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제2의 등골브레이커가 나타났다. 한 자루에 30~50만원을 호가한다는 '백금샤프'가 서울 강남지역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욱이 부모들은 새학기를 맞아 백금샤프에 자녀들의 이름을 새겨 넣어 선물하고 있다. 문제는 비단 샤프뿐만이 아니다. 초고가 지우개, 명품가방, 필통 등이 서민 학부모들의 한숨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백금샤프 논란은 뜨겁다. "내 돈 내고 내 아이 학용품 사준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의견과 "한국사회 명품병이 아이들에게 도지고 있다"며 경계하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찬성, "내 돈 내고 내 아이 학용품 사준다는데 뭐가 문제?"
반대, "명품 쓴다고 애도 명품 되나? 아이들 미래 걱정된다"
새학기가 시작됨에 따라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학용품 구입에 나서고 있다. 필기구부터 실내화 주머니, 책가방에 이르기까지 사야할 것도 많다. 그런데 최근 강남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백금샤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일제로 알려진 이 샤프는 한 자루에 30~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존의 일반 샤프가 1000~2000원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하지만 한 자루에 5~6만원 하는 샤프는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 필수 아이템이 된지 오래며 학부모들은 백금샤프에 자녀의 이름까지 새겨 넣어 선물하고 있다.
제2의 등골브레이커
이밖에도 성인들이 쓰는 소형 명품 배낭을 책가방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2004년 당시 부각됐던 14만원짜리 구찌 지우개와 30만원대 구찌 필통, 7만원대 에르메스 연필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마저도 품절이 되어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학교 주변 문구점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이런 필기구로 필통을 채우려면 50만원이 우습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금샤프에는 제2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고가의 노스페이스 점퍼가 유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이 초등학생에까지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디 doh_m****는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행태들이 아이들의 자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부모들의 환장할 명품에 대한 동경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니 미래가 걱정될 뿐이다"고 말했다.
아이디 py5****는 개인 블로그에서 "사랑하는 자기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돈보다 더 귀중한 게 있다는 교훈을 심어 주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jk012****도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나중에는 샤프 끝부분을 루비로 치장시켜서 학교를 보내고 그걸 본 다른 아이는 샤프 뚜껑에 사파이어를 달아서 쓸 것이다"며 "제3, 제4의 등골브레이커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명품 샤프 쓰면 공부 1등이라도 하냐" "몽당연필의 소중함을 모르는구나"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본인이 명품 되나요? 마음씨가 명품이 되야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부분 '내 돈 내가 쓰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아이디 no1qk****는 트위터를 통해 "자기네가 번 돈 쓴다는데 남들이 왜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치면 몽블랑, 이태리나 프랑스의 명품 만년필 쓰는 것도 다 논란이 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그런 심리가 문제다"고 말했다.
아이디 sally****는 블로그를 통해 "남이 백금을 쓰든 다이아를 쓰든 무슨 상관이냐"며 "막말로 내가 신사임당으로 뒤를 닦겠다 해도 외부인은 신경을 꺼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초등생 백금샤프는 좀 과하긴 한건 사실이지만 비싼 샤프를 쓴다고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집안 경제력도 되니 좋은 것 쓰는데 문제가 될까요?" "깡패짓 하면서 뺏은 것도 아닌데 비난은 옳지 않다" 등의 반응이 뒤를 이었다.
부모의 잘못인가?
한편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른들의 무차별적 명품 소비 행태를 아이들이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부 어른들의 명품 집착을 모방하는 아이를 주변 친구들이 쉽사리 따라해 붐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