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율 급상승의 비밀<대해부>

‘문풍’ 4월의 ‘돌풍’ 되어 12월 ‘청와대’ 상륙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운명’이라고 했던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돌풍'을 넘어 '박근혜 대세론'까지 위협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는 문 고문은 어느덧 ‘안철수 대안’으로까지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본격 정치에 발을 담근 문 고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시 불어 닥친 ‘문풍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안철수의 오락가락 화법에 공고한 문재인으로 민심 기울었나?
문 야권통합 이끌고 PK공략 진두지휘하며 정치적 보폭 확대

본격 선거철이 도래하자 국민적 관심사가 정치판에 쏠리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 이래 잠룡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며 관전 흥미까지 더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강력한 기세로 치고 나와 이제 대권경쟁은 박근혜-안철수 양자구도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앞서 문풍은 이미 한차례 정치권을 강타한 바 있다. 하지만 문 고문이 극구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수그러드는 듯 했다. 이제 문 고문이 본격 정치권에 진입하자 문풍의 파급력이 배가되는 양상이다.

정치권 강타한
파죽지세 ‘문풍’ 

문 고문은 지난 6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지지율 양자대결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앞섰다.


양자대결에서 문 고문이 44.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44.4%를 얻은 박 위원장을 0.5%P 차이로 따돌린 것. 전문가들은 비록 오차범위여도 문 고문이 처음으로 박 위원장을 앞서며 야권의 대선구도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자대결 구도에서는 박 위원장이 31.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21.2%, 문 고문이 19.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기서도 전문가들은 야권 후보단일화 시 상황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바로 안 원장과 문 고문의 지지세를 합치면 40%를 넘는 수치를 보여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자대결에서 문 고문이 27.6%를 기록하며 35.9%를 얻은 박 위원장과 8.3%의 한 자릿수 격차로 좁혀졌다. 양자대결에서 문 고문은 42.8%로 45.6%를 기록한 박 위원장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없어도 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마저 드러낼 정도다. 다시 한 번 정치권을 파죽지세로 강타하는 문풍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먼저 안 원장이 정치참여에 모호한 화법으로 야권 지지자들에게 상대적 불안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문 고문으로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안 원장의 대안으로 문 고문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안철수, 재단 출범과 함께
정치참여 빗장도 열어놔

게다가 안 원장이 정치참여를 두고 오락가락한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 고문은 본격 현실정치에 발을 내딛은 것도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문 고문이 자기 정치를 시작하며 권력의지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그간 문 고문은 정치참여에 극구 손사래를 치며 권력의지와 일정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실제적으론 시민통합당을 발족시켜 제1야당인 민주당과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그는 또 4월 총선에서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여기서 당선돼 PK(부산·경남)지역 흥행을 이끌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12월 대선에서도 PK 공략을 진두지휘할 기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 고문이 아직 대권출마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자기정치를 시작하며 권력의지를 점차 강화하고 있고, 그것이 ‘문재인 대망론’으로 이어지며 지지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분석했다.

문 고문은 청렴한 이미지와 과거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군복무를 했던 전력이 보태지며 대중적 인기도 높은 상태다. 이에 현정부 실세들과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에 분노가 컸던 국민의 눈에 깨끗한 이미지를 갖춘 문 고문이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민주통합당 1·15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노세력의 약진으로 친노인사들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넓어졌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격인 문 고문은 대선에 대해 묵묵부답임에도 그의 대권행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는 관측도 힘이 실린다.

특히 총·대선이 겹친 올해 선거는 임기 말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이 짙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 이의 연장선상에서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가진 문 고문이 주목받게 됐다는 시각도 제기된 상태다.

유권자들 MB정부 학습효과로 참여정부 상징 문재인에 주목?
‘문풍’의 파워테스트는 4월 총선에서…부산 표밭다지기 심혈

전문가들은 ‘문풍은 4월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출마하는 문 고문이 선거에 승리하면 그 바람은 박 위원장의 대항마로서 강력한 파괴력을 갖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문풍이 거품처럼 금방 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의 지지율이 여전히 위력적임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향후 행보도 문풍의 성장세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고문이 박 위원장을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지난 6일 안 원장은 기부재단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은 정치참여 가능성을 다시 열어놓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 원장은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내가 정치에 참여하고 안하고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평생 고민을 해 온 사람이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가능성을 열어 둔 것.

이날 안 원장이 정치참여에 상당한 여지를 둔 것이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안풍의 위력이 여전한 상태이고, 여기에 기부재단 출범이 플러스 요인이 되어 지지율 상승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게다가 박 위원장의 지휘하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공천개혁과 당 쇄신에 성공해 선전하면 안 원장을 지지했던 무당파나 중도 보수세력이 박 위원장의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 30%라는 단단한 보수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쉽게 완패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총선불출마로 기득권 포기라는 메가톤급 자기쇄신과 희생적 결단으로 다시 민심을 흡입할 가능성도 크다.


박근혜 희생적 결단
민심 재흡입 가능 높아 

이처럼 거물급 인사들의 굵직한 행보에 문풍의 파급력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고문은 우선 대선은 신경 쓰지 않고 PK지역에서의 총선 승리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문 고문 측은 “문 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과 PK지역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최근의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 행보에 도움은 되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대권행이 3파전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잠룡들이 뒤엉키며 지지율은 한층 더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죽지세로 정치권을 강타하는 문풍은 총선으로 그 위상이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때문에 오는 4월 문풍이 다시 한 번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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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