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검찰 수사 ‘돈 봉투 사건’ 의혹 넷

‘선배’라 봐줬나? ‘여당’이라서 봐줬나? “아님 뭔가 켕겨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요즘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숱한 비판에도 눈 하나 꿈적 않는 모양새다.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속속 드러나는 살포 정황과 잇따른 증언에도 '피라미'만 잡고 ‘대어’들은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금권정치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세간의 시선이 쏠려있음에도 어김없이 뚝심(?)을 발휘한 것. 변죽만 울리다 종결된 검찰수사에 의혹만 더욱 증폭된 양상이다. 권력 앞에서 부러진 칼날 탓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짚어봤다.

이른바 ‘고승덕 폭로’로 정국을 뒤흔들었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난 21일 마무리됐다. 새해 벽두 새누리당이 수사의뢰서를 제출해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된 지 48일만이다.

고승덕 의원은 지난달 8일 검찰에 직접 출두해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박희태 전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지난 9일 한 언론사에 ‘고백문’을 보내며 돈 봉투 살포에 대한 확인사살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검찰은 눈앞의 몸통을 제대로 지목도 못한 채 ‘허당’에 가까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되레 의혹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배달꾼’ 안병용만 구속
검찰, 윗선 봐주기 논란

검찰은 지난 21일 그간 ‘윗선’으로 지목된 박 전 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박 전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고 모두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검사는 “전대 직전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은 박 전 의장 측에서 나온 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차장은 하지만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통해 구의원들에게 건너간 현금 2000만원에 대해 “박 전 의장의 관여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의혹 1. 정황증거에도 돈 봉투 받아먹은 인물 단 한명도 못 찾아
의혹 2. 돈 봉투 살포한 ‘뿔테남’ 곽씨 외 검은돈 배달꾼 없었나?

검찰은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과 돈 봉투 살포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박 전 의장의 비서 고씨에 대해서는 사건 개입 정도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달랑 ‘검은돈 배달꾼’에 불과한 안 위원장만 구속 기소 된 채로 사건은 서둘러 매듭지어졌다.

정 차장은 “검찰총장의 말씀에 따르면 환부를 도려내는 스마트한 수사, 국민적 관심 사안을 신속히 종결 처리했다”고 자평했다. 또 현직 국회의장 기소는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에 비판 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정황상 상당한 개연성과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핵심인물들에 대해 불구속 기소에 그치며 ‘윗선 봐주기’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검찰이 윗선들의 솜방망이 처벌에 ‘공직사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에 엄격한 법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검찰은 윗선들 모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입맞춤’의 빌미까지 제공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돈 봉투 지시자인 ‘몸통’은 제대로 지목하지 못한 채 배달꾼에 불과한 안 위원장만 구속함으로써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이처럼 ‘속빈 강정’이 따로 없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의혹만 더욱더 무성해진 모양새다. 먼저 고 의원 외에 돈 봉투를 받은 인물은 단 한 명도 찾아내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의혹의 대상이다.

힘들게 잡은 핵심인물
‘뿔테남’ 곽씨 부실수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2008년 당시 친이계로 분류된 새누리당 의원이 100여 명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박 의장 캠프에서 고 의원 한 사람에게만 돈 봉투를 전했을 리 만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검찰은 고 의원에 전달된 돈 봉투 300만원과 안 위원장이 살포를 지시한 2000만원 외에 다른 돈 봉투의 존재를 전혀 찾아내지 못한 것.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다른 의원실에 돈 봉투가 뿌려졌을 것으로 볼만한 정황증거는 한 둘이 아니다.

‘뿔테남’ 곽씨에게서 돈 봉투를 직접 받은 고 의원의 전 여비서 이모씨는 쇼핑백에 같은 봉투가 여럿 들었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고 의원은 기자회견 당시 “자신이 받은 돈 봉투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가 잔뜩 있었다”고 말해 더 많은 검은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게다가 안 위원장에게서 돈 봉투 살포를 지시받은 한 구의원이 순번이 매겨진 당협위원장 명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19번부터 49번까지 돈 봉투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1~18번은 다른 누군가가 전달했을 것이다”고 폭로했다.

박 전 의장 자신도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많은 사람을 한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에도 검찰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곽씨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직접적 증거나 진술이 없는 한 실제 수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만 강조했다. 스마트한 수사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관련자들 ‘입’만 쳐다본 수사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곽씨 외에 다른 돈 봉투 배달꾼이 있었는지도 풀리지 못한 대목이다. 다수 의원들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돈 봉투를 돌려야 했다면 분명히 다른 전달자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곽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아 자신의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게다가 검찰은 어렵게 곽씨의 정체를 밝혀냈지만 조사는 단 한 번, 그것도 3시간에 그쳤다. 진술서를 확인하는 시간 등을 빼면 검찰이 곽씨를 겨우 2시간 남짓 조사한 셈이다. 진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인정한 검찰이 정작 핵심인물인 곽씨에 대해 부실한 수사진행으로 의혹을 키운 꼴이다.

검찰이 ‘검은돈’에 대한 자금출처와 자금 조성 인물에 대해서도 밝혀내지 못한 점도 의문이다. 박 전 의장의 마이너스통장 1억5000만원, 라미드그룹 수임료라는 2억원 등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의장이 2008년 7월 1일과 2일 자신의 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인출한 1억5000만원 중 일부가 고 의원실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이 하나은행 띠지로 100만원씩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2000만원의 경우 끝내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은 안 위원장 등 관련자들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검찰이 핵심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의장의 전 비서 고씨는 한 언론사에 투척한 ‘고백문’을 통해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라고 썼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압력에 의해 허위진술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혹 3. 스마트·스피드 수사 자평한 검찰 검은 돈 조성배경 못 밝혀
의혹 4. 친절한 검찰 ‘윗선’에게 증거인멸과 입 맞추기 시간 줬나?

이러한 고씨의 고백이 나온 일주일 뒤에라야 검찰은 비로소 김 전 수석을 소환조사했다. 게다가 ‘박희태 캠프’의 재정·조직 담당자였던 조 정책비서관이 고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고씨를 접촉하고, 해외순방 중이던 박 전 의장 측과 여러 차례 국제통화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꾸준히 ‘말맞추기’를 하려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음에도 이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증거인멸ㆍ입맞춤 시간
제공한 ‘친절한 검찰’?

이 같은 수사결과에 야당의 비판도 거세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정치검찰에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수사팀이 국회의장 공관으로 ‘출장수사’를 가서 ‘의장님’이라고 호칭하는 수사가 제대로 된 수사였을 리 없다”고 맹공했다.

문정림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검찰의 윗선 봐주기라는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법정에서 돈 봉투 살포의 규모, 출처, 사용처 등이 명백히 밝혀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갈 때까지 간 막장검찰의 고의적 직무유기를 개탄한다”며 성토했다.

정치권 돈 봉투 살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임을 고려하면 검찰의 수사결과가 초등학생도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맹탕이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결과가 부실한 까닭에 대해 한상대 검찰총장-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상호 공안1부장이 김 전 수석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기에 예견된 결과였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검찰이 돈 봉투 살포에 대한 의혹을 뿌리 뽑지 못한 채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간 상태다. 법정에서 명명백백히 시시비비가 가려져 금권정치라는 정치권의 악습을 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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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