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 ‘여풍당당(女風黨黨)시대’ 개막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이 총선 승부 가른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바야흐로 ‘여성 정치시대’가 개막했다. 여성들이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면서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고, 민주통합당에는 한명숙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 이만하면 ‘여인천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진두지휘할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의 결과는 이제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게다가 여야 모두 여성 신인들의 공천 비율을 높이는데 의견을 같이해 여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 박근혜 위원장 등판?민주통합 접수한 한명숙 새 대표
통합진보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여의도는 ‘여인천하’

여의도에 ‘여풍당당’ 시대가 열렸다. 한나라당에 갖가지 악재가 겹치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전면에 나섰다. 진보세력을 아우른 통합진보당 역시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며 말 그대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나온다.

정치 ‘들러리’에서
‘핵’ 급부상한 여성

그간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 정치인은 이제 여의도 정치의 핵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대표시대가 열린데 대해 ‘조화와 타협’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여성 리더십이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민의의 전당이 폭력과 돈 봉투 파문으로 얼룩지며 추락하는 상황이라 여성 수장들의 의회문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성들이 (정치권에) 반 정도만 들어가게 되면 정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2년 신년인사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우선 싸우는 일이 없어질 것 같고, 부정도 없어질 것이고 공정하게 될 것 같다”며 정치권의 여성계 비중이 커진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선거의 해인 2012년 여성 대표들의 리더십과 경쟁력이 4?11 총선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 위원장과 한 대표 사이에는 이미 대립구도까지 형성된 상태다. 한 대표는 당선 전부터 “박 위원장에 맞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한 대표는 ‘박정희 시대 재야 여성 운동가’로 대결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한 대표와 이ㆍ심 공동대표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야권은 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각 당의 이익에 따라 불협화음이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립, 경쟁,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여장부들의 파워게임 결과는 총선에서 오롯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리더십을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에 여성 수장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여성 대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박 위원장은 당의 총체적 위기에 정면대응과 공천개혁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그는 여성 대표가 ‘하늘의 별따기’ 시절이던 1997년 한나라당의 창당과 함께 당의 간판으로 등장했다.

8년 전 ‘차떼기’ 사건에 이어 ‘탄핵 역풍’으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위원장은 ‘천막당사’를 세우고 총선을 진두지휘해 121석을 건지며 난파 직전의 당을 살렸다. 이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여성 당대표 ‘하늘의 별따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현재도 한나라당은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고, 당내 계파 간의 갈등과 ‘당 해체’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며 당은 또다시 분열위기에 처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나라당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박 위원장은 다시 당의 전면에 등 떠밀려 나선 상태다. 

박 위원장은 강력한 쇄신드라이브를 내걸며 당 정비와 총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총선 일정이 80일 정도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은 빠듯한 상태다. 그가 속전속결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그는 돈 봉투 살포 파문이 일자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여기서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이어 지난 16일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25%를 공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키로 발표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지역구 의원은 144명. 불출마 선언 의원(8명)을 뺀 136명 중 34명은 무조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천 탈락 기준은 ‘현 의원을 다시 뽑을 것이냐’와 ‘내일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를 각각 물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두 기준을 각각 50%씩 반영한 지역 여론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경선 참여 여부가 달리게 됐다.

앞서 한나라당은 전체 지역구(245곳)의 20%인 49곳은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위 25% 물갈이’와 상관없이 전략공천 대상지역의 현역의원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에서 탈락할 의원까지 합하면 현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자리에서 “25%를 (물갈이 대상으로) 정했는데 끝난 것은 아니다. 넘을 수도 있다”며 인적 쇄신의 폭이 더 클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박 위원장은 당내 갈등 해결과 대여공세 차단, 무엇보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아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지휘에 들어간 당이 다시 한 번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여풍의 주역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새 대표. 정당역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선출직으로 대표에 당선된 것은 한 대표가 처음이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여성을 배려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여성 몫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선출을 통해 새 지도부에 여성 후보들이 두 명이나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제1야당 지도부에 한 대표 외에 박영선 최고위원까지 3위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 것.

여성 수장 4?11 총선 진두 지휘?우먼파워 누가 셀까?

한 대표는 MB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 심판의미를 덧칠하고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극대화해 총?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대결 구도 만들기와 공천 개혁을 포함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통합과정에서 ‘국민경선 70% 이상+전략공천 30% 이하’로 공천 개혁의 원칙을 세우고 계속 논의 중이다. 한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 드리겠다”며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구민주당과 시민세력 등 계파를 초월해 두루 지지를 받을 정도로 통합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는 당내 계파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임자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 대표는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되어 2년 동안 검찰과의 싸움을 치러내면서 ‘철의 여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사적 이미지가 덧칠해졌다. 또 여성부?환경부 장관과 여성 첫 국무총리를 지내며 국정운영을 경험했고, 1970년대부터 옥고를 치르며 투신한 시민운동 경험이 더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리더십 평가는
4?11 총선 결과로

반면 한 대표는 너무 온화한 이미지 때문에 피 튀기는 선거전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한 대표가 이러한 우려들을 종식시키고, 당의 화학적 통합 및 야권연대 등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총?대선의 여정을 무리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통합진보당까지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정치판은 여성들이 이끌어 가는 셈이 된다. 통합진보당은 세 명의 공동대표 가운데 여성이 두 명이나 있음에도 당내에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이미 높아져 있다.

무엇보다 여야는 총선 공천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지역구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성 신인에게 20% 가산점을, 민주통합당도 지역구에 여성을 15% 이상 공천할 방침이다.

현재 한나라당 영입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여성 인재는 나승연 전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이다. 나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유치를 위한 호소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 전 대변인에 급속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며 한나라당은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야권은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개그우먼 김미화와 배우 김여진, <도가니>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까지 영입대상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때문에 총선이 지나면 여의도에 ‘여풍’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