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이재오 손잡은 박근혜 진짜 ‘속내’

‘대권’ 위해 미운X 떡 하나 더 준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박 위원장은 그간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며 사실상 MB정부와 선을 그은 상태였다. 그런 박 위원장이 뜻밖에도 MB정부의 최고 실세에게 공천을 떡하니 안겨준 것을 놓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위원장에게 이 의원의 공천은 ‘양날의 검’이 될 공산이 크다.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틈만 나면 서로 으르렁대며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두 사람.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의원의 손을 잡은 박 위원장의 진짜 속셈은 과연 무엇일까?

좌장 공천’으로 친이계 집단탈당·정치보복 차단 노림수?
‘양날의 검’으로…‘MB 심판론’에 불 지피는 계기 될 수도

새누리당이 지난달 27일 1차 공천명단을 발표함과 동시에 당내 공천진통이 시작됐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서울 은평을 공천을 두고서다.

특히 정홍원 공직자후보자추천위원장(공천위)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최종 의결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1차 명단을 공개했다.

그간 MB정부의 ‘실세 용퇴론’ 방침을 내보였던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등은 공천위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이에 비대위는 공천위에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공천위는 이 의원의 공천을 강행하며 당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솥밥 먹지만 불안 불안

이 의원의 공천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실렸을 것이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1차 공천 확정자를 결정하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재오 공천’을 용인한 셈이다.


이에 김 위원은 지난달 28일 “박 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어제 같은 회의는 이해가 안 간다. 미리 각본을 정해놓은 것을 뭐하러 회의를 하느냐”고도 했다. 김 위원은 공천위의 이번 결정은 박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확신했고 사퇴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공천위는 이 의원이 나온 은평을이 단수신청 지역인데다 이 의원이 도덕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높게 나왔다고 공천 사유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 의원의 공천에 대해 지난달 29일 “공천 기준을 놓고 볼 때 야당은 정체성 공천 또는 코드 공천이라고 한다면 우리 새누리당은 도덕성 공천, 일꾼 공천이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공천위의 결정사항이라 누가 자의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도 언급했다.

비대위와의 대립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한 공천위의 결정에 대해 ‘고유권한’임을 존중한 것이다. 철저히 중립을 통해 더 이상의 갈등 증폭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해왔던 박 위원장이 쇄신을 스스로 뒤엎는 공천명단을 발표하자 비판이 들끓고 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KBS 라디오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MB정부와의 차별화에 부심했다.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 발언은 이 의원의 공천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진 것. 이 의원은 지난 4년간 사실상 정권의 2인자 노릇을 하며 MB정권을 이끌어온 핵심 중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이 의원과 박 위원장은 그간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 흡사 ‘견원지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쩔 수 없이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단 한시도 박 위원장과 대립각을 푼 적이 없었던 것.

실제로 이 의원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반대했다가 옥살이를 해 박 위원장과는 좋지 않은 인연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수시로 박 위원장을 겨냥해왔던 것.


앙숙관계 속에서도 박 위원장이 이 의원을 품고 가자 정치전문가들은 박 위원장이 대권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 의원은 집단탈당할 수 있는 친이계의 좌장격 인물이다”면서 “때문에 공천학살로 인해 친이계가 집단탈당을 불사할 경우 당내 분열로 박 위원장의 대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친이계 구심점의 이 의원에 대한 공천으로 집단탈당과 정치보복을 차단한다는 계산이다.

또 박 위원장의 당내 인적 쇄신도 중요하지만 당장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권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1석이 소중한 마당에 경쟁력 있는 이 의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친이계의 도움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의 성격도 짙다. 다시 말해 ‘화합공천’이라는 얘기다.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계파를 초월해야 한다. 가뜩이나 야권의 잠재 대선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여권의 분열은 그 자체로 대선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비대위 등의 거센 반발에도 친이계 좌장인 이 의원을 공천한 데에는 그런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공천으로 박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나마 통합과 화합의 이미지도 구축한 상태다.

박근혜, 쇄신보다 대권?

하지만 이 의원의 공천은 향후 박 위원장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의원의 출마는 수도권에서의 ‘MB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그간 ‘내곡동 사저’ 논란 및 ‘친인척·측근 비리’ 등 대형악재가 봇물처럼 쏟아지며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안 그래도 민심이 정권심판을 벼르는 마당에 이 의원의 공천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 이 의원 공천의 후폭풍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박 위원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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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