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 토지보상금 어디로?

올해와 내년 전국적으로 풀리는 거액의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 투자의 향배를 가를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내년 25조원 이상의 역대 최고 수준의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토지보상금이란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위해 소유주 협의나 수용 절차를 거쳐 취득한 토지에 대해 한국토지주택(LH)공사, 서울주택도시(SH)공사 등이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실거래 가격, 보상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높은 지가로 인해 작은 사업지라도 수조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006년 29조원의 보상비 중 40~50%가 인근 토지로 재유입되거나 투자성이 높은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중소형 빌딩 매입에 재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 수준
불쏘시개 역할

2000년대 중반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 폭등도 당시 추진됐던 판교신도시와 행정복합도시 토지보상금이 강남, 분당 등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해진 유동자금은 개발사업 주변 토지나 강남 재건축 단지, 상가, 중소형 빌딩 등 인기 지역의 부동산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매우 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성남 금토지구 등 수도권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내년 하반기부터 토지보상에 들어간다. 한 부동산개발 정보업체에 따르면 연말까지 공공주택지구,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산업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16개 사업지구에서 총 3조7307억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다.


16개 사업지구 전체 면적은 8.5㎢로 서울 여의도(2.9㎢)의 약 3배 규모다. 올해 전체 토지보상금은 16조원으로 집계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는 9월달부터 서울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38만6390㎡)에서 3600억여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월에는 올해 전국에서 보상금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경기 고양 장항 공공주택지구(156만2156㎡)가 보상을 시작한다. 보상금은 1조732억원이다. 

지방에서는 대구 금호워터폴리스 일반산업단지(111만6754㎡)가 최근 토지보상을 시작했다. 사업을 추진한 지 5년 만이다. 토지보상금 6900억원을 포함해 총 7500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당초 5000억여원의 보상금이 예상됐으나 높은 땅값이 반영되면서 토지보상금 규모는 6900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후 최대 규모…인근 시장 파장
투자 향배 가를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

2019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25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9년(34조855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과 9·21대책에 따르면 수도권 3만가구 건설계획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대 정권별로 토지보상금 추이는 어땠을까. 정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정권은 공약대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힘쓰게 된다.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신도시나 택지개발이 필수다. 신도시 하나를 짓기 위해 주택, 상업시설, 도로 등 관련 용지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이에 정부가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토지보상금을 지급하고 대규모로 토지를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신도시나 택지개발을 위해 보상비를 가장 많이 푼 역대 정부는 이명박정부다. 총 117조원이 넘는 보상비를 쏟아부었다. 특히 집권 2년 차인 2009년 약 34조8000억원이 풀렸다. 이는 이명박정부 내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역대 최고치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토지보상을 실시했다. 집권 1년 차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 전반이 침체 국면에 놓이자 건설경기를 살리려고 투입 자금을 늘린 측면도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는 계획만큼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불안 요소가 많아 ‘부동산 불패론’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거듭돼 토지보상으로 풀린 자금들이 부동산, 주식, 금융 등 전통적인 투자처로도 흘러들어가지 않는 형국이었다.

두 번째로 토지보상금을 많이 푼 때는 노무현정부다. 5년 동안 103조원이 풀렸는데 임기 말인 2006년 29조9000억원, 2007년 29조6000억원으로 후반기에 집중됐다. 집권 초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집값은 2006년과 2007년 정점을 이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 데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아파트, 토지, 금융권 등 유입
규제 자유로운 수익형도 주목

참여정부는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신도시, 택지개발 사업과 전국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해 토지보상금을 대거 풀었다.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고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매매차익이 크지 않으리란 추측에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자금은 주택보다 수익형 부동산과 토지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택지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 2년 차인 2014년 1·2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했다. 대규모 신도시 건설 정책이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책 방향은 공동주택관리법과 도시개발법을 통해 중·소형 택지를 공급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절반 이상이
수도권 집중

문재인정부는 초반에 전임 정부의 이런 기조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집권 초부터 계속된 수도권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박근혜정부 시절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택지 공급을 중단하겠다’던 정책 방향을 바꿔 정부 주도로 토지를 공급하고 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4~5개 미니 신도시 공급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올해와 내년에 풀리는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아파트, 토지, 금융권 등 다양한 곳에 보상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달라진 부동산 투자 환경을 보면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초강력 주택 규제 강화와 저금리의 지속으로 인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올해와 내년 전국에 풀리는 토지보상금 29조원 중에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는데, 규제가 적은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람 많은데 
공급은 부족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년 역대 최고 수준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토지보상금을 자녀의 주택 구매 용도로 증여하거나 노후를 대비해 도심의 상가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전반적으로 일대 부동산 시장 열기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토지보상금으로 주목받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상가)=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19번지 일대에 근린형 단지 내 상가인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 유치원 및 근생시설이 분양 중이다. 연면적 2471.14㎡,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다.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은 지하 1층~지상 1층이며, 교육연구시설(유치원)은 지상 2~4층에 입점한다.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후분양 상가로, 층별 권장업종은 지하 1층 대형마트, 지상 1층 7개 점포(업종지정 가능), 지상 2~4층은 유치원으로 구성된다. 


분양방식은 지하 1층(대형마트, 전용면적 475.99㎡)과 지상 2~ 4층(유치원, 전용면적 1057.36 ㎡)은 최저가(내정가 각각 28억원) 공개입찰방식으로 한다. 지상 1층은 확정가 선착순 입금방식이다. 분양가는 1층 기준으로 3.3㎡ 당 1500만~2300만원 선(부가세 별도)이다. 전용률은 지하 1층(대형마트) 72.03%, 지상 2~4층(유치원)은 78.67%, 지상 1층은 67.39%다. 지상 1층은 전면에 테라스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올 12월 입주하는 녹번동 래미안 베라힐즈 1305세대 및 10월 입주인 힐스테이트 녹번 952세대, 기입주(2015년 7월)한 북한산 푸르지오 1230세대 등 녹번동 재개발 아파트 3500여 세대 배후로 하고 있다. 납부방식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 분양가로 계약 시 10%, 중도금(계약일로부터 한 달 후) 30%, 잔금 60%는 1금융권 대출로 대체가 가능하다.
 

▲ 의정부역 베스트뷰

▲의정부역 베스트뷰(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38-6 일원에 의정부역 초역세권 오피스텔·소형 아파트·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의정부역 베스트뷰’가 분양 중이다. 1호선·GTX(예정) 환승역세권인 의정부역 초역세권 입지(의정부역 7번 출구 도보 2분 이내)로, 12월 준공을 앞둔 후분양 수익형 상품이다. 

대지면적 498.00㎡, 건축물 연면적 5198.13㎡, 1개동으로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다. 건축물 공급규모는 업무시설(오피스텔 93실), 공동주택(다세대원룸형 26세대), 근린생활시설(3호)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오피스텔은 20.3382~47.2㎡, 도시형 생활주택은 18.32~19.59㎡, 상가는 22~29.6㎡다. 

지상 2~4층은 소형 아파트인 도시형 생활주택 26세대가, 지상 5~19층은 오피스텔 93실이 공급된다. 소형 아파트는 분양가는 90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계약금 10%, 중도금 10%, 입주 시 잔금 80% 납부조건이다. 오피스텔 및 상가도 납부조건은 동일하다.
 

▲ 수원 인계 엘리시아

▲수원 인계 엘리시아(오피스텔·상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19-6번지 일대에 ‘수원 인계동 엘리시아’오피스텔 7실(회사보유분)과 상가 1호(선임대)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오피스텔 7실은 모두 5층으로 4층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계단을 통해 이동이 용이하다. 이 중 4실은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가 제공되어 공간활용도가 높다.


분양가는 부가세를 제외한 1억3800만~1억4900만원 선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월 60만~70만원선에서 임대가 확정되어 있다. 상가는 104호를 공급 중인데 현재 중국요리전문점으로 선임대가 확정이 되었다. 

지하 1층~지상 13층으로 설계되며 2018년 2월 준공으로 지상 1층에는 상업시설 5실로 구성된다. 원스톱 쇼핑시설을 누릴 수 있고 지상 5층에 오피스텔 13호실, 6~13층은 도시형 생활주택 104호실로 조성된다.
 

▲ 오산 골드 스페이스

▲오산 골드 스페이스(상가)= 수익형 부동산 전문 시행사인 우주디자인컴퍼니가 경기도 오산시 원동 214-1 5번지 일대에 복합상가인 ‘오산 골드 스페이스’를 분양 중이다. 건축면적 492.95㎡, 연면적 3213.30㎡,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노후 대비해
투자할 예정

지상 1~3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4~7층(4층 오피스텔 10실, 5~7층 도시형 생활주택 29세대)으로 구성된다. 상가는 지상 1층에 8개 점포로 권장업종은 편의점, 약국, 유명 프랜차이즈, 중개업소, 커피전문점 등이 지상 2층과 3층은 각각 1개 점포로 권장업종은 전문병원 전문학원, 대형음식전문점 등이다. 

분양가는 3.3㎡ 당 1100만~ 2530만원 선(부가세 별도)으로 2층과 3층은 각각 122㎡, 62㎡의 서비스 면적인 테라스 공간이 제공된다. 상가는 계약금 10%, 중도금 10%, 잔금 80%이며 2019년 10월 준공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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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