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반기문 광폭행보의 이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3 09:46:13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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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의지?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베이징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서 귀국한 뒤 ‘강연 정치’에 힘써왔던 반 전 총장이 해외 공식 행사로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이자 정체성인 외교분야 능력을 활용하는 모습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권도전 여부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재단법인 여시재(원장 이광재)와 중국 칭화대 지속가능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신문명 도시와 지속가능발전’ 포럼이었다.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서 “대도시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일과 교육, 의료가 집에서 이뤄지는 신문명 도시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서 포럼
도시모델 제안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는 대도시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실리콘밸리 등지서 창조적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소비 시대에는 대도시가 주인공이었지만, 맞춤 생산·소비시대에는 중소도시와 농촌이 주인공으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대도시 못지않은 지속가능한 중소 창조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신문명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반 전 총장은 아시아의 어느 도시서 신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나는 그 도시가 중국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따라 인류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문정인 전 청와대 특보와 대화 나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의 발언만 주목받은 게 아니다. 이날 포럼에는 반 전 총장을 따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포럼 주최자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을 비롯해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 600명이 참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참석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황명선 논산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류태호 태백시장, 최승준 정선군수 등 기초단체장 20여명도 함께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귀국한 그는 대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구설에 오르며 어려운 길을 걸었다.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역서 7500원짜리 표를 구매하며 1만원권 2장을 무인발매기에 동시에 투입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베이징 포럼 행차에 정치권 30명 동행
“정치는 생물” 움직임 주목하는 여의도

다음날에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미리 작성해 온 쪽지를 힐끗 본 뒤 방명록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14일에는 이른바 '턱받이 사건'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꽃동네서 노인에게 죽을 먹이는 봉사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같은 날 음성군 행치마을에 조성된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마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여러 구설에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문재인 당시 예비후보와 비등했던 지지율은 구설에 오른 후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대선 완주를 자신했었다. 반 전 총장 측 정무담당을 맡았던 새누리당 이상일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인터뷰서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0%”라며 “지켜보면 좋겠다. 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고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낸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출마 포기를 선언해버렸다. 20여일간의 짧았던 대권 행보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반 전 총장은 마지막까지 대권에 대한 꿈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캠프 측은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중도포기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불출마 선언 하루 전만해도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통합을 시도했다. 대권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의지가 엿보였던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일시적인 선언이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즉 상황과 여론이 만들어지면 반 전 총장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각계 총출동
정치권도 다수

다수의 캠프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주목할 가치는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큰 인물 아닌가”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하버드대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제니퍼 염 박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전임강사가 <월간조선>을 통해 밝힌 지난해 6월 반 전 총장의 근황에 따르면 그는 ‘안젤로풀로스 펠로우’로 선임됐는데, 이는 케네디 스쿨에 사무실을 마련해 공직 분야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전임 펠로우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그곳에서 반 전 총장은 약 2개월간 교수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했다. 귀국 후 반 전 총장은 곧바로 그해 5월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70분 동안 회동을 가졌다. 한미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이 주제였다.

회동은 문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청와대로 초대해 성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으로 풀면 되지만 외교가 걱정이다. 반 전 총장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조력을 구한다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로 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연세대서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반기문센터를 설립, 교육을 통해 지난 10년간 열정적으로 추진해왔던 인류의 행복과 건강, 평화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지난 7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하며 지켜본 어젠다를 국내에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연세대 측과 대학의 사회공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돼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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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측이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직을 맡아달라고 반 전 총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교내 의료관이나 본관 등에서 기관별로 진행하던 선교 및 봉사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개원했다.


강연 정치로
존재감 과시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강연에 매진하고 있다.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외국어대, 10월 한동대·숭실대·명지대·한국교통대, 11월 한양대·서울대, 12월 고려대, 올해 3월 대구보건대, 4월·9월 연세대, 10월 국민대 등 확인할 수 있는 강연만 10여차례 이상이다.

그 중 한국교통대는 교내에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교통대는 센터를 통해 학생 장학금 수여를 위한 기금 모금과 제2의 반기문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컬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기업과의 교류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연세대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지난 4월에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후원하는 행사서 250여명이 넘는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서도 반 전 총장은 마윈 회장, 리우송 부사장 등 중국 기업인들과 교류를 가졌다.

여의도 정치권은 대권에 대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잠룡의 도전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는 데서 기인한 말이다. 즉 대선 레이스가 막을 열었을 때 권력구조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등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있어 잠룡의 출마 의사보다 더욱 앞선다는 뜻이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차기 대권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을 들을 수 있다. 바로 북한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생활 2개월 만에 한국 복귀 왜?
차기 대권? 북한 이슈에 강한 사람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남은 임기 동안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와 통일을 완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국민들은 문정부가 다져놓은 북한과의 관계를 누가 결정적으로 풀어줄지에 관심을 보낼 것이다. 이런 예상이 여의도서 가장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권에 여전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반 전 총장 입장서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현재 자천타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사 중 반 전 총장만큼 외교적으로 성과를 이룬 사람은 없다.

반 전 총장 역시 귀국 후 계속 북한에 대한 언급을 이어오며 북한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국내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북한을 언급하며 평화의 시대로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하버드대가 개최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협상’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할 수 있다는 논리와 관련해서는 좀 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6일(현지시각) 뉴델리서의 인터뷰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통해 체제나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면 자꾸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잡으면
대권 잡는다

6월27일 ‘2018 제주포럼’에서는 “한반도 안보 및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급작스러운 결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앞서 2월21일(현지시간) 유엔안보리 회의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한 간 대화는 계속돼야만 하며 그래야만 화해와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이 강조하는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가 북한 비핵화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반 전 총장의 북한 관련 발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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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