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불감증’ 극심한 MB정부 실태

‘촛불’ 보고 놀란 MB, 저항의 불씨만 보여도 짓밟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무차별 사찰 논란이 정국을 휘감으면서다.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에 ‘MB개입설’까지 더해져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규명과 사과 한마디 없이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거세다.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 실태를 들여다봤다.

무차별 불법사찰 파문으로 MB정권이 초토화된 모양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가 계속되면서다. 총체적 국기문란으로 규정된 사찰파문에 현 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은 최고조에 이르렀단 목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정권에 날을 세운 인사들의 사생활 밀착감시가 두드러져 반MB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사찰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MB정부에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무차별 사찰파문
MB정권 초토화 

장 전 주문관의 첫 양심고백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일 한 언론사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그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무차별 불법사찰에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증언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서류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텅텅 비자 신문지를 구겨서 채워 넣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지휘라인에 ‘EB(당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가 포함된 업무분장표가 책상 유리 밑에 깔려 있었는데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윗선’들이 돈으로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이) VIP에 보고가 됐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배가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KBS 새노조가 사찰정황이 담긴 문건 2619건을 공개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은 공직 비위에 대한 추적 수준을 넘어 사생활 밀착감시 내용이 기록됐다.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의 불륜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도청과 미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상태다.

MB맨들 줄줄이
수사라인 요직에

당시 현 정권에 각을 세웠던 KBS?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21> 편집장 등 언론인과 김유정?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갑원 전 의원 등 이전 정권의 인사들도 모두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사찰 대상에 순수 민간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사립학교 이사장?서경석 목사?서울대병원 노조?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공직과 상관없는 민간인임이 명백한 사람과 기관이 포함된 것.

이 같은 무차별적 사찰은 MB정권 출범 초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이후 두드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보부재와 상황판단 미숙으로 촛불사태를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때문에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차별 사찰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즉 촛불사태의 트라우마로 인해 MB정부가 저항의 불씨를 짓밟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장진수?KBS새노조 메가톤급 폭로에 MB정권 치부 드러나
MB정권에 날 세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 사생활 밀착감시

야당은 맹공을 퍼부으며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특히 불법사찰에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관여했다는 것과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찰 문건이 두 군데 대량으로 있다고 밝히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계속해서 사찰은 있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논점을 흐리는 양상이다. 설령 과거 정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현 정부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불법계좌추적까지 이뤄졌다는 말까지 흘렸고 통장사본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청와대는 추가 폭로를 통해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며 이전 정부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사찰파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지만 불법사찰을 지시한 몸통을 밝힐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차 수사 당시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 있고, 당시 수사라인이 여전히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MB정권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정부적인 입장을 지닌 인사들의 불법사찰에 이어 전 국민적 눈과 귀를 장악하려는 종편 출산 역시 방송의 공공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MB의 막강한 아군 생산에 종편은 최대의 과제였던 것. 때문에 MB정권이 여론 편중을 위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해 종편출산에 매진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2009년 거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시키며 종편의 단초를 마련했다.

꼼수와 반칙, 특혜가 난무한 막강한 정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지난해 12월 종편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권과 보조를 맞춘 보수신문들의 방송진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에서 대국민적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개국 100일이 넘도록 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방송 출산에 이어 여론의 쏠림을 기대했던 MB정부는 기존의 방송장악 역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김재철?구본홍 등의 인사가 줄줄이 KBS, MBC, YTN에 내려 보냈다.

정권과 보조 맞춘 종편 출산…국민의 눈귀 막고 여론편중 노려
‘미네르바’ 구속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 정점 찍어

게다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에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MBC의 경우 김재철 사장이 2010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두 번째 총파업으로 반쪽짜리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MBC 뉴스 기자들과 함께 MBC직원 대부분은 이런 조롱 받는 뉴스와 우편향적인 방송사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면서 올초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 두 달 넘게 파행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KBS와 YTN 등 다수의 언론사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MB, 상습적인
민주주의 역행

MB정권의 민주주의 역행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다. 촛불단체 누리꾼들을 이 잡듯 수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또 집회현장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을 근거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저항의 싹을 자르겠는 의지다. 누리꾼 미네르바 구속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2008년 7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게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라더스의 위기를 예측했다. 실제로 보름 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들려오는 등 실제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자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미네르바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미네르바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1월7일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박씨를 긴급체포 구속수감하였다. 이 사건은 2009년 4월2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미네르바가 풀려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촛불에 크게 데여 놀란 MB정부는 애초에 저항의 불씨를 짓밟으려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 갖가지 꼼수들을 부렸다. 하지만 다시금 경제위기 및 날치기로 밀어붙인 한미FTA의 발효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제2의 촛불의 암운이 드리워진 실정이다. 수세에 몰려 민심을 짓밟으려 하기 전에 민심이 천심임을 알고 떠받들려는 자세가 MB정부에게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