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유신의 딸’ 부각되는 내막

그땐 그랬었지! ‘불법사찰’은 그 아버지(박정희)가 원조 맞아!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새누리당 일각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불똥’이 박근혜 위원장을 향하면서다. 공동실정을 이유로 ‘이명박근혜’로 엮인데 이어 독재의 유산인 불법사찰이 박 위원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유신의 딸’ 이미지를 동반 부각시킨 까닭이다. ‘현재권력’인 MB의 부양을 자처하며 손발을 맞추다 벌어진 계산착오에 박 위원장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양상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MB 내곡동 사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파문’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야권연대 파열음과 공천 잡음에 휘말리며 새누리당에 다시 반전의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내친김에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가며 한미FTA 및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한 야권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야권 십자포화로
‘이명박근혜’ 찰떡공조

이에 ‘정권심판론’이 점차 희석되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감싸고 부양까지 자처했다.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 탈당에도 직접 나서 선을 그은 것.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140석+알파까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텃밭인 영남권의 싹쓸이와 충청과 강원에서 선전한데 이어 수도권에서 최소 40~50석 이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러한 예상이 맞아떨어질 경우 새누리당의 제1당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장밋빛 희망까지 품었다. 게다가 당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대세론’이 부활해 대선까지 자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코앞의 총선을 두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며 다시 당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쇄신의 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천 후보자들의 말썽이 이어지면서다. 부산 사상구에 공천된 손수조 후보는 연일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고, 문대성 후보의 논문표절이 일파만파 확산된 상태다.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 불법사찰 파문에 재점화 전전긍긍
변하는 PK민심에 박근혜 4번째 ‘부산행’…초조함에 발길 잦아져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도 계속해서 실언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야할 김재철 MBC 사장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투표 종료 전 선거방송 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젊은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한 비대위원은 “공천이 끝난 뒤부터 매일같이 한 석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무엇보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튀어나오며 새누리당이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도 다시금 불붙은 상태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이어 KBS 새노조가 2619건의 불법사찰 내부문건을 폭로하면서다. 메가톤급 폭로는 정국을 단숨에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찰은 계속해서 있어왔다며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되레 야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사찰 파문을 덥석 물고 이전 정부를 공격하는데 가세하며 완전하게 이 대통령과 한 몸이 됐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MB정권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참여정부 겨냥하다
스텝 꼬여버린 공주님

때문에 물타기에 동승한 박 위원장 역시 수세에 몰리며 스텝이 꼬이는 양상이다.

불법사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 와서 ‘MB책임론’으로 떠넘길 수만은 없어서다. 그간 레임덕에 허우적대는 이 대통령을 껴안으면서까지 보수층 결집에 심혈을 기울여온 상황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이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설 경우 보수층의 분열로 더 큰 혼란만 자초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박 위원장으로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거세게 요구했던 이 대통령의 탈당압박을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회한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자신 역시 ‘사찰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눈치다. 하지만 야권에게는 오히려 공격거리를 하나 더 제공한 셈이다.

불법사찰은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이자 유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자주 행해지던 대표적인 악습으로 사실상 박 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원조 격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이 여세를 몰아 ‘유신의 딸’인 박 위원장이 사찰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야권은 ‘독재’를 강조하며 일방통행 행보를 보인 현 정부의 실정책임에 ‘이명박근혜’로 싸잡아 정부여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역시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강행하며 여론에 반하는 사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지난 4일 대전지역 합동유세에 나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원하는가 아니면 국민이 승리하는 대통령을 원하는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명박 독재가 횡행할 때 박근혜는 대체 무엇을 했나? 부자감세와 4대강, 언론악법을 밀어붙이지 않았나”면서 “그런데도 지금 박근혜는 자기가 피해자라고 말한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동업자이다. 같이 책임져야할 사람, 심판의 대상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대권 위해 ‘MB 부양’ 떠맡다 ‘불법사찰 덫’에 같이 걸려든 박근혜  
야권 ‘이명박근혜’ 싸잡아 비판하며 십자포화…박근혜 대권 비상  

이로써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불붙으며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의 위력도 반감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PK(부산?경남)지역에서 불고 있는 야풍의 강도도 심상치 않다.

앞서 부산저축은행사태와 동남권 신공항 전면 백지화로 정부여당에 대한 PK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거물급 잠룡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필두로 야권이 표심흡수에 나서며 야풍이 확산되는 상태다.

전국적으로 선거유세를 지원하는 박 위원장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4번이나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발길이 잦은 것도 야풍 확산에 대한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처럼 부산지역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별반 효과가 없는 상태다.

되레 상대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되며 앞서가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인 것. 이처럼 집토끼 잡는 데에도 안간힘을 써야하는 박 위원장으로선 속이 타들어간다는 목소리가 엄살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중요한 선거이다. 박 위원장이 조기등판을 자처해 위기에 처한 당을 진두지휘하며 총력전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곤경에 처한 박 위원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집토끼’ PK민심
잡기도 빠듯해져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야권 역시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최대한 이슈화해 총선 이후 대선정국까지 그대로 이어갈 태세다. 청문회 및 특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 야권은 특히 총선 후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PK지역에서의 야풍의 강세도 심상치 않아 대선을 바라보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그야말로 똥줄이 타들어가는 심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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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