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망론’ 가로막는 아킬레스건 ‘다섯’

‘발톱’ 드러낸 검증단의 ‘칼날 검증’ 시작됐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정치인들은 과거행적에 발목 잡히며 낙마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상대 측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흠집 내는 네거티브 공방전은 하나의 선거전술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리고 점점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해가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공세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점차 가열되는 대선불판 속 문 고문의 발목 잡는 아킬레스건을 살펴봤다.

여기저기서 대선 출사표가 속속 던져지며 대선불판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게다가 과열되는 열기 속에 유력 후보들에 대한 공세에도 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칼날검증을 앞둔 상태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지지 않은 문 고문이지만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 잡아서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5월이면 정국에 불어 닥치는 ‘노풍’을 등에 업은 ‘문풍’을 미리 차단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노풍’에 노심초사
기선제압 나선 보수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을 본격 검증대 위에 올려놓고 과거행적을 속속 파헤치겠다는 결연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그의 과거 변호사 시절의 경력이 가장 먼저 올랐다. 문 고문이 과거 동의대 방화?살인사건인 ‘5?3사태’ 범인들을 변호한 경력이 1차 공격타깃이다.

5?3사태는 지난 1989년 5월3일 시위 중인 동의대 대학생들이 복도에 인화물질을 뿌려놓고 화염병을 던져 진압경찰관 7명이 화재로 사망한 대참사다. 때문에 당시 운동권 학생들을 변호한 경력을 들어 문 고문의 좌파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그해 1월 동의대 한 교수가 입시부정사건을 폭로하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로 촉발됐다. 그해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하여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더욱 강경해졌다. 이에 전경 5명이 이 시위를 진압하려다 학생시위대에게 붙잡혀 동의대 중앙도서관에 감금당했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중앙도서관에 진입했고, 학생들은 신나를 뿌려놓고 화염병을 던지면서 경찰 7명이 불에 타 죽고 1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동의대 학생 71명이 살인과 방화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그중 31명이 무기징역에서 2년에 이르는 실형을 받았다.

당시 문 고문은 가해자인 학생들을 변호하며 전경 살인을 방화치사로 낮추었다. 게다가 DJ정권이던 지난 2002년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는 5?3사태 관련자 46명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했다. ‘방화·치사 등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살인에 고의가 없었으며 화염병의 사용도 그때의 통상적인 시위방법이었다’는 이유로 재해석되면서다. 때문에 민주유공자로 국가 보상금을 받는 것을 두고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페스카마15호?동의대 5?3사태 변호 경력…극좌로 내모는 ‘보수’  
특전사 출신에 색깔론에서 해방되나 했는데…표 확장성 걸림돌

이러한 문 고문의 변호경력은 보수진영의 타깃 1순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뿐더러 문 고문의 중도성향을 벗겨내고 좌파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서다. 문 고문이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군복무를 했던 전력으로 레드콤플렉스에서 자유롭다고 인식된 상태다.

즉 무당파와 중도세력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좌파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표의 확장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의 연방제 통일에 대한 찬성 발언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12일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고문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연방제 통일’을 ‘희망’이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 공격하고 있는 것.


현행 헌법 영토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이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연방제 통일 등 반역적인 방법의 통일 시도를 차단하는 조항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이 MB정부가 과거 좌파정권과 달리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며 이는 종북세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는 상태다.

특전사 출신 문에
레드콤플렉스 심기

문 고문이 최악의 선상 살인사건으로 기록된 ‘페스카마호 15호 사건’을 변호한 경력도 끄집어내진 상태다. 지난 1997년 8월2일 새벽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호 15’가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을 지날 무렵 조선족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조건과 한국인 선원들의 폭력에 반발해 선상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조선족 선원들은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피의자 6명은 같은 해 12월 1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4월 2심 항소심에서 주범을 제외한 5명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며 같은 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문 고문은 이 재판의 2심부터 조선족 선원들의 변호를 맡았다.

문 고문은 “이들(조선족 선원들)이 고기잡이 경험이 없어 일이 서툴렀고 당시 일반화돼 있던 선상폭력이 평등주의가 강한 중국의 사회주의 문화와 달라 멸시와 모욕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변론했다.

이 사건에 대해 최근 문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조국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면서 “페스카마 15호 사건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사건’을 계기로 조석족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1월 외국인 노동자 입국 자격이 완화되고 지문 날인을 철폐하는 조취가 취해졌다. 현 정부 들어 다시 부활했지만 참여정부 당시 입국했던 외국인 정보는 없는 셈이다.

수원사건의 범죄자 오원춘의 경우도 이러한 케이스다. 때문에 이러한 불똥이 참여정부 인사이자 과거 조선족을 변호했던 경력이 있는 문 고문을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제 통일 발언 공격 받아?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 솔솔
노무현은 문재인의 최고의 정치적 자산이자 최대 아킬레스건

문 고문으로서는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도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대목이다. 문 고문이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하던 지난 2003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의 부탁을 받고 유병태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수감 중)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정부에서 두 번의 민정수석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던 문 고문은 당시 최고 실세로 볼 수 있는 위치다. 


때문에 문 고문의 전화 한 통으로 금감원은 2003년 11월 제재심의를 하면서 일부 경영진을 감봉 등 경징계하는 선에서 끝내버렸고, 부산지방검찰청은 박연호 회장 등 주식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했으나, 박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앞서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문 고문이 당시 담당자인 유 국장에게 전화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해명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지난 4월5일 유 전 국장이 2003년 8월 문 고문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되며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지난달 21일 유 전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유 전 국장은 당시 문 고문의 전화에 대해 “청탁전화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부연설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갖가지 아킬레스건 뚫고
대선까지 문풍 발휘할까?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초특급 권력비리형 사건에 백 없고 힘없는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본 모럴헤저드의 전형이다. 때문에 보수의 텃밭이던 PK지역 민심이 MB정권에 등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보수진영이 기어코 문 고문을 끌어들이고 싶은 사안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본격 대선정국에 돌입하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 같은 사건은 문 고문을 겨냥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무엇보다 문 고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참여정부의 과실이 될 전망이다. 그에게 ‘노무현 향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그들이 노 전 대통령의 약점들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한 상태다. 보수진영에서 최근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 돈 상자’와 한미FTA?제주해군기지 등의 사안에서 입장을 번복하자 문 고문을 정조준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때문에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참신하다고 평가받는 문 고문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세는 더더욱 집요해질 전망이다.

문 고문이 향후 이 같은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 보수진영의 공세를 잘 차단하며 대선정국에서 계속 ‘문풍’의 파괴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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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