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④정치권 지지기반 <上>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27 1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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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좋으면 인기 많다?’ 정치권에선 안 통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치열한 대권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정몽준)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을 살펴본데 이어 네 번째로 원내 지지기반을 살펴봤다.

흔히 사회에서 ‘성격 좋고 인간성 좋은 사람’은 인기가 많으며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치열한 수싸움과 세력다툼이 있는 정치권에서 단순히 ‘사람 좋다’는 이유만으로 지지세력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선주자 7인에게 자신들의 ‘경쟁력’이자 ‘정치적 자산’인 원내 지지기반을 살펴보자.

 

친박계로 싹쓸이된 새누리당
압도적인 원내 화력 보유한 박근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내 지지세력은 화려하다. 정권 말기 ‘미래권력’으로 급부상하며 지지세력이 운집했으며, 지난 4·11 총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은 명실공히 ‘박근혜 당’이 됐기 때문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으며 당대표(황우여)와 원내대표(이한구)는 물론 최고위원(이혜훈, 정우택, 유기준, 이정현)까지 친박계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정책위의장(진영)과 사무총장(서병수)까지 차지했으며, 지난 20일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에 김광림 의원이 유임되며 당의 주요요직을 휩쓸었다.


충청권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강창희 의원은 사실상 국회의장이 되어 친박계는 의회와 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최측근 3인방’으로 불리는 최경환·유승민·유정복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최 의원은 대선 캠프에서 공보담당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전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과 이학재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의 든든한 우군이다.

‘유승민 사단’으로 불리는 안종범·강석훈·이종훈 의원 등은 경제전문가들로 경제 자문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네거티브 대응팀에는 김재원·김회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캠프의 대변인 자리에는 윤상현 의원과 이상일 의원이 거명되며 당 홍보위원장 출신인 김태환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을 지원사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정갑윤·유기준·한선교·서상기·황진하·정희수·조원진 의원 등 재선 이상의 친박계 인사들이 30여 명에 달해 다른 주자들에 비해 막강한 원내 화력을 자랑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다.

초선의원들도 친박계가 많지만 박 전 위원장은 한 달째 지역구 출신 초선의원들과 오찬을 가지며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는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초선의원들을 일찌감치 단속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듯 당을 장악한 박 전 위원장의 원내 지지세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대거 낙선한 ‘김문수계’ 의원들
화려하지 않은 원내 인맥 김문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새누리당 원내 인맥은 그다지 화려하지 못하다. 지난 4·11 총선에서 대부분 와해됐기 때문이다.

현재 원내 핵심인사로는 김용태 의원과 원유철 의원이 ‘유이무삼’한 형편이다. 김 의원은 원내 교섭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기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원 의원은 김 지사의 든든한 조력자로 알려졌다.

그 전만 하더라도 차명진, 임해규, 김동성 등 ‘김문수계’가 존재했었으나 이들은 모두 지난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따라서 19대 국회에선 김 지사의 손과 발이 될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원외인사 3명은 얼마전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 당시 자리를 함께하며 여전히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운동권 시절부터 김 지사와 각별한 사이인 차 전 의원은 김 지사의 대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임·김 전 의원도 함께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기자회견 당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신지호 전 의원도 참여해 경선룰 관련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다른 낙선 인사인 이화수 전 의원도 김 지사의 소신에 매력을 느껴 캠프에 합류했다.

원내 인사들은 소수지만 김 지사의 캠프에는 많은 경기도 내 지자체 인맥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인 관계로 지자체 내 인맥이 사실상 김 지사의 원내 인맥인 셈이다.

허숭 전 경기도시공사 감사와 노용수 전 비서실장, 최우영 경기도지사 특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현재 김 지사 캠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지사가 3선 의원을 거치는 동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은 전문순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와 손원희 도지사 비서실장 등도 측근으로 꼽힌다.

지방선거 때부터 김 지사를 도왔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과 강병국 광교포럼 사무국장, 홍경의 전 경기관광공사 경영기획실장, 박상길 특보 등은 김 지사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사람들로 꼽힌다.

유연채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 김완철 서울사무소장, 장원재 전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도 경기도 인맥으로 볼 수 있다.

 


7선으로 최다선 의원이지만
세력기반은 미비한 정몽준

정몽준 전 대표도 7선 고지에 오르며 19대 국회 최다선 의원이 됐지만 당내 세력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오랜 기간 무소속으로 활동한데다 측근 의원들이 상당수 낙천·낙선됐기 때문이다.

최측근 원내 인사로는 19대 국회에 입성한 안효대·조해진 의원이 있다. 안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원내 교섭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 전 대표가 당대표시절 대변인을 역임한 조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밖에 우호적 인사로는 박인숙·염동열 의원 등이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낙선한 인물들 중에서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양석 전 의원을 비롯해 이사철·신영수·정미경 전 의원도 중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전 의원은 탈당 후 '국민생각'으로 당을 옮겨 직접적인 참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책브레인 격인 싱크탱크와 자문담당 그룹은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이인호), ‘해밀을 찾는 소망’(이하 해찾소·대표 정몽준), ‘울산정책포럼’(공동대표 김상만·김문찬·채종성)에서 담당한다.


도한 정책실장직을 맡은 인병택 전 도미니카 대사, 길태근 전 이명박 정책특보가 있다. 아울러 캠프 비서진에는 정광철 보좌관(<한국일보> 기자 출신), 박호진 해밀 공보실장(<CBS> 기자 출신)이 맡고 있다.

 

초선 의원이지만 야권대선 주자 중
가장 많은 원내 지지세력 확보한 문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초선의원이지만 현재 야권의 대선주자 중 가장 많은 원내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핵심적인 지지세력은 친노 의원 내지는 참여정부 출신 관료들로 약 30여명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의 의원들이 문 고문의 외곽조직인 ‘담쟁이포럼’의 1차 발기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협·김상희·김윤덕·김태년·김현·도종환·민홍철·박남춘·박범계·박수현·배기운·부좌현·서영교·윤후덕·이상민·이학영·장병완·전해철·홍영표·홍익표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중 전해철(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박남춘(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김현(전 청와대 춘추관장)·서영교(전 청와대 춘추관장) 의원 등은 문 고문과 함께 참여정부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인사들이다.

또 도종환(노무현재단)·이학영 의원 등은 시민사회 출신으로 문 고문과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상임고문의 경우는 자문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전 대표와 문성근 상임고문도 문 고문의 적극적인 우군으로 분류된다.

참여정부와 관련된 친노그룹 다수도 문 고문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경수 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전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 등이다.

19대 총선 전후로 ‘문재인 사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있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문 고문이 발탁한 <부산일보> 출신 배재정 의원을 비롯해 고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 전순옥 의원,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진선미 의원 등이다. 야권통합운동을 했던 최민희·임수경·한정애 의원도 문 고문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담쟁이포럼에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비롯해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권기홍 전 노동부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은 정치·경제·외교·시민사회·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다양하게 구성돼 문 고문의 지지 세력에 대한 스펙트럼을 실감케 한다.

 

국회 입성도, 출마 선언도 안했지만
화려한 원내 지지세력 확보한 김두관

내달 초 출마선언을 공식화 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국회에 입성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원내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1일 원혜영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안민석·강창일·김재윤·최재천·김승남·김영록·문병호·민병두·배기운·홍의락 의원 등 11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의 출마를 강력 촉구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을 비롯해 김기재 전 행자부 장관·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유삼남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강철 전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이근식 전 행자부 장관·정해주 전 산자부 장관·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장영달 현 경남도당위원장·신명·윤원호·이규정·이철·임해홍·최봉구·허운나 전 의원 등도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지사 측 예비캠프 사령탑에는 원혜영 의원·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외곽조직인 자치분권연구소(박재구 대변인·김세종 정책실장·강병원 홍보위원)와 생활정치포럼(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근식 전 행자부 장관)을 이끌고 있다.

자치분권연구소가 정책싱크탱크 기능을 한다면 생활정치포럼은 대선캠프 전초기지의 성격이 짙다.

김재균·정한용·전현희·유원일·권영길·조승수 전 의원 등은 지난 12일 열린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우회적으로 지지의사를 내비쳤고,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19명이 모여 만든 ‘머슴골’ 회원으로는 주승용 민주당 의원과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있다.

이밖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철상 VK대표·김기재 전 행자부 장관·전윤철 전 감사원장·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김두수 전 민주당 제2사무부총장(김두관 지사 동생) 등도 물밑 지원에 참여한다.

또한 구동교동(DJ)계와 정동영(DY)계 일부 인사들도 김 지사를 도와 호남 외곽조직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한 영남지역의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 시민운동가 등이 핵심적인 지지자들이다.

 

당대표 지낸 탓에 뚜렷한
원내 지지기반 둔 손학규

손학규 상임고문은 당내 지지 의원은 많지 않지만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당내에서는 신학용·김동철·김우남·양승조·오제세·이낙연·이찬열·이춘석·조정식·최원식·한정애·임내현 의원 등 13여 명이 ‘손학규의 사람’들이다.

이중 ‘손학규맨’으로 불리는 신학용 의원이 캠프의 핵심역할을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손 고문의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인 신 의원은 2007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손 고문을 지원했으며 손 고문이 당대표를 지낼 때는 특보단장을 맡았다.

양승조 의원은 “12월 대선 국면에서 손 고문을 돕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일찌감치 ‘손학규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충남지역위원장을 내려놓고 지지기반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도 손 고문 측 인사이지만 정책위의장에 유임돼 간접적으로만 도울 수 있게 됐다. 손 고문의 비서실장은 최원식 의원이 맡았다.

원외 인사로는 정장선 전 사무총장과 차영 전 대변인·김영춘·서종표·송민순·이성남·장세환·전혜숙·정장선·홍재형 전 의원 등이 손 고문의 조력자로 나섰다.

캠프 실무진에는 제자출신인 홍주열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병오 전 정책실장과 강훈식 전 정무특보, 김주한 김경록 전 부대변인,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인 손낙구 정책보좌관 등 손 고문을 오랫동안 보좌한 이들로 꾸려졌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과, 재단이사인 장달중 서울대 교수, 손 고문의 후원회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태승 인하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 교수 등도 손 고문을 돕고 있다.

 

정통 야당, 김근태계, 친노 진영
박원순까지 아우르는 폭 넓은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행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사들이 지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 원장 측근의 면면을 보면 야권의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는 면모를 띠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안 원장이 야권 전체를 기반으로 폭넓은 행보에 나설 것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안철수재단 이사장으로 영입한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평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내 정통 야당 인맥들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안 원장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개인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유 전 관장은 김근태 전 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공보·연설을 담당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앞서 4·11 총선에서 안 원장은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을 공개 지지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돕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 원장이 영입하고 지지한 인사들의 면면은 정통 야당인맥과 김근태계, 친노 진영, 박원순 시장 등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가 최근 안 원장에 대해 자주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김효석 전 의원 등도 측면 지원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친이명박계 일부 인사들이 안 원장 측으로 정치적 행보를 옮기고 있다는 설이 정치권에서 꾸준하게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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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