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8)침공

고구려로 진격하라!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성주, 무엇이 잘못된 거요?”

“무슨 소리요?”

“보아하니 당나라 군사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던데 그들에게 패한 사유가 무엇이오?”

순간 지수신이 두 사람에게 다가섰다.

“두 분, 왜 이리도 어리석소.”


“무슨 말을 그리 심하게 합니까!”

지수신의 일침

그 소리는 듣기 싫었는지 도침이 소리를 높였다.

“두 분이 분명 전투 경험이 없다 말하지 않았소.”

“그랬소만.”

“그러면 소장의 의견을 따라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마 뭐라 답할 수 없었는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장군에게는 면목 없소.”

한껏 풀이 죽은 복신이 기어가는 듯 말을 이었다.

“좋소. 어차피 이 성에서 내 역할은 없어 보이니 나는 곧바로 임존성으로 돌아갈 터요. 부디 경거망동하지 마시오. 비록 성주고 스님이지만 전쟁에 임하면 장군의 입장에서 본분을 다하시오.”

지수신이 임존성으로 돌아가자 복신과 도침은 지수신의 마지막 말을 되새겼다.

가뜩이나 전투 경험이 없는데 거기에 더하여 성주니 스님이니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고민 끝에 둘은 자신들의 직위를 새로 정한다. 

도침은 스스로 영군장군(領軍將軍)이라 일컫고, 복신 역시 스스로 상잠장군(霜岑將軍)이라 일컬었다.

자신들을 장군으로 칭한 두 사람이 그를 기회로 당나라 군사에게 아깝게 패했다는 소문 그리고 뒤를 이어 풍 왕자의 귀국 소식을 퍼트리면서 군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백제의 중흥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무리에 합류했다.

“상잠 장군, 이제 사비성을 쳐야하지 않겠소?”

“소장이 알기로는 사비성에는 신라군은 없고 오로지 당나라 군사만 주둔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소만.”

“그야 당연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군을 상대로 전쟁할 필요 있소?”

“한번 당해서 그럽니까?”

“당해서 그렇다기보다 우리의 적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의 적이라.”

“지금 우리의 세로는 당을 상대로 전쟁을 치룰 수 없소. 다만 신라에 대해서는 별개지만 말이오.”

“그렇지요. 당나라를 상대로 우리가 무리할 필요는 없지요. 아니 오히려 당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함이 바람직하지요.”


“그런 차원에서 당과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합시다.”

“만일에 대비해서라도 그리해야지요.”

“그런 차원에서 사비성을 공격할 게 아니라 글을 보내 저들의 속을 한번 떠 보면서 대책을 논의합시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함에 따라 한편의 글을 써서 사비성의 유인궤에게 보냈다.  

‘듣건대 당나라가 신라와 서약하기를 백제인은 늙은이 젊은이를 묻지 않고 모두 죽인 연후에 백제를 신라에게 넘겨주기로 하였다 하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싸워서 죽는 것만 같겠소? 이런 연유로 우리는 힘을 합쳐 스스로 굳게 지킬 것이오.’

사절로부터 서신을 받은 유인궤가 한동안 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전쟁을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말겠다는 의미인지 도대체 가늠하지 못한 유인궤가 결국 서신을 가져온 사절에게 보충 설명을 듣고자 하는데 그 역시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백제에서 온 사절을 보내고 한참을 고민하던 유인궤가 당나라와 백제의 지난 날을 들어 항복을 권유하는 글을 주류성으로 보냈다.

복신과 도침이 함께 머물러 있다 사자가 주류성에 도착하여 서신을 가지고 객관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자의 직급이 어찌되는고?”

“그냥 당나라 병사입니다.”

“병사라고?”

유인궤의 황당한 고민 “어쩌라는 것인지?”
당고종, 본격적인 고구려 침공을 결정하다

도침이 얼굴을 찡그리며 복신을 주시했다.

“대 백제의 장군에게 병사를 사절로 보낸다니.”

“상잠 장군, 이를 어찌 해석해야 좋겠소?”

“혹시 당나라에서 우리의 위상을 떠보는 게 아닐까요?

“그런 듯합니다. 장군과 제가 백제에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고 병사를 사절로 보낸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절을 접견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당연하고말고요. 전혀 격이 맞지 않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말을 잇던 도침이 결국 수하 병사에게 격이 맞지 않으니 사절을 받을 수 없다는 지침을 주고 돌려보내라 했다.

백제의 장수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사자를 바라보며 유인궤가 다시 황당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백제의 반군들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헤아리기 쉽지 않았고 결국 그들을 힘으로 제압하기로 결정 내리고 당고종에게 다시 군사 증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백제의 폐주인 의자왕과 군대부인인 은고가 연개소문이 보낸 스님으로 가장한 자객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이 당고종에게 전해졌다.

분노에 치를 떨던 고종은 즉각 조정 회의를 소집하고 군사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접한 연개소문이 당의 대군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는 중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고종이 대군을 이끌고 스스로 고구려 침공을 진두지휘하는 시점에 신하들이 선왕인 당태종의 경우를 들어 극구 만류하고 나섰고 또 왕비인 무후(측천무후) 역시 만류하고 나서자 그를 철회했다는 소식이었다. 

아울러 당나라의 전 병력을 동원하여 여러 갈래 길로 군사를 나누어 침공할 것이라는 보고를 접했다.

연개소문이 장군들을 막사로 소집했다.

“당나라에 있는 세작에 의하면 당고종 이 놈이 친정을 포기하고 군사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보낸다 하오.”

“여러 갈래라 하면.”

고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갔다.

“임아상이란 놈이 패강도(浿江道, 황해도 지역) 행군총관으로 글필하력이란 돌궐 출신 장군으로 하여금 요동도 행군총관으로 또 백제를 정벌한 소정방을 평양도 행군총관으로 삼아 침공한다는 정보요. 또 영주(營州) 도독(都督) 정명진을 루방도(樓訪道, 요서 지방) 행군총관, 방효태를 옥저도(沃沮道, 함경남도 해안) 행군총관으로 소사업을 부여도(扶餘道, 북만주 일대) 행군총관으로 삼아 회흘(回紇 : 철륵, 위그르) 등 여러 부의 군사를 거느리고 침공을 기도한다 하오.”

“이 놈들이 본격적으로 고구려를 치려는 모양입니다.”

고문이 핏대를 세우며 둘러보았다.

다음수는?

“시간 차이만 있을 뿐이지 계획되어 있던 일이오.”

“대감, 우리는 어찌 대응해야 할까요?”

연개소문이 대답 대신 남건에게 군사지도를 가져오도록 했다. 이어 지도를 펼치고 각 지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