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받은 문재인 ‘대권플랜’ 대해부

박지원 ‘기획’ 이해찬 ‘연출’ 문재인 ‘주연’…2012 블록버스터 <운명>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시계가 벌써부터 12·19 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잠룡들의 대선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다. ‘미래권력’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선불판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특히 민주당의 앞서가는 대권주자 문재인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기관사’가 운전하는 대선급행열차에 오르자 강력한 대권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발언 수위부터 180도 확 달라진 문 의원. ‘박지원 기획’ ‘이해찬 연출’ ‘문재인 주연’의 2012 초대형 블록버스터 '운명'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의 대권플랜을 세세히 뜯어봤다.

“내가 나서야 박근혜 이긴다.”
“안철수보다 내가 비교우위에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12일 ‘대선주자초청간담회’에서 문 의원이 강력한 대권의지를 표명하고, ‘링 밖의 최강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해 첫 포문을 날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정치참여에 대해 극구 손사래를 치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권력의지가 없다던 문 의원의 옛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눈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노무현 그림자’에서
‘비욘드 노무현’으로

이를 두고 정계 안팎에서는 ‘이해찬-박지원 기관사’의 대선급행열차에 오른 문 의원이 본격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문 의원은 지난 17일 이어진 대선 커밍아웃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권플랜을 가동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른바 ‘문재인 사단’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담쟁이포럼’은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담쟁이포럼은 향후 대선정국에서 문 의원의 철학을 정립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럼을 이끌 지도부 대다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로 채워졌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포럼 수장을 맡았다. 주요 의제를 총괄하는 연구위원장에는 노 전 대통령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임됐다.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장에는 문 고문의 4·11 총선 선거구호인 ‘바람이 다르다’를 쓴 카피라이터 정철씨가 맡게 됐다. 이외에도 공지영 작가, 김용택·안도현 시인,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나는 꼼수다>의 탁현민 기획자 등이 참여한 상태다. 오는 6월 중순 이후에는 팬클럽 ‘문재인과 친구들’이 출범할 예정이다. 문재인과 친구들은 박범계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한명숙·박남춘·김태년·홍영표·이상민·김경협 의원 등 민주당의 친노 직계 30명의 의원 등은 문 의원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들은 대부분 담쟁이포럼이나 문재인과 친구들에 소속되어 대선정국서 문 의원에 대해 전방위적인 지원사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권을 이해찬 대표가 장악한 것도 문 의원에게는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 대표는 극구 정치참여에 손사래를 치던 문 의원을 삼고초려 수준으로 현실 정치권에 입문시킨 당사자다. 게다가 킹메이커인 이 대표가 그리는 대권구상이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삼각연대’란 사실은 이미 경선과정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베일 벗고 윤곽 드러낸 ‘문재인 사단’ 외곽조직 본격 가동
“성장 동반한 복지·경제민주화로 나가야…일자리가 정답”

이 대표가 문 의원을 현실 정치로 끌어들인 데는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정략적 판단이라는 것이 측근인사들의 견해다. 때문에 문 의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대권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멍석(?)이 깔리자 문 의원의 보폭도 넓어졌다. 친노세력을 아우른데 이어 ‘DJ 사람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 한 언론사에 따르면 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 의원은 지난 12일 국립현충원 DJ 묘소 앞에 화환을 놓아두었다고도 언론은 전했다. 이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DJ 묘소를 찾아 헌화하는 점을 겨냥한 구애작전이라는 분석이다.

문 의원의 판단인즉, 본격 대선정국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당의 원초적 지지기반인 호남계와 구민주계의 지지가 절실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듯 보인다. 게다가 최근 당내 호남권 인사들이 자신과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 문 의원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발언 수위도 사뭇 달라졌다. 문 의원은 본격 대선 출마선언에 앞선 지난 12일 ‘대선주자초청간담회’에서 확고한 대권의지를 밝혔다. 자신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누차 강조한 것.

문 의원은 “민주당내 경쟁력이 가장 높다”면서 “제가 (후보가) 돼야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권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것과는 상반된 발언인 셈이다. 이는 자신이 민주당내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지지율을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책비전을 제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친노세력 아우르고
DJ 사람들에 러브콜

먼저 문 의원은 대선출마 배경에 대해 자신의 경쟁력으로 정치권의 변화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심이 생산해낸 ‘문풍’으로 민심이 바닥을 치는 MB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정치권에 대한 근본적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제3의 인물이던 ‘문재인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MB정부는 서민경제 파탄과 양극화 현상 등으로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서 희망을 찾은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특히 MB정권의 국정파탄 속 국민 절망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이라고 문 의원은 지적했다. MB정권 탄생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 문 의원은 책임감과 정권교체에 대한 절실함이 남다르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대선에 출마해서 반드시 정권교체로 민주정부 제3기를 열겠다는 각오다.

문 의원은 자신의 경쟁력으로는 국정경험을 꼽았다. 그는 “참여정부의 실패와 한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참여정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의원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부산에서 당선된 것도 경쟁력으로 내세운 상태다. 이는 김두관 지사의 PK경쟁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의 경우 무소속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기간 중 여론조사를 보면 MB정권 실정으로 정부여당 공동 심판여론이 70%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자격이 없다는 여론도 64%가 될 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난 6·9 전당대회처럼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대선경선과 함께 정책·비전의 승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성장을 동반한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복지·경제민주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위해 문 의원이 내놓은 해법은 일자리다.

참여정부 실패 성찰…보수가 씌운 친노 프레임 벗어나야
‘장외 최강자’ 안철수 향해 첫 포문 날려 “이길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정신 계승 외에 별다른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현장 정책 간담회’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그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좋은 일자리 본부’ 활동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문 의원은 노동계 전문가들의 ‘정책 브리핑’을 수차례 공부했고 토론준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자신에게 쏟아질 국정운영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문 의원은 계속해서 ‘일자리 문제와 노동’을 주제로 정책토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그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분열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노로 불리는 김두관·정세균·이해찬 등이 모두 각자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친노는 실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보수 측에서 친노 프레임을 부각시켜 적전분열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내부결속을 통해 각별한 노력으로 다 같이 벗어나자”고 피력했다. 

특히 문 의원은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정치로 (원외인사에 대한 지지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외의 최강자 안철수 원장도 겨냥했다. 그는 스스로의 경쟁력에 대해 안 원장과의 비교우위에서 우세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막연하다”면서 “당 후보가 단일화 시 전통이 깊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안 원장에 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성장·복지·경제민주화
세 마리 토끼 잡을까?

하지만 본격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노무현 그림자’라는 꼬리표가 문 의원에게 따라붙어 참여정부의 과실을 뒤집어 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의 인적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친노 중심으로 재편되며 또다시 친노 프레임이라는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가 무너지며 기대이하의 성적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지지율로 표의 확장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체제로 평가받는 ‘김두관 대안론’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본격 대권본색을 드러내고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대선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한 ‘대망론의 주역’ 문재인 의원. 그는 과연 이러한 약점들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당내 예선과 본선을 거쳐 대권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그 과정과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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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