며 “최종심까지 협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유준상 요트협회장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인준불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과 회장지위 확인 본안소송을 제기했고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부는 지난해 12월, 유 회장의 손을 들어 “협회장의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항소했고 오는 4월11일 항소심이 열린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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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