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대웅 기자] 만약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네가지'의 멤버 개그맨 김준현(뚱뚱한 남자), 허경환(키 작은 남자), 김기열(인기 없는 남자), 양상국(촌스러운 남자)이 영화 <차형사>를 보고 개그를 짠다면 어떤 모습일까? 엉뚱한 상상이지만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김준현: 우리는 관객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각각 하나씩 도합 네 가지가 없는 네가지야!
김기열: 영화 <차형사>의 신태라 감독은 나처럼 인기 없지 않아. 비록 흥행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전작 <검은집>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특히 4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7급공무원>으로 일약 스타감독으로 발돋움했어. 다만 이번 신작 <차형사>에서 극적 개연성보다는 그저 웃긴 장면, 장면의 나열을 통해 관객들의 억지웃음을 유도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야. 하지만 뭐 어때.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 더러 있더라도 웃기기만 하면 되지. 어차피 관객들은 웃으려고 코미디 영화를 선택하잖아. 근데, 어디서 웃으라는 거야?
양상국: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촌스럽다고 뭐라 뭐라 하는데 이 영화 <차형사>를 보면 생각이 달라 질 거야. 이 영화 <차형사>의 핵심 키워드는 패션, 곧 트렌드와 코미디야. 요즘 코미디의 트렌드는 뭐니 뭐니 해도 참신함과 신선한 발상 그리고 상황과 캐릭터가 주는 웃음이야. 그런데 이 영화 <차형사>는 90년대 <유머 일 번지>를 연상케 해. 더욱이 패션쇼장이라는 배경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강지환의 유치하고 과장된 슬랩스틱과 억지스럽고 질리는 콩트 콘셉트 위주의 장면에 금세 싫증을 내고 말지. 한 마디로 코미디도 없고, 패션에 기대했던 트렌드도 없다 이거지. 아무리 그래도 마음만은 천만 관객이다.
허경환: 짧다, 짧다 아주 짧다. 나처럼. 110분이라는 러닝 타임을 다 채우기에 패션모델을 양성하는 대형 기획사와 연루 된 마약사건을 잠복 수사 한다는 스토리도 짧고, '패션 테러리스트'인 남자 주인공이 2주 만에 20kg을 감량하고 '백마 탄 왕자'로 거듭나는 캐릭터 역시 잘 생긴 배우 하나 망가트리면 된다는 식의 짧은 생각이어서 짧다. 특히 영화 <무간도>같이 '위장(언더커버)'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영화 <경찰서를 털어라>처럼 '위장'이 주는 상황적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면에서 영화의 깊이 역시 짧다. 그래도 8차선 도로에서 촬영된 버스 추격 액션과 100여벌의 디자이너 의상은 봐 줄만 하잖아. 영화가 나처럼 짧다고 보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김준현: 그래 나 뚱뚱하다. 뚱뚱하기 때문에 살을 찌웠다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안다. 강지환은 차철수를 연기하기 위해 12kg을 찌웠다가 다시 감량했다. <차형사>에 대한 강지환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차형사> 자체가 강지환의 영화라는 말이다. 제목부터가 '차.형.사'다. '강지환표 코미디', 하지만 뭔가 아쉽다. 만약 차철수 역에 영화 <빈> 시리즈의 로완 앳킨스같은 배우가 캐스팅됐다면 어땠을까. 관객들은 보다 더 쉽게 캐릭터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강지환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만화 같은 캐릭터가 ‘배우’로서 강지환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그래도 뚱보와 홀쭉이를 사이를 오가면서 열연한 강지환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 한 줄 정리
'명불허전(名不虛傳)' : 명성에 불(不)하게 허전(虛傳)한 영화
#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