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맞은 대권 빅3 ‘330프로젝트’ 대해부

“설 ‘밥상민심’ 못 잡으면 330일 설설 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를 33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다. 통상 명절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민심 교차를 통한 여론의 흐름이 변화할 수 있는 시기다. 이에 맞춰 ‘미래권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룡들은 저마다 설 민심잡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유력 잠룡 3인방은 새해 벽두부터 ‘미국행’ ‘공천 개혁’ ‘지역민 상견례’ 등 예사롭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각자의 색깔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밥상 품평’ 장악에 나선 3인방. 3박 4일 연휴 끝에 과연 누가 함박웃음을 짓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 ‘방미보따리’에 거물급 인사 빌게이츠 후광 담아 관심집중
박- 갖은 악재에 ‘속도전’ ‘정면 돌파’ 시도…MB 선긋기 본격화
문- 문?성?길 트리오 조성…낙동강 벨트 구축해 PK민심 흔들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벌써부터 정치권의 시계는 총?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미래권력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며 총?대선의 체감지수를 바짝 앞당겨 놓은 상태다. 설 민심을 흡수해야 총?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밥상민심’을 사로잡으려 동분서주하는 3인방의 설날 특별구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행’ 안철수 노림수는 무엇?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앞서가는 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새해부터 미국의 거물급 인사들과의 만남을 선보이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8일 방미 일정에 오른 안 원장은 지난 9일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에 이어 지난 11일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잇따라 접견했다. 

그는 이번 방미 목적을 두고 억측이 난무하자 서울대 교수 요원 채용 면접과 기부재단 설립에 앞서 게이츠 전 회장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 원장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안 원장이 새해벽두부터 세계적인 명사들과의 교감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끌어 ‘대권 직행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빌 게이츠의 기부재단을 벤치마킹하려면 실무자들을 보내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두 거물은 국내 내로라하는 인사들에게도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이번 접견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과 함께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을 노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평을 내놓는다.

한국MS 관계자는 “미국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안 원장을 만나는 건 빌 게이츠 본인이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의 각국에 대한 정보력은 상상초월 그 이상임은 두 말할 나위없는 사실이다. 그런 세계적 거물급 인사들이 한국의 국민적 정서를 모를 리 없을 것이고, 그들을 접견한 안 원장의 중량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기부재단은 빌 게이츠의 조언이 곁들여지며 그 ‘후광’을 등에 업게 됐다. 개인 재산의 절반가량을 기부한데 이어 빌 게이츠와의 만남까지 더해지면서 기부재단 설립에 대한 주목도와 가치가 한층 높아진 것.

안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정치권은 다시 긴장하는 눈치다. 실제로 재단 설립을 위한 통큰 기부 당시 안 원장이 극구 부인했음에도 ‘정치출사표’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대한 발언에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된 상황이다. 

난해 추석을 앞두고 불기 시작한 ‘안풍’에 대해 당사자인 안 원장은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단호한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지난해 12월1일 신당 창당설과 강남 출마설에 한정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대선 출마의 여운을 남겼다. 그러다 방미 중이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안 원장은 “정치 참여를 지금도 고민 중이다”며 발언의 수위를 조금씩 조절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기존 정치권은 현재 ‘돈 봉투 살포’라는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반해 안 원장은 기부재단 설립으로 정치권과 차별화를 선보이며 또다시 국민적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설 연휴 전에 재단 관련 구상이 발표되면 연휴 기간 온가족이 모여든 ‘밥상 민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빌&멜린다 게이츠 자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빌 게이츠 측에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기부재단에 대한 조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빌 게이츠가 안 원장을 만나러 한국에 온다면 안 원장의 파워는 더욱 막강한 화력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공식 일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음 급한 박근혜 속전속결 강조 

명절 밥상에 ‘디도스’와 ‘돈 봉투’ 대신 ‘공천 개혁’을 올려야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박 위원장은 갖가지 위기에 ‘속도전’과 ‘정면돌파’로 탈출전략을 세운 상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설날에 모이면 한나라당의 변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비대위가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이 설 민심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특히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란 악재로 한나라당에 대한 설 민심이 더욱 악화된다면 이는 당장 총선으로 직결될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어느 해보다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설 민심이 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한나라당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속도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에게 보다 빨리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의 결과물을 내놓아줄 것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기준을 포함한 쇄신안을 16일까지 내놓고 17일 의총에서 1차 토론을 거친 뒤, 비대위 회의 후 19일 의총에서 쇄신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 전에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의지다.

 봉투 파문에도 정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에 의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그런 박 의장의 거취가 논의될 수 있는 17일 의원총회 개최 제안에 대해 박 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위원장은 또 ‘MB와 선긋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회의에서는 한 비대위원이 KTX 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협조한 대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여론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고, 그런 것은 질 높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고 공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올 예산안 심사에서도 감지됐다.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방침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수입 약 4000억원이 세입에서 빠지면서 무산됐다. 여기에는 ‘특혜’라는 야권 및 시민사회의 반발을 감안한 박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낙동강 고지전’에 출사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처음으로 부산 사상구에 총선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지역 순방에 심혈을 기울이는 눈치다. 그의 한 측근은 “문 고문은 현재 지역민들과 만나 상견례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선거사무소인 ‘문이열린캠프’를 정식으로 오픈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문 고문은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낙동강 벨트’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사상구)-문성근(북강서을)-김정길(부산진을)로 이어지는 이른바 ‘문성길 트리오’를 조성해 PK 지역 세몰이에 나서며 고지전에 돌입한 상태다.

문 고문은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변하는 PK민심을 사로잡으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경남 김해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김경수 김해을 후보의 <봉하일기> 출판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부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났다”며 “이곳에서 분 동남풍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김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정치로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을 이루자”고 각오를 다졌다.

이처럼 그 역시 PK 지역에서의 흥행 성공과 친노의 부활을 위해 연일 지역민심을 훑고 낙동강 전투를 강조하며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과연 누가 울고 누가 웃게 될지는 이번 3박 4일간의 설 연휴 행보에서 어느 정도 예측될 것으로 보여 ‘설 특수’를 노리는 대권주자 빅3의 ‘330프로젝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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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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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