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X-파일’ 의혹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20 09: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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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세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논란이 일파만파 거세지고 있다. 불법 사찰의 방대한 범위와 규모에 놀라는 분위기지만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왜 박근혜 이름은 없는가”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한 사찰을 벌여온 현 정부였기에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해묵은 ‘박근혜 X-파일’ 존재 유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벌여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지난 13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3개월간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 불법 사찰 대상엔 사법부(이용훈 전 대법원장), 정치권(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송영길 전 인천시장, 이석현, 남경필, 김진선, 백원우, 양승조 의원 등), 재계(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국가기관(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언론계(엄기영 전 MBC 사장), 시민단체(서경석 선진화시민연대 상임대표) 등 유력 인사 30여 명이 사찰 대상에 포함 되었던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민간인 사찰 수사로
‘박근혜 X파일’ 의혹

정·재계, 시민사회 단체 등을 막론하고 이명박 정부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견제의 대상이 된 모든 이들이 뒷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부터 이 대통령의 최대 앙숙이었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은 경선 이후에도 갖가지 사안으로 충돌했다. 흔히 ‘친박학살’로 불리는 2008년 총선공천을 놓고 불신의 벽을 키웠고 2009년엔 세종시 수정안으로 또 다시 충돌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가 다소 원만해 진 것은 2010년 8월 회동 때였다. 하지만 2011년 초 동남권 신공항 논란으로 다시 파국으로 치달았다. 당시 이 대통령 견제세력은 야당이 아닌 박 전 위원장과 친박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최소 약 3년간은 ‘살얼음판’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사찰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모두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만 사찰에서 열외 시켰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받아 들여져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사찰 유무와 그 내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만약 사찰을 했다면 왜 발표하지 않고 감추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박 전 위원장의 ‘X-파일’에 대한 언급은 숱하게 거론돼 왔지만 정확한 실체가 증명된 적은 없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지난 대선후보경선 때다. 박 전 위원장의 후보 당시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X파일’을 밝히자 이 대통령 측은 “‘박근혜 X파일’도 공개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역공을 펼친 것이다.

정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에 정치권은 요동쳤다. 이 대통령 측이 “우리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검증 자료가 있다”며 “유신시대 당시 퍼스트레이디로서 권력을 이용해 행한 모든 부도덕한 행위,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18년간 은둔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X-파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자신의 X-파일을 공개당해야만 했던 이 대통령은 매우 불쾌해 했다고 전해진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해묵은 네거티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사찰이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과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정권 초 친이계 실세들은 정권에 협조를 안 해 준다는 이유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특히 “한방이면 보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기까지 했다. 또한 한 친이 핵심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죽일 카드는 여러 개 있다. (2007년) 경선 때도 쥐고 있었지만 안 썼을 뿐이다. 그 후에도 들어온 게 많다”고 으름장을 내기도 했다.

입수경로에 대해선 “집권하면 정보가 들어오는 곳이 많다"며 ”박 전 위원장도 약점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이어 “도덕적,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힐 만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권 핵심그룹이 집권 이후 역대 정권에서 축적해놓은 자료 또는 이명박 정부 들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손에 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X-파일’ “있다? 없다?” 증폭되는 의혹
민간인 사찰 수사 결과 박근혜만 쏙 빠져 ‘왜?’ 

또한 2008년 <신동아> 5월호는 “노무현 정권이 2004년 7월경부터 국가정보원, 박근혜 태스크포스(TF) 등을 동원해 박근혜 전 위원장을 뒷조사한 100쪽 분량 ‘X파일’을 만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 딸과 사위의 20여년 부동산 보유 거래 명세 50여 건을 조회해 기록한 박근혜 X파일의 문건 일부도 실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박근혜 X-파일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룰 변경’을 주장하는 등 친이계가 총선 후 목소리를 높이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X-파일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불법 사찰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약점을 단단히 쥐는 성과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후 민간인 사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대선정국이 다가오자 또 다시 박근혜 X-파일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측은 ‘자신이 전·현 정권에서 모두 사찰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내세우며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 한 발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측의 이런 전략 뒤에는 향후 대선과정에서 본인에게 불거질 각종 의혹들이 ‘불법사찰에 의해 조작되거나 혹은 부풀려졌다’는 방어막을 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자신이 불법사찰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질 의혹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추정해볼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

박근혜 X-파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박정희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다. 박 전 위원장이 쿠데타와 인권탄압 등 유신정권의 과오에 대해 객관적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두 될 수 있다.

또한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등 박정희 시대에서 물려받은 유산도 본 게임이 시작되면 논란의 여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일명 ‘박근혜의 남자’로 알려졌던 고 최태민 전 목사에 대한 의혹도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여겨진다.

70년대 영부인 역할을 했던 박 전 위원장을 등에 업은 최 목사는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박 전 위원장이 최 전 목사 사후에도 그의 가족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의혹이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까지 최 전 목사에 대한 신뢰를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의 가족도 새로운 변수다. 동생 지만씨와 부인 서향희씨가 부실 저축은행 오너 등과의 친분 등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씨가 아들과 함께 홍콩으로 출국하자 야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주변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독특한 리더십도 ‘불통 리더십’으로 지목되면서 네거티브의 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권 초 친이실세 “한방에 보낼 수 있다” 호언
박근혜 캠프 네거티브 대응에 총력 기울일 듯

총선 후 ‘박근혜당’으로 변모하며 속속 배치되고 있는 측근들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3·5공 출신들로 구성된 ‘7인회’ 원로그룹과 ‘선진한국 민족연합’ 등 사조직은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측근들이 벌써부터 줄대기를 하며 금품관련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 측은 대선전의 최대 변수로 ‘네거티브’를 꼽으며 자신을 향한 음해와 음모론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이 직접 측근들에게 네거티브 대응을 주문하고 분야를 분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에선 네거티브 대응이 대선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친박 내에선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활동하는 게 집권 이후 행보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네거티브 업무를 서로 맡으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캠프 당시 BBK 네거티브 대응을 맡았던 인사들이 집권 뒤 중용됐던 전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네거티브 대응팀’
구성에 총력 기울여

이런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간인사찰 의혹은 특검 또는 국정조사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향후 진실규명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박 전 위원장을 뒷조사했다는 흔적이 확인될 경우 위태롭게 협조관계를 이어가던 당청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선 청와대와의 차별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청와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권이 쥔 박근혜 X-파일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청 간의 파열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대선정국을 뒤흔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릴지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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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