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타이어 조현범 연봉 셀프인상 논란

회사 사정 뻔히 알면서…챙길 건 다 챙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사 경영진이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이듬해 연봉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계약직 신분이라 자신의 자리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오너 일가 사장님의 상황은 달랐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연봉 인상 계약서를 받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여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한국타이어의 조현범 사장의 이야기다.

▲ 한국타이어 고발 기자회견 갖는 전국금속노조원들

한국타이어는 최근 부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는 증권사도 한국타이어에는 두 손을 들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9일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8.2%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볼륨, 믹스 모두 악화된 가운데 투입원가(카본블랙) 상승으로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서 5만원으로 10.7% 하향 조정했다.

열악한 환경 
개선은 않고

장문수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6900억원, 영업이익 1392억원을 기록할 수 있다”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3% 증가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0.2% 감소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장 연구원은 실적 악화 요인으로 중국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한 신차용 타이어(OE) 감소, 유럽 WLTP 영향으로 인한 볼륨 감소, 미국 주요 거래 유통업체의 실적 부진과 파산 리스크로 인한 영업활동 악화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 수요 부진과 미국 유통 구조의 리스크 확대 및 연말 이후 유가 반등에 따른 마진 축소 우려로 글로벌 타이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은 하락 반전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미국의 유통 구조상 영업 리스크 하에서 단기 실적 부진의 요인이 국내 업체의 중기적인 상대 경쟁력 악화로 전이될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쟁 구도 악화 속 상위 타이어 업체의 영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는 기존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며 “유통구조 개선과 확장을 지속하는 한국타이어 전략은 중장기 전략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19% 감소한 1587억원(영업이익률 9.6%)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14% 증가하겠으나 이는 당시 국내 공장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공장 가동에 약 2주간 차질이 생긴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이익도 세무조사 영향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국내와 중국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부진에도 연봉 약 94% 인상
직원들 월급은 3%대 인상에 그쳐

한국타이어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우려섞인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적부진의 책임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주로서는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조 사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연봉(급여)을 두배 가까이 올렸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 일가인 조 사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의 지난해 급여를 10억원으로 책정해 이를 12로 나눠 매달 지급했다. 한국타이어 공시에 따르면 조 사장의 연봉은 이사 보수한도 범위 내 직급, 직책, 수행직무의 가치, 회사에 기여한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 보상체계에 따라 산정됐다.
 

▲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이에 따라 지난해 6월까지 한국타이어는 조 사장에게 5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전년도(2017년) 연봉이 5억1300만원이었으니 전년대비 94.93% 인상된 셈이다. 조 부사장의 지난해 연봉 10억원은 서승화 부회장의 2017년 연봉보다 높다. 서 부회장이 2017년 연봉으로 가져간 액수는 7억300만원이었다. 

일각에선 조 사장의 지난해 연봉 인상률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전년도 경영성과가 우수했다면 연봉 인상률에 뒷말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년도인 2017년에도 한국타이어는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7년 사업연도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6조8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6조6621억 대비 2.8% 성장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934억3177만원을 기록해 전년 1조1032억원 대비 28.0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064억5684만원을 기록해 전년 8790억9021만원 대비 31.01%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100%에 가까운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지난해 연봉 수준은 2017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6월 기간 동안 한국타이어 직원 6949명(기간제근로자 29명 포함)이 가져간 연간급여는 2083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급여액은 3000만원 수준. 이는 전년 동기간 1인당 평균급여액 2900만원과 비교해 3.4% 인상된 수준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1%대의 임금인상률인데 조 사장과 비교하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의 두 배로∼
대표이사 값?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조현범 사장의 연봉은 회사 내규에 의해 결정됐다. 조 사장의 직급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연봉 인상률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의 연봉도 합의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승화 부회장보다 직급이 낮은데도 조 사장의 연봉이 서 부회장보다 높게 책정된 데에 대한 질의에는 “경제 상황 등의 요건 등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때문에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노동자의 사망이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해 11월 한국타이어 전 노동자 안모씨의 부인 오모씨, 자녀들 등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 피항소인인 안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한국타이어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 2억8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 오씨 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1심 판결서 유가족 측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에서 부대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서 제외됐던 오씨의 자녀들까지 손해배상 대상이 되면서 자녀 1인당 246만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심 판결이 나오자 한국타이어의 행보에 눈길이 쏠렸다.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가 주목됐지만 결국 한국타이어는 포기를 택했다. 한국타이어가 상고기간인 지난해 12월6일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안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한국타이어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행위로는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황 난조
시장 우려

이어 “안씨는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속해서 공해물질에 노출됐다”며 “폐암이 발병하게 된 다른 의학적 조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암으로 사망한 다른 직원의 수가 적고, 오로지 근무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다. 안씨가 작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안씨 책임도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금을 1억여원으로 한정했다.

안씨는 15여년 동안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근무하다 2009년 9월 폐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가 근무 중 유해물질에 중독돼 폐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들은 “한국타이어가 산업안정보건법상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직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의 패소로 소송이 끝나자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노동근로 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으며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0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와 사측이 사망 원인과 사망자 명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우윤근·박영선·이춘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총 100명의 사망자 중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1996∼2007년 93명의 사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이미 조사했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심장질환이 17명, 기계 압사자가 15명, 뇌암(뇌출혈·뇌질환) 14명, 간장질환 12명, 폐암 6명, 위암 6명, 백혈병 1명, 신장질환 2명, 정신질환 2명, 자살(질식) 5명, 부인암 2명, 식도암 1명, 기타 3명, 상세불명 4명 등이다.

규정 따라 적정 수준?
“오너 일가 견제 필요”

노동부는 한국타이어가 집단사망 발생 시점인 2005∼2006년보다 5년 앞서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에 의한 노동자 질환과 사망자를 확인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업재해 은폐, 100명의 집단사망과 1800여명의 질환자 속출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 33, 37, 4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66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범씨를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적용해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4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 결핍 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에서는 일하다 어느날 갑자기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다 없어진 직업훈련원생들이 있었고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이 뇌심혈관계를 치명적으로 공격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설사 산재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었다”며 “유모씨의 경우도 2000만원을 주면서 산재사실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되고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20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부진 책임은?
법적 문제는?

이같이 한국타이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 사장의 연봉 인상 소식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이사회 등의 견제가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이사회가 제대로된 견제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나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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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