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안철수 필패론’ 막전막후

대선 길목서 ‘JY·KH·MB 망령’에 발목?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안철수 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다다른 모양새다. 속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지만 대선 행보를 짐작케하는 상황들이 포착되면서다. ‘장외 최강자’인 안 원장의 대선출마 임박 소식은 정계를 잔뜩 긴장시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권 필패’ 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정주영·문국현·이명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이유에서다. 그 내막을 들춰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본격 대권행보에 시동 건 모양새다. 안 원장의 주변과 정치권에서 대선 출마를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먼저 안 원장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카이스트·충남대 교수를 중심으로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대선출마 ‘커밍아웃’
기다리며 칼 가는 보수

게다가 최근에 안 원장은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언론담당자로 선임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유 전 관장은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비서관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에서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낸 인사다. 이처럼 야권의 주요 세력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사의 보좌역 선임을 두고 대권행보라는 분석이 따랐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부산대 강연을 재개하며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됐다. ‘대선 출사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안 원장은 일단 대선출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강연을 통해 “사회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다”면서 “지금 (해답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 중에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가 정치참여에 대해 아직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지금 우리 세대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복지·정의·평화”라고 제시했다.


안 원장은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단기간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국가로 급성장했지만 이제는 청년 실업률·자살률은 높고 출산율은 낮은 ‘불안 공화국’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가 ‘복지, 정의, 평화’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안 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선출마 선언만 없었지 사실상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한  대권행보라는 시각이 강하다. 때문의 그의 대선출마는 기정사실화 되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안철수 대망론’도 점차 무르익는 분위기다.

야권 잠룡 압도하는 지지율로 장외 최강자 등극한 ‘안’
부산대서 강연 재개 비전제시…대선 가는 길 닦고 있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대선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기 시작한 실정이다. 이른바 ‘안철수 대권 필패구도’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안 원장은 그간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는 등 사회에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는 또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 높은 도덕성까지 겸비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는 특히 그간 지속적인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희망을 심어주며 남다른 배려와 존중의 소통 방식으로 젊은 계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여기에 1500억이라는 통 큰 기부까지 이어지며 국민들의 ‘마음’까지 얻었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은 흉내내기도 어려운 업적이어서다. 하지만 장점은 모두 나왔으니 본격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어 검증으로 들어가면 안 원장의 약점 등 아킬레스건이 들춰질 일들만 남았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불린다.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역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안 원장의 지지율이 본선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 것.

안 원장의 대선 ‘커밍아웃’을 기다리며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는 보수 진영을 보면 맷집 약한 안 원장이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런 점에서 안 원장을 뒷받침해줄 막강한 조직이나 지원세력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정치는 세력 간의 다툼이 비일비재하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정치인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 정치인이 선거철 몸집불리기에 나서는 것은 이런 이유다. 특히 선거를 총성 없는 전쟁이나 혈투?혈전으로 묘사할 만큼 치열한 싸움 끝에 쟁취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힘이란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지역에 국한된 총선도 아닌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 조직 힘의 중요성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거중 조정
능력 갖췄나?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민주통합당으로 입당하기 보다는 제3의 세력을 형성하거나 시민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정계인사 일부가 안 원장 쪽으로 이동하는 눈치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거대한 정당을 능가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가 개인을 뽑기보다는 세력(정당)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안 원장이 장외에 계속 무소속으로 남아 있을 경우 지원세력의 부재로 대선국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안 원장 아버지는 한 언론을 통해 “경선은 않겠다. 국민적 추대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정치권에서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어떤 형태든 치열한 경선과정을 거쳐야 한다. 혹여 안 원장으로 야권후보가 단일화가 된다고 가정해도 본선에서 만날 것으로 유력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경우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거대하고 오래된 조직들이 가장 많은 상태다. 이런 대결에서 안 원장이 불리하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현실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안 원장의 정치·정책적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 특히 정치는 대북정책 및 외교 등 국가 정책 전반에 관여한다. 때문에 다양한 정치적 경험이 없을 경우 국민적 안정감을 잃을 수 있다. 

기업은 실질적인 재화와 용역을 사고파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란 사람에 관련된 추상적 행위까지 포함되며 훨씬더 폭 넓은 범위를 다룬다. 일반 국민들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집합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복잡다단한 갈등과 혼선을 통합·조정하는 그릇을 안 원장이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찍힌다. 안 원장이 이런 피플매니지먼트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인 성공전례 없어…샐러리맨 신화 MB도 국정 실패
엄친딸 박근혜·엄친아 안철수가 서민들의 바닥민심 알까?

게다가 촉망받는 기업인으로서 대권에 도전했던 정주영·문국현 등의 대선도전을 빗대보면 더욱 그렇다. 성공한 사업가로 존경을 받던 그들이 독자정치의 깃발을 들고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되고 신드롬을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정당은 모두 사라져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고 그들 역시 대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설령 현대건설의 샐러리맨 신화를 배경으로 청와대 입성한 이명박 대통령을 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유능한 기업인으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탄탄한 경험과 과정을 거쳐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기업인·행정가·정치인 등 폭넓게 체득한 이 대통령의 경우 헌상사상 최고의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권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경제대통령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경영과 공무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인이라는 얘기다. 


혹여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사례를 내세워 정당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과 거대한 조직이 없었다는 예외를 들 수 있다. 특히 박 시장의 지금까지의 시정 수행 능력을 보여준 척도에 따라 기대감도 부풀고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다. 때문에 안 원장 역시 정치 경험이 전무해도 소통을 통해 국정을 잘 이끌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과거를 보면 그가 정치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수 없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를 통해 정치사회 현상을 연구하던 전략가다. 그가 대중들에게 변호사 경력만 부각됐을 뿐 엄연히 정치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던 인사였다는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시장은 안 원장과 다르다”면서 “그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까지 진행할 만큼 공무에 바삭하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재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안 원장의 경우와는 또 다른 케이스라는 얘기다. 게다가 서울시장이라는 야권의 승기가 강한 수도권에서의 승부와 다르게 대통령은 전국구 승부로서 그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 강연정치는 현실 정치와 거리가 멀다. 그 옛날 수많은 제자들이 뒤따랐던 공자·맹자 등 가치가 뚜렷하고 올바르던 현인들도 정치 지도자는 되지 못했다. 정치는 가치보다는 현실이다. 가치를 공감하더라도 이해관계가 들어맞지 않으면 선택받을 수 없고 표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망론’ 대선정국에서
유지될까? 한계 올까?


게다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라고 비판받듯이 안 원장에게도 ‘왕자’라는 비슷한 잣대가 드리워졌다. 안 원장은 소위 ‘엄친아’로 서울대 의대 진학 이후 의사, 성공한 CEO 그리고 서울대 교수 등 흠 잡을 데 없는 성공적 인생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그는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청춘의 아픔을 많이 목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어민의 어려움과 삶이 어려운 노년층의 아픔 등 고단한 바닥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한 치 앞도 예단하기 힘들다. 때문에 대세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한계론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서다. 7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오며 서서히 달궈지는 대선불판.

과연 안 원장의 초반 대세론은 무너질 것인지, 기업인이라는 한계론을 극복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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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