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특집>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下)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거울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ㆍ11 총선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지난호(846호)에 이어 두 번째로 살펴봤다.

새누리 제1당 예측 못해, 민주 압승 전망 어려워 비상
은평을 ‘친이’ 이재오 ‘친노’ 천호선 대결…혈전지 급부상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다시 여야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이처럼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판세 속 혈전지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들은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여야 거물급들의 출사표로 단숨에 격전지로 떠오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된 강남을, ‘BBK 맞수’들이 격돌하는 동대문을 지역 등을 살펴봤다. 또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대문갑과 안개지역구로 꼽히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구로갑ㆍ영등포을 격전지도 들여다봤다.

이들 지역 못지 않은 지역이 바로 친이와 친노의 대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은평을이다. MB정부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실세가 공천을 받은 만큼 이 지역구는 MB정부 레임덕 가속화와 친이계 와해, 정권심판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는 타격을, 임기말 MB정부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수성에 실패할 경우 MB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여권 내 친이계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천 후보가 깃발을 꽂는다면 총선정국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의 조직 확대는 물론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 후보가 낙선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유 대표의 대선가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때문에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두 후보 간의 팽팽한 맞대결은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서울 중구 역시 정치인 2세들의 맞대결이 성사되며 격전지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에선 6선의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3선 의원인 정진석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에서는 8선의 정일형 박사 손자이자 5선의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진석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란 풍부한 국정경험을, 정호준 후보는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워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구는 지난 6차례 총선에서 3승 3패의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접전지역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혈투가 총선정국을 더욱더 뜨겁게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텃밭은 이제 옛말?
더욱 치열해진 샅바싸움

서울 마포을에서는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의 강용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세 후보의 피 튀기는 혈전이 총선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며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역대 전적은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강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판세는 지난 10년간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정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지난해 마포을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두 후보를 뒤쫓는 강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 의혹 제기 등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동시에 인지도도 상승해 선거막판에 의외의 선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던지며 선거 판세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와 박남춘 민주통합당 후보가 뛰고 있는 가운데 4선 중진인 이윤성 후보와 성하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지지층이 갈리면서 친노계인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 성 후보가 뛰어들면서 남동갑은 이제 네 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남동갑은 소래포구와 남동공단, 논현신도시 등이 함께 있어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인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됐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는 3차례 구청장 경험으로, 높은 공약실천력을 박 후보는 참여정부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이 후보는 KBS 앵커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경력을 각각 앞세웠다. 특히 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세와 인물론보다는 지역개발 공약의 차별화가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의 전주 완산을 지역구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현정부에서 농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로 출마해 지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광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정치신예인 이상직 후보가 나섰다.


불모지 개척에 도전하는 새누리 이정현과 민주 김부겸
대구 중구·남구 ‘현역’ 배영식-‘왕차관’ 박영준 성적 관심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무소속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후보들 간의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후보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에 출사표를 내던졌고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선다.두 후보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 결과가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간판’을 들고 세 번을 광주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지역 기반에 대해서도 이 후보 못지않다는 평이다. 지난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후보는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힘써온 점이 강점이다.

대구 수성갑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와 적진에 뛰어든 3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광주의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면 민주당에서는 대구의 김 후보가 지역타파에 도전하며 역시 전국적인 시선이 쏠려있는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시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세가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소속 출사표가
4ㆍ11 변수로 부상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는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김희국 후보를 공천하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와 박영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동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사표가 줄을 이으며 총선 판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상태다. 배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을 밀실야합 등에 의한 ‘사천’이라고 규정하고 공천 심판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리며 텃밭을 다졌던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소속 카드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협의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약진할 경우 여당의 표심이 분산되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단숨에 격전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공천 역시 수차례 번복을 거듭하며 막바지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배ㆍ박 두 후보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만큼 선전하는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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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