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전두환 관계’ 진실게임 공방 실체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28 11: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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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오빠’한테 용돈 좀 받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온·오프라인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이상호 <MBC> 기자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전두환 ‘오빠’, 박근혜에 불법 통치자금 수백억 건넸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한 데 대해 친박 측이 강력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돈을 받았다고 직접 말하는 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으며, 당시 보도된 기사들까지 속속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전두환)보안사령관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두환은 청와대에 남아있던 불법적인 자금인 이른바 ‘통치자금’ 중에서 현재 시가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박근혜에게 줬다고 했다.(10·26 이후 청와대에 들어간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박정희 집무실 제1금고에서 9억원을 발견하고는 박근혜를 불러 6억원을 준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친박 측 발끈
법적 대응 시사

이 같은 보도에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학재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금일 모 언론에 게재된, 박근혜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고, 불법 통치자금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이므로 해당 언론사에 정정을 요구하였고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사진참조).

그러자 트위터리안들은 박 전 위원장이 전 전 대통령에게 돈을 받았다는 기사들을 찾아내며 반박에 나섰다.

돈이 오간 정황과 적용 혐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더 증폭됐으며 고 최태민 목사 비리에 대한 의혹, 영남대 문제, 성북동 자택 무상 취득 의혹 등 박 전 위원장의 또 다른 의혹들도 급격하게 재부상하고 있다.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에는 박 전 위원장이 지난 2007년 7월, 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9억원을 지원받아 김재규 관련 수사비 명목으로 3억원을 돌려줬나?”는 검증위원의 질의에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9억원을 받은 게 아니라 유자녀 생계비 명목으로 6억원을 받았다.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돌려준 적 없다”면서 “경황이 없을 땐데 전 전 대통령 측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고 (그분이) 봉투를 전해주면서 이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증위원은 “쓰시다 남은 돈이라 함은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돈이란 말이냐?”고 재차 질문했고 박 전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답했다.

 “‘공금으로 조성된 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박 전 위원장은 “공금이라기보다도 격려금으로 주시기도 했던 돈으로 생각한다”며 “자세하게 그 내용은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박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년도는 1979년으로 당시 6억 원은 현 시세로 약 300억원에 이른다고 영상은 밝히고 있다.

<미디어오늘> “전두환 ‘오빠’, 박근혜에 불법 통치자금 수백억 건넸다” 보도
이학재 의원, “보도는 사실 아니며 심각한 명예 훼손이다” 법적 대응 경고

지금 시세로 아파트 30채에 달하는 금액이고 79년 당시 강남의 은마아파트 평당 분양가(68만원)를 공개하며 31평 30여 채를 살 수 있는 액수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 평균근로자 가구 수입은 19만원임을 예로 들며 박 전 위원장이 받은 액수를 비유하기도 한다.


상속받은 돈에 증여세를 냈는지 여부도 밝히고 있다.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성북동 자택을 받은 사실을 밝히며 감사위원이 “무상증여를 했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납부 하셨냐?”라고 묻자 박 전 위원장은 “그때 (신 회장이) 법적으로 세금관계나 모든 것을 다 해결하겠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답했다.

영상은 “1980년 합법적인 민주정부가 수립됐다면 총 9억원이 전두환, 박근혜 손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며 “공금인지 비자금인지 받아야 할 돈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고, 세금을 냈는지 안 냈는지 모르는 그녀가 과연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남기며 마무리 했다.

박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사실은 제5공화국이 끝나고 난 후 5공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처음 드러났다.

10·26 당시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등 9억 6000만원 중 6억1000만원이 전 전 대통령에 의해 박 전 위원장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수사결과는 당시 <동아일보>에 보도됐다.

과거의 의혹들
또 다시 대두

박 전 위원장이 전 전 대통령에게 ‘오빠’라 불렀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기사에는 “JP가 연행된 다음날인 18일, 부인인 박영옥씨는 불편한 사이였던 4촌 동생 박근혜씨(박정희 대통령의 맏딸)를 찾아가 구명을 호소했다.

당시 근혜씨는 신군부의 우두머리인 전두환 장군을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최근 골프장 이용과 육군사관학교 사열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돼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로 박 전 위원장의 또 다른 의혹들도 불거지고 있다. 2007년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 당시의 발언들이 수면위로 올라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련 의혹과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대학교 문제 등이 그것이다. 

최 목사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문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이런 저런 비리 문제에 대해선 당시 김재규 중정부장이 아버지한테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안다. 아버지께서 중정부장과 관계자를 청와대로 부르시고, 나도 불러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며 “ 내용들이 막연했다. 어떻게 횡령하고, 사기를 쳤느냐 보고하라고 했는데 그 답이 확실치 않았다. 실체 없는 얘기로 끝났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대검에서 확실하게 조사하고 필요하면 조치하라고 했다. 별다른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실체가 나와서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건네받은 6억은 은마아파트 30채 값,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
박근혜가 직접 “청와대 금고에서 받은 돈”이라고 밝히는 영상 SNS에 나돌아

29세에 영남대 재단 이사장이 된 것에 대해 “대통령의 딸이란 이유로 이사가 된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당시 이사장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둔 뒤 이사회서 내게 요청해 이사장을 맡게 됐다. 중요한 것은 누가 유지를 잘 받드느냐다”라고 해명했다.


최근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도 공세가 이어졌다. “전신인 부일장학회 원소유자였던 김지태씨 측은 강제 헌납됐다고 주장한다”고 묻자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자료를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가헌납 주장도 있는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정수장학회가 알아서 할 일이다”며 선을 그었다.

출근하지 않으면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두세 번 가서 이사회 주재하고, 결재하고 할 일을 다 했다”고 간략하게 답변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파워트위터리안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박근혜, ‘전두환 6억원 주기에 생활비로 받았다’고 본인이 직접 밝혀. 친박은 허위사실 유포했다는 이상호 기자보다 박근혜 의원부터 먼저 고소하라”고 지적했고 “박근혜씨가 청와대 금고 안에 있는 돈 6억을 전두환에게 전달 받았다면 두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가 있을까요?”라고 의문을 남겼다.

bulkoturi도 “오빠라 부르고 6억 받은 사실은 조중동에서 먼저 기사화한 것, 이상호는 그 6억이 현재시가로 수백억이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기사의 대부분은 이상호 기자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내용은 극히 짧았다. 통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전두환 ‘오빠’, 박근혜에 불법 통치자금 수백억 건넸다”라는 제목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00여억원이지만 박 전 위원장이 받은 당시 금액은 6억1000만원이었다.


건네받은 돈은
수백억 아닌 6억

또한 당시 박 전 위원장은 통치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는데 자금을 통치자금으로 칭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로써 대선전의 최대변수로 ‘네거티브’를 꼽으며 자신을 향한 음해와 음모론을 차단하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첫 번째 난관에 직면했다.

네거티브 대응이 대선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는 18대 대선에 박 전 위원장이 과연 어떤 대응책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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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