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가 박태후가 ‘화가의 정원’ 전시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20여년 동안 토종 정원 ‘죽설헌’에 살면서 자연에 몰두해온 박태후는 평생 자연의 일원이 되길 염원해왔다. 그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흰물결 갤러리서 화가 박태후의 초대전 ‘화가의 정원’을 준비했다. 박태후는 “그림의 전체적인 윤곽만 설정하고 붓이 흘러가는 대로 제가 따라갑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모든 작품의 제목이 ‘자연 속으로’입니다”라고 밝혔다.
꽃과 나무
배 과수원이 가득한 전라도 나주 한가운데 전통 한국정원을 지향하는 ‘죽설헌’이 있다. 죽설헌은 조경가이기도 한 박태후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열매와 종자를 주워 직접 꽃과 나무를 심고 연못을 만들며 40여년을 가꾼 정원이다. 그는 20여년 동안 죽설헌서 세상과 단절한 채 작품에만 몰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인상파 화가 모네가 43세에 자연으로 들어가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고 명작 ‘수련’을 그려냈듯 이미 성공한 화가들이 자연으로 들어가 정원을 만드는 경우는 있지만, 박태후처럼 어린 시절부터 정원을 가꾸면서 그림을 그려온 전례는 없다.
그에게는 화선지 위의 그림뿐만 아니라 나무 한 그루, 기왓장 하나, 돌 하나까지 죽설헌 정원 자체가 거대한 설치 작품이다.
박태후는 “바람이 불면 포플러 앞에서 찰랑찰랑 소리가 나요. 그 소리까지 생각해야 그림이 완성 단계로 올라가죠”라며 “저는 화선지와 먹, 붓 그리고 약간의 색채만을 고집하며 그림을 그려왔어요. 대상에 세세한 눈길을 보내기보다는 그 생명을 움트게 한 ‘기’의 원천을 먹의 번짐과 용솟음, 색채의 맑고 투명한 스밈으로 표출하지요”라고 전했다.
40년 정원…사계절과 희로애락
붓 흐르는 대로 자연 담은 작품
박태후의 정원 죽설헌은 지난 1월 KBS <다큐공감>서 신년특집으로 조명됐다. 박태후가 지난 40여년간 3만9600㎡(약 1만2000평) 대지 위에 150여종의 토종나무를 심고 서양식 꽃과 잔디를 대신해 키 작은 야생화들이 스스로 피어나도록 하면서 가꿔온 죽설원의 사계절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죽설헌서 낮에는 나무를 심고 밤에는 그림을 그렸다.
군 복무 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낮에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미술전서 입상했던 박태후는 1989년 제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20년 만에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부터 박태후는 정원 가꾸기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했다.
박태후의 정원은 아름다운 풍경이 머무는 곳이자 삶의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인생의 무대다. 지난해 여름 14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나 기쁨을 주는가 싶더니 이내 이별의 아쉬움을 남기고 모두 떠나갔다. 어떤 꽃은 피고 또 어떤 나무는 시들고 생과 사, 생명과 소멸이 교차하는 작은 숲이다.
박태후는 “내 삶의 모든 것은 나무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대전서 우수상을 받은 이후 연작 ‘자연 속으로’로 20회 이상 개인전을 여는 동안 그는 언제나 꽃과 나무 그리고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죽설헌을 사유재산으로 남기지 않고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풍경
흰물결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선 박태후가 평생을 통해 정원을 만들면서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긴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거니는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이달 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태후는?]
▲1955년생
[학력]
▲조선대학교 대학원 순수미술 석사
▲광주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경력]
▲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
▲치련 허의득에게 사사
▲전남도전, 광주시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
[수상]
▲제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우수상(1989)
▲제24회 전라남도미술대전 부문우수상(1988)
▲제23회 전라남도미술대전 특선(1987)
▲제21회 전라남도미술대전 특선(1985)
▲제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1985)
▲제18회 전라남도미술대전 부문우수상(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