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특집>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下)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거울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ㆍ11 총선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지난호(846호)에 이어 두 번째로 살펴봤다.

새누리 제1당 예측 못해, 민주 압승 전망 어려워 비상
은평을 ‘친이’ 이재오 ‘친노’ 천호선 대결…혈전지 급부상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다시 여야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이처럼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판세 속 혈전지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들은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여야 거물급들의 출사표로 단숨에 격전지로 떠오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된 강남을, ‘BBK 맞수’들이 격돌하는 동대문을 지역 등을 살펴봤다. 또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대문갑과 안개지역구로 꼽히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구로갑ㆍ영등포을 격전지도 들여다봤다.

이들 지역 못지 않은 지역이 바로 친이와 친노의 대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은평을이다. MB정부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실세가 공천을 받은 만큼 이 지역구는 MB정부 레임덕 가속화와 친이계 와해, 정권심판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는 타격을, 임기말 MB정부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수성에 실패할 경우 MB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여권 내 친이계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천 후보가 깃발을 꽂는다면 총선정국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의 조직 확대는 물론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 후보가 낙선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유 대표의 대선가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때문에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두 후보 간의 팽팽한 맞대결은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서울 중구 역시 정치인 2세들의 맞대결이 성사되며 격전지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에선 6선의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3선 의원인 정진석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에서는 8선의 정일형 박사 손자이자 5선의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진석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란 풍부한 국정경험을, 정호준 후보는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워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구는 지난 6차례 총선에서 3승 3패의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접전지역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혈투가 총선정국을 더욱더 뜨겁게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텃밭은 이제 옛말?
더욱 치열해진 샅바싸움

서울 마포을에서는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의 강용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세 후보의 피 튀기는 혈전이 총선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며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역대 전적은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강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판세는 지난 10년간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정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지난해 마포을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두 후보를 뒤쫓는 강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 의혹 제기 등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동시에 인지도도 상승해 선거막판에 의외의 선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던지며 선거 판세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와 박남춘 민주통합당 후보가 뛰고 있는 가운데 4선 중진인 이윤성 후보와 성하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지지층이 갈리면서 친노계인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 성 후보가 뛰어들면서 남동갑은 이제 네 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남동갑은 소래포구와 남동공단, 논현신도시 등이 함께 있어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인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됐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는 3차례 구청장 경험으로, 높은 공약실천력을 박 후보는 참여정부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이 후보는 KBS 앵커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경력을 각각 앞세웠다. 특히 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세와 인물론보다는 지역개발 공약의 차별화가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의 전주 완산을 지역구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현정부에서 농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로 출마해 지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광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정치신예인 이상직 후보가 나섰다.

불모지 개척에 도전하는 새누리 이정현과 민주 김부겸
대구 중구·남구 ‘현역’ 배영식-‘왕차관’ 박영준 성적 관심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무소속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후보들 간의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후보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에 출사표를 내던졌고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선다.두 후보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 결과가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간판’을 들고 세 번을 광주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지역 기반에 대해서도 이 후보 못지않다는 평이다. 지난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후보는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힘써온 점이 강점이다.

대구 수성갑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와 적진에 뛰어든 3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광주의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면 민주당에서는 대구의 김 후보가 지역타파에 도전하며 역시 전국적인 시선이 쏠려있는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시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세가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소속 출사표가
4ㆍ11 변수로 부상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는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김희국 후보를 공천하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와 박영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동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사표가 줄을 이으며 총선 판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상태다. 배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을 밀실야합 등에 의한 ‘사천’이라고 규정하고 공천 심판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리며 텃밭을 다졌던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소속 카드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협의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약진할 경우 여당의 표심이 분산되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단숨에 격전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공천 역시 수차례 번복을 거듭하며 막바지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배ㆍ박 두 후보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만큼 선전하는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