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안철수 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다다른 모양새다. 속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지만 대선 행보를 짐작케하는 상황들이 포착되면서다. ‘장외 최강자’인 안 원장의 대선출마 임박 소식은 정계를 잔뜩 긴장시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권 필패’ 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정주영·문국현·이명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이유에서다. 그 내막을 들춰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본격 대권행보에 시동 건 모양새다. 안 원장의 주변과 정치권에서 대선 출마를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먼저 안 원장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카이스트·충남대 교수를 중심으로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대선출마 ‘커밍아웃’
기다리며 칼 가는 보수
게다가 최근에 안 원장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언론담당자로 선임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유 전 관장은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비서관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에서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낸 인사다. 이처럼 야권의 주요 세력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사의 보좌역 선임을 두고 대권행보라는 분석이 따랐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부산대 강연을 재개하며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됐다. ‘대선 출사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안 원장은 일단 대선출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강연을 통해 “사회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다”면서 “지금 (해답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 중에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가 정치참여에 대해 아직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지금 우리 세대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복지·정의·평화”라고 제시했다.
안 원장은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단기간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국가로 급성장했지만 이제는 청년 실업률·자살률은 높고 출산율은 낮은 ‘불안 공화국’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가 ‘복지, 정의, 평화’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안 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선출마 선언만 없었지 사실상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한 대권행보라는 시각이 강하다. 때문의 그의 대선출마는 기정사실화 되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안철수 대망론’도 점차 무르익는 분위기다.
야권 잠룡 압도하는 지지율로 장외 최강자 등극한 ‘안’
부산대서 강연 재개 비전제시…대선 가는 길 닦고 있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대선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기 시작한 실정이다. 이른바 ‘안철수 대권 필패구도’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안 원장은 그간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는 등 사회에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는 또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 높은 도덕성까지 겸비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는 특히 그간 지속적인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희망을 심어주며 남다른 배려와 존중의 소통 방식으로 젊은 계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여기에 1500억이라는 통 큰 기부까지 이어지며 국민들의 ‘마음’까지 얻었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은 흉내내기도 어려운 업적이어서다. 하지만 장점은 모두 나왔으니 본격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어 검증으로 들어가면 안 원장의 약점 등 아킬레스건이 들춰질 일들만 남았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불린다.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역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안 원장의 지지율이 본선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 것.
안 원장의 대선 ‘커밍아웃’을 기다리며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는 보수 진영을 보면 맷집 약한 안 원장이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런 점에서 안 원장을 뒷받침해줄 막강한 조직이나 지원세력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정치는 세력 간의 다툼이 비일비재하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정치인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 정치인이 선거철 몸집불리기에 나서는 것은 이런 이유다. 특히 선거를 총성 없는 전쟁이나 혈투?혈전으로 묘사할 만큼 치열한 싸움 끝에 쟁취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힘이란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지역에 국한된 총선도 아닌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 조직 힘의 중요성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거중 조정
능력 갖췄나?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민주통합당으로 입당하기 보다는 제3의 세력을 형성하거나 시민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정계인사 일부가 안 원장 쪽으로 이동하는 눈치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거대한 정당을 능가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가 개인을 뽑기보다는 세력(정당)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안 원장이 장외에 계속 무소속으로 남아 있을 경우 지원세력의 부재로 대선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안 원장 아버지는 한 언론을 통해 “경선은 않겠다. 국민적 추대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정치권에서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어떤 형태든 치열한 경선과정을 거쳐야 한다. 혹여 안 원장으로 야권후보가 단일화가 된다고 가정해도 본선에서 만날 것으로 유력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경우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거대하고 오래된 조직들이 가장 많은 상태다. 이런 대결에서 안 원장이 불리하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현실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안 원장의 정치·정책적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 특히 정치는 대북정책 및 외교 등 국가 정책 전반에 관여한다. 때문에 다양한 정치적 경험이 없을 경우 국민적 안정감을 잃을 수 있다.
기업은 실질적인 재화와 용역을 사고파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란 사람에 관련된 추상적 행위까지 포함되며 훨씬더 폭 넓은 범위를 다룬다. 일반 국민들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집합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복잡다단한 갈등과 혼선을 통합·조정하는 그릇을 안 원장이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찍힌다. 안 원장이 이런 피플매니지먼트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인 성공전례 없어…샐러리맨 신화 MB도 국정 실패
엄친딸 박근혜·엄친아 안철수가 서민들의 바닥민심 알까?
게다가 촉망받는 기업인으로서 대권에 도전했던 정주영·문국현 등의 대선도전을 빗대보면 더욱 그렇다. 성공한 사업가로 존경을 받던 그들이 독자정치의 깃발을 들고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되고 신드롬을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정당은 모두 사라져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고 그들 역시 대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설령 현대건설의 샐러리맨 신화를 배경으로 청와대 입성한 이명박 대통령을 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유능한 기업인으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탄탄한 경험과 과정을 거쳐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기업인·행정가·정치인 등 폭넓게 체득한 이 대통령의 경우 헌상사상 최고의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권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경제대통령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경영과 공무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인이라는 얘기다.
혹여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사례를 내세워 정당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과 거대한 조직이 없었다는 예외를 들 수 있다. 특히 박 시장의 지금까지의 시정 수행 능력을 보여준 척도에 따라 기대감도 부풀고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다. 때문에 안 원장 역시 정치 경험이 전무해도 소통을 통해 국정을 잘 이끌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과거를 보면 그가 정치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수 없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를 통해 정치사회 현상을 연구하던 전략가다. 그가 대중들에게 변호사 경력만 부각됐을 뿐 엄연히 정치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던 인사였다는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시장은 안 원장과 다르다”면서 “그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까지 진행할 만큼 공무에 바삭하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재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안 원장의 경우와는 또 다른 케이스라는 얘기다. 게다가 서울시장이라는 야권의 승기가 강한 수도권에서의 승부와 다르게 대통령은 전국구 승부로서 그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 강연정치는 현실 정치와 거리가 멀다. 그 옛날 수많은 제자들이 뒤따랐던 공자·맹자 등 가치가 뚜렷하고 올바르던 현인들도 정치 지도자는 되지 못했다. 정치는 가치보다는 현실이다. 가치를 공감하더라도 이해관계가 들어맞지 않으면 선택받을 수 없고 표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망론’ 대선정국에서
유지될까? 한계 올까?
게다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라고 비판받듯이 안 원장에게도 ‘왕자’라는 비슷한 잣대가 드리워졌다. 안 원장은 소위 ‘엄친아’로 서울대 의대 진학 이후 의사, 성공한 CEO 그리고 서울대 교수 등 흠 잡을 데 없는 성공적 인생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그는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청춘의 아픔을 많이 목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어민의 어려움과 삶이 어려운 노년층의 아픔 등 고단한 바닥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한 치 앞도 예단하기 힘들다. 때문에 대세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한계론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서다. 7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오며 서서히 달궈지는 대선불판.
과연 안 원장의 초반 대세론은 무너질 것인지, 기업인이라는 한계론을 극복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