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많은 작가들에게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피사체다. 인물 사진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습이 담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변화를 포착할 수도 있다. 사진작가 변순철은 오랫동안 인물사진에 골몰해왔다. 그의 개인전 ‘나의 가족 Eternal Family’를 소개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서 사진작가 변순철의 개인전 ‘나의 가족 Eternal Family’를 개최한다. 변순철은 ‘뉴욕’ ‘키드 노스탤지어’ ‘짝패’ ‘전국노래자랑 시리즈’ 등 오랫동안 인물사진을 찍어왔다. 이번 개인전은 작업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새로운 탐구를 이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물에 천착
변순철에게 카메라 앞에 선 인물들은 언제나 피사체 그 이상이다. 그가 관찰하고 다뤄온 인물들은 시대와 사회를 대변한다. 사진을 찍는 방식은 유형학적이고, 시선과 태도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유형학적 인물사진은 특정 집단에 속한 이들을 객관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사회 문화와 역사가 담기게 된다.
변순철의 작품은 유사한 언어가 반복되는 유형학적 제시와 표상된 이미지들의 공통분모로 사회관계의 원리를 찾는 사회학적 방법론을 통해 완성된다. 표면적으로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카메라가 담은 인물의 집합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와 세계관 그리고 특유의 문제의식을 잡아낸다.
실향민 소재로 삼아
기록과 기술의 결합
나의 가족 시리즈는 변순철이 기존에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유형학적 인물사진과 사회학적 방법론에 새로운 기술 언어를 시도한 작품이다. 방식은 여전히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유형학적 인물사진에 기반하지만 여기에 사진 특유의 지표성이 결여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 과정을 거쳐 변순철은 다시 한 번 크게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의 가족 시리즈의 흥미로운 부분은 변순철이 선택한 소재다. 그는 한국인에게는 태생적으로 껄끄럽거나 불편한 북한에 대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 실향민을 소재로 한 나의 가족 시리즈는 북한을 떠나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초상을 담았다.
실향민이라는 소재는 전 세계서 유일하게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서 언어적 의미 이상을 내포한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실향민들을 가상으로 상봉케 했다.
실향민들의 가상 상봉을 위해 변순철은 여러 단계를 거쳤다. 먼저 적십자사를 통해 가족사진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는 희망자를 찾아냈다. 예상보다 그 숫자는 극히 적었다. 변순철은 그들을 한 분 한 분 스튜디오에 모셔 텅 빈 배경서 촬영했다.
동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을 통해 실향민이 제공한 오래된 사진을 ‘3D 나이변환 기술’을 통해 변환했다.
그 결과 사진 속 젊은 부모들이나 어린 형제들은 세월을 더한 나이든 모습으로 남한의 실향민 옆에서 서로가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작업 과정서 변순철의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주술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부친이 스튜디오에 있어 자리를 뜰 수 없다면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유형학적+사회학적 방법론
억눌린 역사의 상처 조명
나의 가족 시리즈는 가상과 현실을 다루는 매체적 시의성과 함께 기억과 기록이라는 오랜 사진 담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그는 현실을 우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적절하게 제시함으로써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의 억눌린 역사적 상처를 가감 없이 표출한다.
이 과정서 오히려 치유하고 공론화하는 작가만의 세계관과 태도가 드러난다.
강홍구 고은사진미술관장은 “변순철의 작업서 가족은 이산가족 사진 이전에도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 뉴욕 시절의 흑백 사진서 그 싹을 보이기 시작해서 짝-패에서는 본격적으로 가족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짝-패 시리즈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몸과 예민한 가족 내부의 권력 관계 등을 다인종 가족을 통해 보여줬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국노래자랑 역시 노래자랑이라는 방송 행사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하나의 거대한 유사 가족으로서의 태도와 문화적 친연성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사진
강 관장은 “실향민도 결국은 가족, 커플들의 관계를 통해 본 현실이자 역사적 상처”라며 “그 현실은 가상의 컴퓨터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재현돼 리얼리티를 보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이런 사진들은 초창기 사진과는 전혀 다르고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후의 사진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며 “변순철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변순철은?]
▲학력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사진 대학원(MFA) 1년 수료(2001)
국제 사진센터 (ICP)(2000)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사진학부 (BFA)(1999)
▲개인전
‘나의 가족’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서울(2018)
‘Don’t Move‘ 고은사진미술관, 부산(2018)
‘본질을 묻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ACC), 광주(2016)
‘본질을 묻다’ 금호 미술관, 서울(2016)
‘色을 지배하다’ 인사아트센터, 서울(2015)
‘마지막 소원’ 조선일보 미술관, 서울(2015)
‘전국 노래자랑’ 서학동사진관, 전주(2015) 이 외 다수
▲수상
FGI 올해의 사진작가 수상(2009)
국제 사진 센터 (ICP) Via Wynroth Fellowship(2000)
아메리칸 포토그래피 18(1999)
존 코발 포토그래픽 포트레이트 어워드(1999)
스페셜 포토그래피 디파트먼트 그랜트(1998)
피이 인터내셔널 포토 컴페티션(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