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①] ‘돌아온 전략가’ 민병두

“‘박근혜=무능’ 입증해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환상 깨주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11 총선 격전지 가운데 한곳이었던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서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그는 5선을 노리는 정계거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로써 민 당선자는 약 30년간 민주세력의 집권을 허락하지 않았던 불모지에 깃발을 꽂으며 실질적 설욕에 성공했다. ‘돌아온 전략통’ 민 당선자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마침내 동대문이 열렸다. 30년간이나 민주개혁세력의 진출을 허락하지 않던 불모지 중의 불모지인 동대문을 지역에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깃발을 꽂으면서다. 민 당선자는 지난 18대 국회 입성 실패 후 원외에서 절치부심 바닥민심을 살피다 19대 총선을 통해 권토중래한 것.

앞선 여론조사에서 동대문을 지역은 민 당선자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민 당선자가 압승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변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홍준표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며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역전의 주역’ 민 당선자. 그는 1970~8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군사독재투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민주화 투사다. 그는 민주화의 길이 열린 후 언론사 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기획단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의석 획득이라는 의회권력 압승이었고, 민 당선자 역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진 18대 대선에서도 그는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지만 결과는 정동영 후보의 참담한 패배였다. 때문에 민 당선자는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1979년 이후 30여년 동안 민주세력의 진출을 허락지 않은 불모지 동대문을에 자진해 몸을 던지며 대선 패배를 속죄하고자 했다. 

당시 그는 보수표가 결집한 동대문을에서 홍 전 대표에 아쉽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지만 민 당선자는 원외에 머물며 4년에 걸쳐 하루 10시간씩 주민들과 교류하며 바닥민심을 이 잡듯이 샅샅이 훑었다. “동대문에서 민병두를 만나면 택시기사들은 미터기도 켜지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이를 방증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설욕에 성공한 민 당선자는 19대 국회에서 지속 가능한 보편적 복지국가건설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는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이번 4?11 총선이 사실상 민주당의 패배라는 평가에도 부산?경남?울산에서의 지역과 2030이라는 세대에서 표의 확장성을 확인하며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놓고 있지 않다.


이어 민 당선자는 지난 총?대선에서 ‘전략통’ ‘기획통’으로 활약했던 만큼 상대 대선후보에 대한 날선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다가오는 19대 대선에서 ‘박근혜=무능’이라는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아버지에 대한 향수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완전히 깨부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민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4선의 거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압승했다. 당선소감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그만큼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강하다는 것 아닌가? 강진에서 앰뷸런스 타고 온 유권자,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와 투표한 할머니, 자신의 무릎수술 날짜를 연기해서까지 투표하신 동네 주민분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주었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이 30년 가까이 의회권력을 잡은 곳이다. 1979년을 마지막으로 33년 만에 실질적 설욕이다. (저라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일군 승리가 아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변화에 대한 열정이 전염병처럼 퍼지며 마음을 모아준 것이 감사하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원외에서 어떤 구상을 했는지?

▲우리나라는 산업화하는데 20년 걸렸고, 민주화에도 20년 걸렸다. 이제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목표다. 때문에 (19대 국회에 입성하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지혜의 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밑그림을 그렸나?


▲19대 국회에 들어가서 민주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 정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민주당에서 서울시장을 배출하니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반값이 됐다. 또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면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제1법안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과반의석 확보 이후 그렇게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의석이 늘어난 민주당에 의해 어떤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실상 MB집권 4년 동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도태됐다. MB정부의 지지율 이탈도 여기서 시작됐다고 본다. 따라서 저와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법안과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재벌들이 침입 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등 하나씩 차근차근 변화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 측에서는 이 정도면 빨리 잘 극복했다는 입장인데.

▲표면적인 수치상만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 체질개선에 대한 내용적인 면은 문제투성이다. MB정부의 성장?재벌?수출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은 IMF 당시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개혁세력의 30년 불모지 동대문을에 깃발 꽂은 기획통
“MB정부의 언론정책은 파시즘적…조??동 부메랑 맞을 것”

-이번 총선은 사실상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이런 중요한 선거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참패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데.

▲집중이 되면 이길 수 있는 곳에서 보수가 효율적으로 잘 결집한 것이다. (우리가) 그럴 수 있도록 빌미를 준 것도 있고, 박근혜라는 도구가 위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다. 우선 우리 내부에서는 MB심판이라는 프레임을 최대한 작동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 국민은 선거 때면 변화와 희생을 요구하는데 많은 변화와 희생이 있었음에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들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부산?경남?울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또 수도권에서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왔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본다. 영토의 재확장이란 점과 세대의 재결집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잘 안고 가면 대선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한명숙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냐 권한대행 체제냐를 놓고 당 내부에서 또다시 잡음이 불거졌었는데.

▲중요한 것은 비대위든 권한대행체제든 국민의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고 한다면 비대위냐 권한대행이냐를 따지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구성된 지도부는 빨리 대통령 후보군을 등판시키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전대를 조기에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당권은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는가?

▲어떤 인물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산?경남?울산에서의 영토의 재발견과 세대의 재결집이라는 차원에서 확실하게 그 영토와 세대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지도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안철수 원장 영입을 놓고 많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자꾸 (안 원장의) 영입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입지를 쪼그라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vs 박영선’ 구도의 재탕을 얘기하는 것이다. 또다시 민주당 리그를 하나마나한 경선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 안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자신의 확장성’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민주당에서 영입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안 원장이 끼는 것에 대해 개의치 말고 안 원장은 안 원장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뛰어가며 박근혜 위원장과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

“안철수 영입 10?26 재탕되는 것…신경 쓰지 말고 나가야”
“부산?경남?울산의 영토 확장과 2030세대에서 가능성 봤다”


-눈높이를 지역구에만 국한시키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고 ‘전략통’으로 꼽힌다. 다가오는 대선을 어떻게 치를 생각인지.

▲정책선거라고 한다면 계층과 지역을 아우르는 공약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전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 같은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나씩 풀어야할 숙제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위원장은 모든 것이 드러난 후보다. 특별히 네거티브를 가져갈 것은 없지만 박 위원장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과 독재라는 역사의식에 갇혀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아버지처럼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리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바로 박 위원장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규정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그가 얘기했던 것이 일관성이 없고, 현실성이 없었다는 것을 통해 ‘박근혜=무능하다’는 실상을  확실하게 규명할 생각이다.

-기자생활을 오래했다. MB정부의 언론정책은 어떻게 보는지?

▲거의 파시즘적이다.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훼손시킨 재앙과도 같은 정권이다. 어떤 형태든 역사가 보복할 것이다. 역사가 보복한다는 것은 심판대에 세워 처단한다는 의미보다 훗날 조중동 자체가 경영적인 면 등에서 스스로 화를 안았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자생활을 오래 하면서 터득한 것인데, 기자는 매일매일 세상을 조금씩 바꾸다시피 한다. 하지만 세상을 크게 바꾸는 것은 정치다. 그런 점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다수당이 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한 20년의 시간을 잡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쨌든 소수당이 된 것이 아쉽다. 19대 국회에서는 우리시대가 나아가고자하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계속 의제화하고 공론화 해나갈 생각이다.

 


<민병두 당선자 프로필>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졸업
▲문화일보 정치부장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장
▲제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선거 전략기획본부장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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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