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명박-박근혜 ‘밀월관계’ 속내

‘이심박심(李心朴心)’ 궁합 척척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껄끄럽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매끄러워진 모양새다. 그간 한 이불을 덮고 있으면서도 서로 선을 그어왔던 두 사람.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에 나선 양상이다. 이제 ‘아’하면 ‘어’하고 찰떡공조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 서로에게 손을 뻗치는 두 사람의 속내를 캐봤다.

총선 패하면 MB 만신창이 박근혜 대권가도 빨간불
공천파동 진화나선 MB…낙천 친이계 불출마 선회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탈당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랬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미래권력’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양을 자처하면서다. 계속해서 이 대통령의 탈당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 이 대통령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해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화답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다급해진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야권 역습 나선 MB
박근혜 가세로 공조

그간 이 대통령은 잇따라 터진 악재로 인해 레임덕에 빠져 수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역습이 시작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본격 정국 현안에 정치권을 비판하고 입법에 제동을 거는 등 공세를 취하면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등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날을 세웠다. 참여정부시절에는 찬성하더니 지금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의 과거 발언록을 직접 낭독까지 하며 입장번복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묶어서 “이전 정부에서 국가경제와 미래안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며 “지금 반대하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한 분들인데 이제 와서 같은 분들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선거철이라 전략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여기에 박 위원장도 가세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이어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야권에 맹공을 퍼부은 것.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추진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 현안에 대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다르면 책임 있는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친이 낙천자들 불출마
MB 입김 작용했나?

여기에 청와대를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던 보수언론들도 힘을 보탰다. 야권의 말 바꾸기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한 것. 특히 20대 청년 비례대표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으로 보수세력은 한목소리로 맹공을 펼치며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어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역대 정부 말기 때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 삶의 어려운 점이 해결됐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탈당 압박을 받는 이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당직을 갖고 있으면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없고 탈당해야만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이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으니 저렇게 하는 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탈당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 대통령은 게다가 “박근혜 대세론은 들어봤는데,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박 위원장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공천 명단은 여기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후보가 서울 중구에 출마하고,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서울 노원병에 낙점되는 등 친이계 인사들의 전진배치가 이뤄진 것. 앞서 김희정·정진석·김연광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도 공천장을 따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주게 됐다.

한미FTA·제주해군기지 말 바꾸기 야권에 날선 공방 
박 치켜세운 MB, MB 부양나선 박…보수결집 효과 

그간 ‘친이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계 인사들의 집단탈당 예고로 시끄러웠던 당도 일순간에 정리됐다.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반박(反朴)의 깃발을 들 것이라는 예측은 무위로 돌아간 것.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던 친이계의 진수희·권택기·이경재 의원 및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불출마 선언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리와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고, 이후 정 전 총리는 “‘비박(非朴)연대’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그동안 박 위원장은 ‘과거 청산’ 발언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에게 선을 그어왔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MB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다. 이어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코앞의 총선에
손발 척척 맞아

이어진 새누리당 초기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다. 야권에서 공격하던 정권심판론이 상당히 희석됐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자 야권에서는 다시금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현 정권에 대한 바닥치는 민심에 박 위원장이 휩쓸려 갈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이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공천에 MB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서 ‘공천학살’ 반발로 무소속 출마 및 연쇄탈당이 예고된 바 있다. 이는 당의 분열 위기와 더불어 박 위원장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때문에 한 전문가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공천 후유증인 탈당 도미노를 막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내친 친이계가 공천학살이라는 명분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거 생존할 경우 박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가뜩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또 박 위원장은 대선의 전초전인 이번 총선에서 밀리면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계속해서 선을 그으며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경우 이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박 위원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 카드 정도는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 마지막 해에 총선필패로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지면 각종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손발을 맞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밀월

또 두 사람은 정권심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띄워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갈리는 쟁점으로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압박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의도대로 총선정국이 무난히 전개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다시 불거진 MB정권의 악재 탓이다. 특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과 진술이 튀어나오면서 야권의 치열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14일 사찰 증거인멸에 대해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해 재수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현재로선 형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 역시 모처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에겐 불리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총선이 불과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권심판론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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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