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여론전문가 3인의 2012 대선 판세분석

대선 운동장도 근혜와 철수 놀이터? “돌발 변수도 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시계가 벌써부터 12?19 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잠룡들이 하나같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다. ‘미래권력’들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대선의 체감지수 역시 살짝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여야는 대선정국을 관리할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본격 전열정비에 돌입한 상태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대선불판.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누구보다 여론의 추이를 잘 파악하는 전문가 3인에게 때 이른 대선 전망을 들어봤다.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잠룡들이 저마다 출사표를 던지며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앞 다퉈 예비후보로 나서면서 팽팽한 기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점차 과열되는 열기 탓에 정치권은 벌써부터 대선정국으로 급변한 상태다. 줄줄이 이어지는 대선출마 러시로 대선지형도 역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 등 전문가 3인을 만나 대선 판세를 조심스레 예측해봤다.


“새누리는 계속해서
박근혜 대세론 견고”

그간 ‘돈 봉투 살포’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부여당에 대형 악재가 터지며 민심이 바닥을 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열린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박근혜 파워’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내 ‘박근혜 대세론’이 대선 본선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 상태다.  

윤 교수는 많은 잠룡들이 있지만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능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직 12월까지는 남아있어 돌발변수가 남아있다”면서도 “다른 잠룡의 박근혜 대세론의 역전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10?26 재보선까지 새누리의 위기였지만 4?11 총선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역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당대표-원내대표 등 친박계 인사들의 당 장악 등으로 박 전 위원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박근혜 대세론은 여권 내 대세론이다”고 한정하면서도 “새누리당의 완전한 친박체제 완성과 총선을 거치며 보수층의 박 전 위원장으로의 결집도 더욱 강화되어 당내 경선을 치르더라도 박근혜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대선주자들이 통상적으로 한두 번의 위기상황을 맞이하지만 특히

박 전 위원장의 경우 25-3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도 박근혜 대세론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 역시 박 전 위원장의 독주체제로 간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김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강원과 충북지역의 의석을 새누리당이 싹쓸이 한 점에 대해 “각종 비리 탓에 언론에서 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얘기했을 뿐 어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다 막상막하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강원?대전?충북에서 (의석을) 많이 가져갔는데 이것은 원상복귀일 뿐이다”고 단언했다. 앞서 지적한 중원지역이 민주당 텃밭이 아닌 새누리 텃밭이었다는 얘기다. 이것이 다시 새누리당으로 원상복귀 됐다는 것. 때문에 김 소장은 “물론 박 전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무조건 박 전 위원장이기에 이겼다는 것은 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내 난공불락처럼 여기지는 박근혜 대세론 탓에 당내 다른 잠룡들은 모두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상태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재오?김문수?정몽준 등 이른바 비박주자들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박연대의 파괴력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비박주자 뭉쳐도
파괴력은 약할 것”


윤 교수는 “개개인의 지지도나 당내 역학 구도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본선 경쟁력은 비박연대 후보들이 아무리 뭉쳐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 역시 “여권 내 출마선언이 많아질수록 비박주자들 간의 통제와 치밀한 전략, (통일된) 행보가 어려워 질 수 있어 오히려 연대를 약화시킬 것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최근의 비박연대의 박근혜 흠집내기나 완전국민경선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점 등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이들이 국민들에게 (시선끌기로) 부각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고 판단했다.
김 소장은 “임태희 전 실장 등이 대선 출마선언을 해도 임팩트가 안온다”면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기대감에 임팩트가 팍 온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은 그런 효과를 못 주는 상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소장은 “박근혜 흠집내기를 통해 일시적으로 튀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는 있지만 계속된 네거티브 공세는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준다”면서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의 반 정도는 따라가는 어떠한 상황을 만들어내야 구도가 잡힐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박주자들이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의 절반정도인 최소 10%-20%은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경우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박 전 위원장이 있기에 다른 잠룡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야권 잠룡들에게는 압도적인 대세론은 없는 상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야권의 잠룡들에게는 대선후보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 소장은 “야권은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면서 “손학규?문재인?안철수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1인 독주가 없어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 때문에 야권 잠룡들에게는 먼저 나서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야권 잠룡 개개인의 힘이 너무 약해 서로 눈치를 보고 몸집을 불리며 기회를 선점하려 한다는 것이 김 소장의 분석이다. 

윤 실장은 “정권심판론이 지방선거에서 최정점을 찍고 총선에서 점차 약화됐다. 때문에 친노의 간판과 심판론 만으로는 대선에서의 위력 발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민주당 주자들은 새로운 정치변화의 기류를 담아내지 못하기에 당 외에 있으면서 새로운 국민적 갈망을 담아낸 안철수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지지층이 중도층과 무당파가 핵심이지만 진보성향 유권자들도 자신 지지의 한축이기에 민주당과의 연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야권 입장에서는 박근혜 아성을 깨고 파괴력을 선보인 안 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게다가 안 원장 역시 대선을 향한 보폭을 늘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안 원장의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대선 출마를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한 언론은 안 원장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카이스트·충남대 교수를 중심으로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지난 4?11 총선에서 예상 밖 부진으로 사실상 대권에서 거리가 멀어진 한 인사의 외곽조직 인사들이 안 원장 쪽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종빈 “외부 자극 취약해 본격 후보 검증국면서 안철수 약화될 수도”
김미현 “비박주자 출마해도 임팩트 없어…박근혜 대세론 견고할 것”
윤희웅 “민주당 안철수와 연대 불가피…안철수 선택지는 4가지 있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김 소장은 “킹과 킹메이커 둘 다 본인이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모델로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의 경선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기서 지면 킹메이커하고 이기면 대선에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윤 실장 역시 야권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점과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권력의지를 표명한 점, 최근 대선행보로 보기에 충분한 정치적 행보를 보여준 점 등으로 미루어 안 원장이 대선에 어떤 형태로든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윤 실장은 안 원장의 정치참여 방식을 두고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한나라당에 있다 민주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른 ‘손학규 모델’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시민통합당을 발족해 민주당과 통합한 ‘혁신과 통합 모델’이다. 이는 안 원장이 정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력을 형성해 민주당과 다시 한 번 통합할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세력은 아니지만 개인으로 범야권 후보와 경선했던 ‘박원순 모델’이고, 마지막이 막판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한 ‘정몽준 모델’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 실장은 “혁신과 통합 모델은 안 원장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정몽준?박원순 모델 쪽으로 갈수록 무임승차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윤 교수는 안 원장의 정치참여 가능성을 확신하면서도 대선후보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상태다. 윤 교수는 “안 원장은 정당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면서 “맷집이 강한 정치인도 힘든 본격 검증국면에서 비정치인인 안 원장이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CEO나 교수 출신들의 약점은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 소장 역시 “안 원장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인기는 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국정철학과 외교전략 등에서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다른 정치인들은 그나마 검증을 거쳤다. 때문에 그의 생각을 잘 모르는 국민을 위해 (참여한다면) 출마선언을 빨리 해서 국민들에게도 검증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6월정도 발표해서 검증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밖의 대선 변수들에 대해 김 소장은 “청와대가 박근혜 위원장의 눈치만 보고 있다. MB는 말만 대통령이지 권력으로서의 영향력이 쇠잔한 상태다. 지금쯤 박근혜랑 얘기가 돼야한다. 자칫 잘못하면 안 그래도 국민들에게 독재 이미지가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

정치적 환경과 본인 이미지를 견고화 시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무당파 중도파 등 외연 확장이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면 돌반 변수들이 어느 때고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이중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새누리당 분당에 대해 윤 교수는 “정당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기에 새누리당이 깨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도 “깰 경우에는 어떤 승산이 있어야 깰 것이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문제로 그렇게 흔들리며 대안으로 이회창 후보가 나왔지만 한나라당은 깨지지 않았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당이 깨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깨서 얻는 득이 유지해서 얻는 득보다 커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대선 출사표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야권의 상황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야권연대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대선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기에 북한의 불안정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수 있고 통합진보당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야권연대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실장은 “대선은 1%의 득표율도 중요한 상황이기에 민주당이 통진당의 강경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요식적인 연대, 또는 낮은 수준의 연대를 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이는 정책연대가 아닌 후보단일화라는 상징적 연대만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라고 전망한다.

잠룡들이 본격 손을 들고 나오기 시작하며 점점 뜨겁게 달궈지는 대선 운동장. 특히 만만치 않은 내공을 녹인 승부수가 예측되며 여야 모두 잠룡들의 대선행 티켓 확보를 위한 피 튀기는 혈전이 예고된 상태다. 과연 어느 잠룡이 대선티켓을 확보하고 파란기와집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온 국민의 관심이 정치권으로 쏠리는 요즘이다.

<윤종빈 교수 프로필>

▲현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미래정치연구소 소장
▲현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 

<김미현 소장 프로필>

▲전 KSOI 소장 역임
▲전 동서리서치 소장 역임
▲현 서울 마케팅 리서치 소장

<윤희웅 실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졸
▲전 경기개발연구원 정책분석팀 연구원
▲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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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