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소형 오피스텔

시간이 갈수록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형 오피스텔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주거에 필요한 면적이 점차 축소된 데다 고강도 아파트 대책이 연이어 발표돼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분화와 도심선호 현상에 따라 도심에 살고 싶어 하는 1~2인 가구도 늘고 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심 강소 공간개발이 붐을 이루고, 원-스톱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주거복합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인 이하 가구는 1296만3157가구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2200만6919가구의 58.9%로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이 2인 이하 가구인 셈이다. 

2인 이하
매년 증가

또 2인 이하 가구는 매년 증가폭이 커졌다. 2016년 2인 이하 가구 수는 1201만5627가구로 2015년(1167만2351가구) 대비 34만여가구 늘었으며 지난해(1246만131가구)는 전년 대비 44만여가구 늘었다. 올해는 50만여가구 증가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소형 오피스텔은 임대수익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의 오피스텔 면적별 임대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용면적 20㎡ 이하 오피스텔은 5.40%로 가장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록했다. 좀 더 살펴보면 전용면적 20㎡ 초과~40㎡ 이하가 5.11%로 뒤를 이었으며 40㎡ 초과~60㎡ 이하가 4.89%, 60㎡ 초과~85㎡ 이하가 4.48%, 85㎡ 초과가 4.09%로 나타났다.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오피스텔 거래량은 15만8294건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상업·업무용 부동산 전체 거래량인 31만4317건의 50.36%를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4만4493건) 대비 1만3801건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분화된 젊은층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작지만 효율적으로 편의시설이 집약된 복합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1~2인 가구 1300만 시대
대한민국 절반 이상 차지

이미 시장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등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이 연일 청약 대박을 터트리며 시선을 끌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얼마 전 분양에 나선 ‘동탄역 롯데캐슬’ 오피스텔은 평균 56.83대 1, 최고 207.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양건설산업이 공급한 ‘동탄역 파라곤’ 오피스텔도 평균 42.5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을 마감했다.

부동산 대책 이후 수요자의 눈길도 규제가 적은 소형 오피스텔로 쏠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부동산 투자 의향을 가진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행한 향후 투자 적합 부동산 상품을 묻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이 22.6%를 차지해, 아파트 54.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인기는 기존에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이 지니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공간 효율을 높여 설계한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시공되는 소형 주택은 욕조, 발코니 등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통해 중소형 아파트와 비슷하게 공간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2인 가구 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소형 면적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형 오피스텔은 소형 아파트보다 저렴해 주거 부담이 덜하고 아파트 수준의 평면 설계도 도입돼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1~2인 가구 1300만 시대에 눈길 가는 소형 오피스텔.
 

▲김포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 시티= 동서건설은 김포 풍무2지구 도시개발구역 29블럭-3로트 일대에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 시티’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14층, 전용면적 21~45㎡, 총 567실 규모 오피스텔로 위탁사는 골드산업주식회사이며 신탁사는 KB부동산신탁이 맡았다. 


단지는 2019년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풍무역(가칭) 바로 앞에 위치한다. 두 정거장만 가면 김포공항역에서 5호선, 9호선, 공항철도로 환승이 가능해 사실상 서울 생활권에 속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올림픽대로를 통해 여의도는 20분대, 강남은 4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단지 내 CGV 영화관이 입점을 확정했다. 713대 자주식 주차장 확보 및 123실 상가 입점으로 단지 내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의 중심생활권부터 김포시청, 풍무파출소, 종합운동장, 풍무중앙공원, 김포근린공원 등 편리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도보권 내 유치원, 신풍초, 풍무초, 양도중학교 등이 자리를 잡고 있어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단지 바로 앞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도 계획돼 있어 향후 역세권 기능 강화와 함께 풍무 일대가 교육 및 문화거점 도시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내년 7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되면 김포공항역에서 5·9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이 가능해 마곡지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여의도, 광화문은 물론 강남 등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더 없이 좋아져 근처 오피스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강남 헤븐리치 더써밋761= 황금라인 9호선 언주역 인근에 ‘강남 헤븐리치 더써밋761’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강남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역삼동 차병원 사거리에 입지한 강남 헤븐리치 더써밋761 오피스텔은 주변으로 강남역-언주역-선정릉역의 3개 노선이 연결돼 트리플 역세권의 장점이 확보된다.

인근으로의 이동이 편리해 직장인 수요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탄탄한 임대수요 확보로 공실 발생의 우려도 적고, 교통망 확충에 따른 가치 상승도 예고돼 투자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오피스텔이다. 강남 헤븐리치 더써밋761은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로 건립 예정이다.

아파트 수준
설계도 도입

1층에는 상업시설이, 2층부터 17층까지는 오피스 361세대가 조성된다. 지하 1~5층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여유로운 주차 공간을 선사한다. 전 세대에는 층고를 높인 복층형 구조 설계가 적용돼 뛰어난 공간 효율을 제공한다. 서울시 최초로 특화설계를 도입해 복도 위 공간도 추가 면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실사용 공간 확보가 좋은 오피스텔로 넓고 쾌적한 주거 공간이 제공돼 입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내진 설계 및 친환경 자재가 전 호실 시공에 도입돼 안정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입주 즉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점도 인기를 더한다. 빌트인 냉장고, 드럼세탁기, 시스템에어컨, 인덕션, 신발장, 붙박이장, 가스보일러, 디지털 도어락 등이 제공되며 분양가도 합리적이다.

문턱 낮은 오피스텔로 수요 몰려
편의시설 집약된 복합 공간 선호

1층 근린상가에는 식당가, 미용실,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상가가 입점할 예정으로 입주민들의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배후수요가 풍부한 오피스텔로 공실 위험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투자 안정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린다. 인근 강남대로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대기업들이 대거 자리한 업무 타운이 조성돼 전문직 종사자 등 근로수요의 상당수가 임대 수요로 흡수될 것으로 예측된다. 

주변에 어학원과 편입학원, 로스쿨 학원 등도 많아 학생 수요도 탄탄하다. 지역 내 개발 호재가 다채로워 지가 상승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약 2배 규모에 달하는 개발 계획이 예정돼 있고, 한전 부지에 현대차 개발 사업, 영동대로 신개발 사업까지 연달아 진행되고 있어 오피스텔이 들어선 지역이 강남의 새로운 중심타운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스테이 더 디자이너스 군자= 대한토지신탁은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들어설 ‘스테이 더 디자이너스 군자’의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나선다. 스테이 더 디자이너스 군자는 지하 2층~지상 17층, 전용면적 16~17㎡, 총 178실 규모로 조성된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을 맡아 금융기관과 책임준공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며, 철저한 분양관리로 계약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단지는 서울지하철 5·7호선 환승이 가능한 군자역이 도보 1분 거리에 있어 서울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실제 7호선을 이용하면 청담까지 9분대 이동이 가능하며, 지하철 2·5호선, 분당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왕십리역도 8분 내로 이동할 수 있다. 동부간선도로, 천호대로 및 강변북로 이용도 수월해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인 KBD(강남), CBD(종로), YBD(여의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향후 동부간선도로 지중화사업(2025년 목표)이 완료되면 교통 여건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건대 로데오거리 등 서울 동북부 핵심 상권과 인접해 있으며, 롯데백화점(건대스타시티점), 이마트(자양점), 메가박스(군자점) 등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아차산, 용마공원, 뚝섬한강공원 등도 인접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파주 운정 힐데스하임 케멜라스= 원건설이 파주시 와동동에 짓는 오피스텔 ‘파주 운정 힐데스하임 케멜라스’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지하철 3호선 연장 호재로 인해 획기적인 교통의 대변혁을 맞는 수혜단지로 꼽힌다.

단지와 인접한 파주 운정역에서 킨텍스~서울역~삼성~수서~화성동탄을 잇는 총 길이 83.1㎞의 GTX-A노선이 개통할 경우 서울역까지는 10분대, 삼성역까지는 20분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지하철로 서울역은 36분, 강남역까지는 1시간19분이 걸리지만, 힐데스하임 케멜라스는 향후 GTX-A노선 이용 시 강남까지 2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 서울 생활권 프리미엄의 수혜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인 CBD(종로), YBD(여의도), KBD (강남)으로 편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어 ‘저녁이 있는 삶’, 즉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도 누릴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한 만큼 생활 편의시설의 이용도 편리하다. 단지 바로 앞에는 하나로마트(예정)를 비롯한 상업시설이 인접해 편리한 주거생활이 가능하다.

운정스포츠센터, 소리천, 체육공원, 운정호수공원 등도 가까워 가벼운 산책과 여가활동을 즐기기에도 용이하다. 단지는 입주민들의 여유로운 주거와 편의를 위한 1층 헬퍼데스크와 발렛파킹, 청소, 세탁(유료서비스) 등을 관리해주는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주거기능을 한층 더 향상시켰다. 


부담 덜고
가치 높여

전체에 복층 구조를 적용하여 실용적인 공간 확보에 힘썼고, 테라스 설계(일부)를 도입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빌트인 가전은 물론 TV, 책장 등 대부분의 가전·가구가 제공되는 풀퍼니시드 시스템도 제공된다. 조명, 냉·난방 등을 제어·관리하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돼 가전까지 제어할 수 있는 LGU+ 홈IoT 시스템도 도입된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8000만원대부터 책정돼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 및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10년 임대수익보장 지급보증서의 발행으로 공실이 있어도 100% 임대수익이 보장돼 안정성까지 갖췄다. 중도금 무이자, 분양권 무제한 전매도 가능해 비용 부담은 덜고, 투자가치는 한층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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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