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특집>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下)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거울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ㆍ11 총선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지난호(846호)에 이어 두 번째로 살펴봤다.

새누리 제1당 예측 못해, 민주 압승 전망 어려워 비상
은평을 ‘친이’ 이재오 ‘친노’ 천호선 대결…혈전지 급부상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다시 여야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이처럼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판세 속 혈전지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들은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여야 거물급들의 출사표로 단숨에 격전지로 떠오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된 강남을, ‘BBK 맞수’들이 격돌하는 동대문을 지역 등을 살펴봤다. 또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대문갑과 안개지역구로 꼽히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구로갑ㆍ영등포을 격전지도 들여다봤다.

이들 지역 못지 않은 지역이 바로 친이와 친노의 대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은평을이다. MB정부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실세가 공천을 받은 만큼 이 지역구는 MB정부 레임덕 가속화와 친이계 와해, 정권심판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는 타격을, 임기말 MB정부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수성에 실패할 경우 MB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여권 내 친이계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천 후보가 깃발을 꽂는다면 총선정국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의 조직 확대는 물론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 후보가 낙선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유 대표의 대선가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때문에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두 후보 간의 팽팽한 맞대결은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서울 중구 역시 정치인 2세들의 맞대결이 성사되며 격전지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에선 6선의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3선 의원인 정진석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에서는 8선의 정일형 박사 손자이자 5선의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진석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란 풍부한 국정경험을, 정호준 후보는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워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구는 지난 6차례 총선에서 3승 3패의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접전지역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혈투가 총선정국을 더욱더 뜨겁게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텃밭은 이제 옛말?
더욱 치열해진 샅바싸움

서울 마포을에서는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의 강용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세 후보의 피 튀기는 혈전이 총선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며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역대 전적은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강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판세는 지난 10년간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정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지난해 마포을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두 후보를 뒤쫓는 강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 의혹 제기 등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동시에 인지도도 상승해 선거막판에 의외의 선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던지며 선거 판세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와 박남춘 민주통합당 후보가 뛰고 있는 가운데 4선 중진인 이윤성 후보와 성하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지지층이 갈리면서 친노계인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 성 후보가 뛰어들면서 남동갑은 이제 네 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남동갑은 소래포구와 남동공단, 논현신도시 등이 함께 있어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인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됐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는 3차례 구청장 경험으로, 높은 공약실천력을 박 후보는 참여정부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이 후보는 KBS 앵커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경력을 각각 앞세웠다. 특히 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세와 인물론보다는 지역개발 공약의 차별화가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의 전주 완산을 지역구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현정부에서 농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로 출마해 지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광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정치신예인 이상직 후보가 나섰다.


불모지 개척에 도전하는 새누리 이정현과 민주 김부겸
대구 중구·남구 ‘현역’ 배영식-‘왕차관’ 박영준 성적 관심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무소속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후보들 간의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후보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에 출사표를 내던졌고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선다.두 후보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 결과가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간판’을 들고 세 번을 광주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지역 기반에 대해서도 이 후보 못지않다는 평이다. 지난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후보는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힘써온 점이 강점이다.

대구 수성갑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와 적진에 뛰어든 3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광주의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면 민주당에서는 대구의 김 후보가 지역타파에 도전하며 역시 전국적인 시선이 쏠려있는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시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세가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소속 출사표가
4ㆍ11 변수로 부상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는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김희국 후보를 공천하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와 박영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동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사표가 줄을 이으며 총선 판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상태다. 배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을 밀실야합 등에 의한 ‘사천’이라고 규정하고 공천 심판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리며 텃밭을 다졌던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소속 카드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협의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약진할 경우 여당의 표심이 분산되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단숨에 격전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공천 역시 수차례 번복을 거듭하며 막바지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배ㆍ박 두 후보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만큼 선전하는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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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