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2 11:11:25
  • 호수 1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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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 때릴수록 더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 채널 진출을 선언한 그는 이후 20대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권서 이 같은 논란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 이사장은 정녕 타깃이 된 것일까.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이사장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2월21일 한 출판사가 주최한 특강에 참석한 유 이사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대 남녀가 2배 이상 지지율 차이가 난다는 건 남녀가 각각 다르게 느끼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당연한 것이고 정부가 감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설 올라

이후 발언은 난데없이 20대 남성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서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또래집단서 보면 여자애들이 훨씬 유리하다“며 “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 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만 한다.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은 지표상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2월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문 대통령의 12월2주차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9.4%로 전연령 남녀 계층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63.5%를 차지한 20대 여성 지지율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도 수치의 차이만 있을 뿐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과정서 나왔다. 2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축구와 온라인게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군대를 사례로 들었다. 20대 남성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읽힌다.

그러나 결과는 역풍으로 이어졌다.

남초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20대 남성을 철부지로 치부했다” “축구하고 게임하고 노느라고 공부하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를 조롱거리로 삼았다” 등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문(친 문재인) 지지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문정부의 지지를 철회하는 선언까지 할 정도로 역풍이 심하다. 유 이사장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역풍 바람은 정치권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바른미래당은 나흘 뒤 논평을 통해 “20대 성별 지지율 격차의 원인을 ‘본인들이 군대·축구·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공부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로 이야기한 유 이사장의 발언이 있었다”며 “유 이사장 특유의 해학을 섞은 이야기였다 한들 이 발언은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고 시민의 정치 참여와 사회적 연대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유 이사장의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사에는 분명 20대 역시 포함돼있었을 것”이라며 “진정 그들의 절망과 좌절에 공감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공인이라면, 더는 이 아우성을 철없는 질투 따위와 같은 선상에 놓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20대 남성 비하? 무슨 말 했기에
자연인일 뿐인데…야권 논평까지

여권 일각에선 논란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을 ‘유시민 때리기’로 해석한다. 정계은퇴를 한 유 이사장의 발언이 마치 현역 정치인의 그것처럼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유 이사장 발언이) 현역 국회의원이라 생각해도 될 만큼 크게 이슈가 됐다”며 “이는 야권서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2013년 초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와 야권 후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자연인’의 삶을 살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정계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있을 때마다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유 이사장은 다수의 정치평론가들로부터 ‘차기 대권 1순위’로 평가받는다.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JTBC <썰전>과 tvN <알쓸신잡> 등 예능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집필활동도 유 이사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60만부가 팔렸고 최근 베스트셀러인 <역사의 역사>는 50만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서도 유 이사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민주당의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젊은 사람들에게만 인기가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물론 방송 출연으로 중장년층서도 인지도가 상당하다. 행사 때 50∼70대 유권자를 만나보면 유 이사장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때리기는 여러 선례들이 존재한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 국민참여당 소속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유 이사장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5∼8%포인트 격차로 바짝 추격하자 한나라당 지도부까지 나서 견제를 시작했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경력이 있는 사람”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어뢰, 기뢰 폭발설을 주장한 사람” “일산서 국회의원 하다가 대구서 출마해 낙선하고, 서울시장 한다고 떠들다가 경기도지사에 나선 정치 낭인” 등의 말로 유 후보에게 집중공세를 펼친 바 있다.

견제 시작

유 이사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자신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각 기관에 발송하는 안을 고려할 정도다. 그럼에도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문 대통령처럼 유 이사장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시민 일상은? 

유 이사장은 매주 화요일만 노무현재단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 시간은 경기 파주의 한 출판사 건물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 주로 머무르며 작가로서 다음 작품에 대해 구상한다.

유 이사장은 여름이면 추자도에 며칠씩 머물며 바다낚시를 즐길 정도로 낚시 애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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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