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죽이기’ 나선 ‘반박연대’ 막전막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0: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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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 문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는 ‘반박(反朴·반박근혜)연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비대위가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자 반박진영이 “무조건 많이 자르면 선(善)이냐”고 반발하며 세력결집을 통한 대결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들의 결집은 당내는 물론이고 당외 인사들까지 포함하는 것이어서 향후 한나라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권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오·정몽준·홍준표·김문수·이회창·박세일 연합 가능성 높아
재창당 요구 단호하게 거부한 박근혜, 당명 변경 가능성은 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움직임에 맞서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합군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이들은 상호 교차적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한 목소리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박근혜 비대위’를 견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쇄신의 속도를 높여 갈수록 반박연대의 결속력 역시 강해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공천룰 확정에
반발하는 ‘반박’

비대위는 지난 16일 ▲의원평가 뒤 하위 25% 공천신청 배제 ▲지역구 80% 국민경선, 20% 전략공천 ▲지역구 30% 여성공천 ▲비례대표는 전략영입(75%)과 국민배심원단(25%)으로 공천 등의 룰을 결정했다.


이 같은 비대위 결정이 알려지자 친박 진영에선 대놓고 반발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친이와 쇄신파 등 반박계 의원들은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박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안형환 의원은 “현재 수준으로선 총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어렵다. 국민이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느끼기 위해선 충격요법이 불가피하다”며 재창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재창당을 주장하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아직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 위원장이 안 한다면) 재창당을 저라도 하겠다”며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반발을 예상했던지 박 위원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우리가 나아갈 개혁의 큰 방향에 대해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대승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상황인지라 반박계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수도권의 친이계는 하위 25% 물갈이 방침에 대해 자신들을 몰살시키려는 음모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재오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은 “비대위 공천기준은 현역 지역구 의원의 교체여부 조사 뿐 아니라 야당의 상대후보와도 경쟁력 조사를 벌인다고 하는데 수도권에서는 이미 한나라당 지지도가 민주통합당에 역전됐지 않았나?”라며 “그렇게 되면 하위 25%는 전부 수도권에서 나올 것이다. 이는 사실상 수도권 몰살 행위”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어 “이런 식이면 수도권 현역은 다 배제된다”며 거듭 수도권 친이계 몰살론을 주장한 뒤, “전략공천 지역을 49개로 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영남의 절반도 탈락된다”고 영남권의 공조를 강조했다.


김문수계의 반발도 거셌다. 김 지사의 최측근 차명진 의원도 “비대위 구성과 내용 모두에 유감”이라며 “비대위에 엑스맨도 있다”고 맹비난한 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역구 출마 포기를 선언한 뒤, 비례대표 맨 끝번으로 나오라”며 박 위원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기준이 굉장히 많은데 잘못하면 ‘여기는 이쪽’만, ‘저기는 저쪽’만 적용해 자의적으로 공천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천기준안과 별개로 재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두언 의원은 “공천이 무슨 핵심이냐. (현역 지역구 의원 배제가) 25%건, 100%건 국민은 관심이 없다”면서 “국민이 관심 있는 것은 한나라당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랑곳 하지 않는
‘얼음공주’ 박근혜

그러나 박 위원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지역구 현역의원의 공천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정치신인이나 당내 도전자들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현역 물갈이를 쉽게 하겠다는 의도를 확고히 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재창당은) 이미 정리가 된 사안이다. 우리가 길을 가는데 있어서 자꾸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흔들리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며 “재창당은 없다”고 강하게 못 박았다.

그는 이어 “같이 힘을 모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 때이지 우리끼리 분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뜻을 확고히 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새 출발을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분이 원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준비도 시키고 있다”며 “여러분이 원하면 바꿀 것이다”며 당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용’에 대한 변화 없이 ‘껍데기’부터 바꾸진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이처럼 재창당 요구를 일축하며 ‘현역 의원 대대적 물갈이’를 핵심으로 하는 공천안이 관철되면서 비대위의 쇄신 드라이브는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맞서 반박연대의 결속 또한 강해질 것으로 여겨져 한나라당 내 뿌리 깊은 계파갈등은 그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가 쇄신에 박차 가할수록 강해지는 ‘반박연대’ 결속
‘반박연대’에 맞서는 박근혜 향후 대권행보 초미의 관심사

당내 반박연대의 결집은 이 전 특임장관과 정두언 의원이 각각 주도하는 보수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이계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으로는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을뿐더러 정권 재창출을 하더라도 친이계가 차기 정권에서 정치적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이기에 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전 특임장관은 MB의 한나라당 탈당을 유도하고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규합해 내년 총선을 치르면 최소한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수준은 되고 여기서 경선을 통해 대선주자를 내세우겠다는 복안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탈당을 시사하고 있는 정 의원과 돈 봉투 파문이 자신을 숙청하겠다는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이 전 장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 종편 방송이 ‘이재오 대선조직’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며 이 전 장관 대선출마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는 박세일 신당의 배후가 이 전 장관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 상광이다.

박세일 신당은 김 경기지사와 정 전 대표와의 교감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재오·김문수·정몽준을 아우르는 반박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또한 홍 전 대표도 자신을 물러나게 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 “2007년 대선후보 경선도 돈 선거”라며 박 위원장을 공격하며 반박연대에 발을 들였다.


한나라당 밖에서도 반박연대의 노선과 함께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보수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 영입을 대거 노리고 있는 박세일 신당이 그것이다.

이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처절하게 부서져야 오히려 보수가 살 수 있다”며 “보수대연합 시기가 오면 보수 가치를 공유하는 어떤 세력과도 연대하겠지만, 한나라당이 ‘좌클릭 노선’을 버리지 않으면 연대할 수 없다”고 반박노선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최근 이 전 장관과 박 이사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 안팎을 아우르는 반박연대가 형성됐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박근혜 비대위가 주도하는 물갈이 공천이 탐탁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서 반발할 경우 ‘반(反)개혁세력으로 찍힐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 또한 형성되고 있다.

비대위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공천을 받기 위해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이런 중도세력들도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반박연대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안팎을 아우르는
자연스런 ‘반박연대’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당의 요구에 등 떠밀려 조기 등판한 박 위원장이지만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결집함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탈당이 줄을 이을 수도 있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보수의 표가 분살될 가능성도 농후해 한나라당과 비대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향후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지속적으로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크나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반박연대에 맞서는 박 위원장의 대권 행보는 과연 순탄할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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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