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게이트' 문턱에 선 이상득

'썬파워' 과시하다 구치소 번호표 받아든 '상왕'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현 정권에서 '상왕'으로 군림하며 누렸던 권력만큼 따라붙던 의혹도 많았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그 무성한 의혹에도 ‘오리발’로 일관하며 무한 썬파워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이국철 SLS그룹 구명로비에 이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공천헌금까지 겹치며 탈출구가 봉쇄된 모양새다. 이제 검찰의 이 의원 처치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ㆍ김학인게이트 덫’에 걸린 상왕 탈출구 봉쇄
도덕성에 치명상 입은 검찰 이번에도 면죄부 내릴까?

‘상왕’이라 불릴 만큼 현 정부 최고 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잇따라 권력형 비리사건에 연루됐다. 이국철 SLS 회장의 구명로비관련 금품수수 폭로에 이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의 공천헌금으로 수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진술이 나온 것.

그간 의혹의 몸통으로 수차례 지목되어왔음에도 하나같이 빠져나가며 실세임을 증명해왔던 이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개의 덫에 동시에 걸리며 검찰 소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해졌다.

바람 앞의 등불 ‘상왕’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김 이사장에게 10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한예진 경리 최모(37ㆍ여)씨로부터 “김 이사장이 이상득 의원에게 2억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지난 3일 전해졌다.

당초 김 이사장은 지난 2009년 EBS 이사로 선임해 달라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 보좌역 정용욱씨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김 이사장을 협박할 만큼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던 한예진 경리 최씨가 이 의원을 거론하며 수사가 급거 확대됐다.

이제 ‘형님게이트’ 문턱까지 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이사장의 지시로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 2007년 11월31일 현금 1억원씩 든 상자 2개를 만들어 김 이사장에게 줬다”며 “김 이사장은 그 상자를 이상득 의원 등 정권 실세에게 제공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의 진술 중 “김 이사장이 돈 상자를 꾸릴 즈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대가로 20억원쯤은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는 부분도 확인 중이다. 김 이사장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은 받지 못했다.

최씨의 진술에 따르자면 최초 약정했던 20억원의 공천헌금 중 박스 2개로 나눠 차에 실어 보낸 2억원만 전달됐다. 즉 나머지 18억원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김 이사장이 잔금을 치르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 국회의원 공천 대신, 2억원만큼의 대가로 EBS 이사 자리를 얻었을 것이란 의혹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이 2009년 9월 EBS 이사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때 김 이사장이 건넸다는 2억원이 EBS 이사 선임 대가로 건넨 돈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이국철 폭로’로 시작된 SLS 로비사건과 관련한 수사선상에도 여전히 거론되는 실정이다.


검찰은 그동안 SLS그룹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회장 측으로부터 사업관련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이 의원실 직원 계좌에 대한 추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이 입출금된 흔적을 발견해 자금 출처를 계속 조사해 왔다. 검찰 수사가 의원실 여직원의 계좌추적으로까지 조여오자 결국 지난 2일 이 의원은 의문의 7억원이 모두 본인의 개인자금이라는 취지의 소명서를 검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되레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미지가 생명인 정치인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는 양심고백이라기보다 더 큰 것을 숨기려는 꼼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의원 사무실 경비를 국회에서 지급하는 정상 운영비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어 개인자금을 보태는 것이 흔한 일이라 하더라도 7억원이란 뭉칫돈을 여비서 계좌에 넣어두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 돈이 기업체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두 건의 의혹에 대해 이 의원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3일 “모두 사실무근이다”며 “7억원도 의원님 개인 돈이라는 것 외에 아는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칼끝 초미의 관심사

검찰은 일단 이 의원에게 서면질의서를 먼저 보내고 필요할 경우 소환조사도 벌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상왕’의 처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 졌다. 

하지만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다. 정치검찰의 오명에 걸맞게 이번에도 상왕에 면죄부를 내릴지, 국민적 납득이 가능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검찰의 선택이 남았다.

검찰의 칼날이 과연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서초동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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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