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숨은 멘토단 ‘7인회’ 실체 대해부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30 16: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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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독재’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 ‘공주마마’ 옹립 나섰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배후’ 실체가 드러나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그간 여의도 정가 일부에서만 나돌던 친박 내 원로그룹 ‘7인회’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6인회(이명박·이상득·박희태·최시중·이재오·김덕룡)가 막강한 권한을 행세한 바 있어 7인회의 실체가 드러나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 되는 7인회의 실체를 낱낱이 파해쳐봤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원로그룹 ‘7인회’의 실체를 언급해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김 전 장관이 밝힌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당선자로 구성된 7인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원로급 인사가 아니라 ‘박정희 유신체제’를 이끌다시피 한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멘토
있다? 없다?

그간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배후’에 대한 ‘설’들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멘토가 누구냐’는 것.

박 전 위원장이 사석이나 비공식 회의에서 참모나 의원들로부터 건의 또는 조언을 듣고 공감의 뜻을 표명해 놓고도 다음날 이를 뒤집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자 이 같은 설들이 떠돌게 된 것이다.

친박계 핵심의원도 “분명 누군가와 의논하고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박 전 위원장에게)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배후설’에 대한 추측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던 것이다.

오래된 인물로 정윤회 전 비서실장이 대두됐다. 정 전 실장은 박 전 위원장과 수많은 염문설이 떠돌았던 최태민 목사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사위자리까지 꿰찬 인물이다.

최 목사와 박 전 위원장의 커넥션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로 최 목사의 후계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1997년 한나라당 입당과 98년 총선 출마를 도왔고 2002년 한나라당 탈당 당시에도 정 전 실장이 정치적 조언자로 박 전 위원장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관계로 지난 대선과정에 수많은 네거티브 공격을 당한 바 있는 박 전 위원장이 정 전 실장을 멘토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하마평에서 제외됐다.

끊임없이 설로만 제기되던 ‘정치적 배후’ 낱낱이 밝혀져
‘박정희의 유신체제’ 이끌다시피 한 핵심인물들 포진

박 전 위원장의 동생 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의 ‘실세설’도 한때 나돌았다. 올 초 황우여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박 전 위원장의 삼성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 서 변호사가 배석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그러나 서 변호사는 박 전 위원장이 멘토로 삼을 만큼 지식과 경륜을 지니고 있지 않아 단지 흘러가는 ‘설’로 묻혔다.

‘원로그룹설’도 있었다. 최필립·서청원·남덕우·김종인·김용환·최병렬 등으로, 이들은 박정희 시대 출신이거나 박 전 위원장이 어려웠던 시절 함께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김용환 전 장관 등은 아버지의 신임을 받던 참모출신이라는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의 신뢰는 절대적이라는 분석이었다.

부모님을 총탄에 잃은 기억이 있는 박 전 위원장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약한 편인데 수십 년 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은 이들 원로그룹에 대해선 각별하게 대했다.

차기정권에서 이들이 현직을 맡기는 쉽지 않겠지만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부는 총리 등에 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의 돌풍을 일으킨 서청원 전 대표와 김용환 전 장관의 배후설도 나왔다. 19대 총선 직후에 나온 ‘좌청원-우용환’ 설이 그것이다.

서 전 대표가 박 전 위원장과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김 전 장관은 자발적으로 찾아가 쓴 소리도 하고 건의도 하기에 나온 설이었다.

박 전 위원장도 이들의 충심을 잘 알고 있었지만 부정적 여론이 일자 즉시 소멸시켰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것이 못내 아쉬웠던 듯 싶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원로그룹 7인회의 실체를 공개하며 자신의 위상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7인회라고 부르는데 가끔 만나 식사하고 환담한다”며 그 구성원이 “나를 포함해 최병렬, 안병훈, 김용갑,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 등이다”라고 밝혔다. 또 “4·11 총선이 끝난 뒤에도 박 전 위원장과 한 번 모였다”고 말하며 저간의 친분까지 공개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4년 전 MB캠프 6인회와 비교하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6인회 멤버가 모여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했고, MB정권 내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이한구 원내대표
김용환의 작품?

 
7인회의 실질적 수장은 김 전 장관으로 알려졌다. 실제 7인회 멤버 중 선대위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인사도 김 전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은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1980년 신군부의 ‘숙정’ 대상에 올랐다가 13대 총선에 신민주공화당 공천으로 충남 보령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JP의 최측근으로 DJP연합 출범 당시 핵심적 역할을 했던 그는 1999년 자민련을 탈당했고 2001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충청권에서 약진하는데 톡톡히 한 몫 한 그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김 전 장관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동서지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정에 이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를 형성해 정책위의장에 입성한 진영 의원을 격려 방문한 것도 김 전 장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박 전 위원장을 위한 친목단체 ‘상록포럼’ 상임고문이기도 한 김 전 장관은 박 전 위원장이 현정부 실세인 이재오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 등과 대립각을 세울 때면 날 선 발언으로 상대를 공격하며 막후에서 박 전 위원장을 든든히 도와주는 역할을 해봤다.

또한 재작년 말부터 박 전 위원장에게 (좌클릭) 정책기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해왔으며 평소 “박근혜 시대가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전 대표는 유신시대 <조선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5공 출범 직후 편집국장을 거쳐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제12대(민주정의당), 제14대(민주자유당), 제15대(신한국당), 제16대(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디도스 사태의 최구식 전 의원과 BBK 검사로 유명한 최재경 검사의 삼촌으로도 유명하다. 별명은 히틀러에서 따온 ‘최틀러’다.

청와대와 정계의 요직을 거쳤고 관선 서울시장도 지낸 그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진두지휘한 한나라당 대표였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탄핵역풍을 맞고 17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정치권에서 사라졌다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며 복귀했다.

탄핵정국 당시 최 전 대표의 후임자로 박 전 위원장이 바통을 이어 받기도 했다.

의사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력 행사할 것으로 여겨져
‘유신의 딸’이라는 사실 재확인시켜주는 ‘독배’ 될 수도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은 유신 시절 <조선일보> 청와대 출입기자 당시 박 전 위원장과 교분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친정’의 ‘편파보도’에 격분하기도 했다.

현재는 도서출판 ‘기파랑’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기파랑은 보수단체 뉴라이트가 출간한 대안교과서의 출판사이기도 하다.

안 전 부사장은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었으나 박 전 위원장을 도왔단 이유로 찬밥 대접을 받기도 해 박 전 위원장이 늘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은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의 실무를 담당한 전력을 지닌 인물이다.

정수장학회의 장학생이기도 했던 그는 박정희 정권 당시 법무부 과장으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15대~17대 3선 의원으로 1992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지역감정을 조장해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을 의논했던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오히려 이 사건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런 전력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낙선대상으로 지목됐다.

김 전 장관 역시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적극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 심판 시 일종의 검사역할을 했다.

김용갑 전 의원은 육사 17기로 소령 예편한 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했으며 5공화국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6공화국에서도 총무처 장관과 민정수석을 역임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직선제 수용’을 주장한 인물이다.

5공 경력이 자랑스럽다는 자칭 원조보수로 ‘우익의 기수’ ‘대변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15~17대 3선 의원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은퇴했다.

현경대 전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한 인사로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낙천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탈당 전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복당이 승인됐고 공천장도 땄지만 결국 또 낙선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 여러모로 조언을 해주며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인물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 6선에 오른 강창희 당선자(대전 동구)의 경우 19대 전반기 국회의장이 유력시 되는 인물이다. 육사 25기 하나회 출신으로 신군부의 막내 격인 강 당선자는 1980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이후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친독재로 뭉친
화려한 경력들

이처럼 이들 7명은 단순한 원로급 인사가 아니라 박정희 유신체제를 대변하는 핵심인물들이다. “‘이명박 6인회’에는 김덕룡, 이재오 같은 인물이라도 있었지만 ‘박근혜 7인회’는 하나같이 친독재 이력을 가진 이들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따라서 “역사의 심판 받아야 할 이들이 다시 나타난 것은 박근혜 그녀가 ‘유신의 딸’이라는 사실만 재확인시켜주고 있다”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위해 뭉친 이들이 대선 정국에 어떤 파급력을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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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