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들 혓바닥’에 탈출구 전면봉쇄 된 박희태의 말로

초반엔 ‘희태희태’ 했는데 후반은 ‘위태위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화려한 정치적 이력이 죽을 쑤는 양상이다.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고씨’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은 ‘돈 봉투 살포’ 용의자로 박 전 의장을 지목했고 이어 고명진 전 비서가 확인사살을 이어갔다. 이제 박 전 의장은 빼도 박도 못할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에 탈출구마저 전면 봉쇄된 상황이다. 이제 그의 말로는 검찰의 칼날 앞에 간당간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고승덕 ‘돈 봉투 살포’ 용의자 박희태 지목
고명진의 진술번복에 급물살 탄 검찰 수사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엔 본인이 ‘돈 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이제 ‘당 대표→6선 의원→국회의장’으로 화려하게 정치이력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됐다. 특히 박 전 의장은 중도 퇴진한 역대 5번째 국회의장에 이름을 올리며 불명예 퇴진 명단에 합류하게 됐다.

“김효재에 다 보고했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박 전 의장의 고행은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달 8일 검찰에 직접 출두해 “지난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폭로했다.

그간 공공연히 정계 안팎에서 떠돌던 ‘전당대회 돈 선거’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되자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 전 의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폭로가 더해졌고, 검찰이 돈줄의 흐름을 밝혀내며 박 전 의장은 난관에 봉착했다.


박 전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지난 9일 <동아일보>에 편지를 보내 고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 사실을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것.

고씨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고 의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받은) 돈은 내가 썼고 누구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해왔다.

하지만 고씨는 편지에서 “정작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씨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해명했다.

<동아일보>가 "누구를 지칭하느냐"고 고씨에게 묻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며 “그분이 처음에 고 의원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여기까지 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김 수석을 지칭한 것.

여기에 검찰은 박희태 캠프 측이 전당대회 직전 5000만원 상당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전대 직전 라미드그룹(구 썬앤문그룹)으로부터 소송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수임료 1억원 가운데 우리은행 1000만원권 수표 10장 중 4장을 박 전 의장의 집사로 불리는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2008년 6월말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확인한 것.

별도의 1000만원도 당시 박희태 캠프 공식회계담당자였던 함모 보좌관에게 넘어가 현금화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의장 캠프 측은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미심쩍은 돈 1억원을 받았고, 이 돈이 전당대회 직전 현금으로 바뀌어 고승덕 의원과 안병용 은평구 당협위원장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폭로들이 더해지며 박 전 의장은 지난 9일 결국 사퇴로 불명예 퇴진에 이르렀다. 지난 9일 박 전 의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으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라”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건의 책임 당사자임을 처음으로 자인한 셈이다.

디도스 특검도 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의장의 사퇴만으로 사태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수사내용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수석 역시 박 전 의장과 비슷한 시기에 검찰 소환조사를 통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앞서 박 전 의장은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전격 구속된 상태다. 검·경 수사결과 박 전 의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가 완전 걷힌 것은 아니다. 게다가 디도스 사건은 이제 특검으로 넘어갔다. 때문에 특검의 결과도 박 전 의장으로서는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본격 박 전 의장의 검찰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 불고 있는 ‘실세 용퇴론’이 탄력 받을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의장은 개국공신이던 6인회의 한 사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정치인생 말년에 박 전 의장은 이제 검찰 소환 통보에 귀 기울이며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 그의 말로는 ‘안 봐도 비디오’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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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