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맞은 대권 빅3 ‘330프로젝트’ 대해부

“설 ‘밥상민심’ 못 잡으면 330일 설설 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를 33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다. 통상 명절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민심 교차를 통한 여론의 흐름이 변화할 수 있는 시기다. 이에 맞춰 ‘미래권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룡들은 저마다 설 민심잡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유력 잠룡 3인방은 새해 벽두부터 ‘미국행’ ‘공천 개혁’ ‘지역민 상견례’ 등 예사롭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각자의 색깔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밥상 품평’ 장악에 나선 3인방. 3박 4일 연휴 끝에 과연 누가 함박웃음을 짓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 ‘방미보따리’에 거물급 인사 빌게이츠 후광 담아 관심집중
박- 갖은 악재에 ‘속도전’ ‘정면 돌파’ 시도…MB 선긋기 본격화
문- 문?성?길 트리오 조성…낙동강 벨트 구축해 PK민심 흔들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벌써부터 정치권의 시계는 총?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미래권력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며 총?대선의 체감지수를 바짝 앞당겨 놓은 상태다. 설 민심을 흡수해야 총?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밥상민심’을 사로잡으려 동분서주하는 3인방의 설날 특별구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행’ 안철수 노림수는 무엇?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앞서가는 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새해부터 미국의 거물급 인사들과의 만남을 선보이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8일 방미 일정에 오른 안 원장은 지난 9일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에 이어 지난 11일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잇따라 접견했다. 

그는 이번 방미 목적을 두고 억측이 난무하자 서울대 교수 요원 채용 면접과 기부재단 설립에 앞서 게이츠 전 회장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 원장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안 원장이 새해벽두부터 세계적인 명사들과의 교감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끌어 ‘대권 직행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빌 게이츠의 기부재단을 벤치마킹하려면 실무자들을 보내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두 거물은 국내 내로라하는 인사들에게도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이번 접견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과 함께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을 노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평을 내놓는다.


한국MS 관계자는 “미국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안 원장을 만나는 건 빌 게이츠 본인이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의 각국에 대한 정보력은 상상초월 그 이상임은 두 말할 나위없는 사실이다. 그런 세계적 거물급 인사들이 한국의 국민적 정서를 모를 리 없을 것이고, 그들을 접견한 안 원장의 중량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기부재단은 빌 게이츠의 조언이 곁들여지며 그 ‘후광’을 등에 업게 됐다. 개인 재산의 절반가량을 기부한데 이어 빌 게이츠와의 만남까지 더해지면서 기부재단 설립에 대한 주목도와 가치가 한층 높아진 것.

안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정치권은 다시 긴장하는 눈치다. 실제로 재단 설립을 위한 통큰 기부 당시 안 원장이 극구 부인했음에도 ‘정치출사표’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대한 발언에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된 상황이다. 

난해 추석을 앞두고 불기 시작한 ‘안풍’에 대해 당사자인 안 원장은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단호한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지난해 12월1일 신당 창당설과 강남 출마설에 한정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대선 출마의 여운을 남겼다. 그러다 방미 중이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안 원장은 “정치 참여를 지금도 고민 중이다”며 발언의 수위를 조금씩 조절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기존 정치권은 현재 ‘돈 봉투 살포’라는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반해 안 원장은 기부재단 설립으로 정치권과 차별화를 선보이며 또다시 국민적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설 연휴 전에 재단 관련 구상이 발표되면 연휴 기간 온가족이 모여든 ‘밥상 민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빌&멜린다 게이츠 자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빌 게이츠 측에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기부재단에 대한 조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빌 게이츠가 안 원장을 만나러 한국에 온다면 안 원장의 파워는 더욱 막강한 화력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공식 일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음 급한 박근혜 속전속결 강조 


명절 밥상에 ‘디도스’와 ‘돈 봉투’ 대신 ‘공천 개혁’을 올려야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박 위원장은 갖가지 위기에 ‘속도전’과 ‘정면돌파’로 탈출전략을 세운 상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설날에 모이면 한나라당의 변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비대위가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이 설 민심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특히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란 악재로 한나라당에 대한 설 민심이 더욱 악화된다면 이는 당장 총선으로 직결될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어느 해보다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설 민심이 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한나라당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속도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에게 보다 빨리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의 결과물을 내놓아줄 것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기준을 포함한 쇄신안을 16일까지 내놓고 17일 의총에서 1차 토론을 거친 뒤, 비대위 회의 후 19일 의총에서 쇄신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 전에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의지다.

 봉투 파문에도 정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에 의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그런 박 의장의 거취가 논의될 수 있는 17일 의원총회 개최 제안에 대해 박 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위원장은 또 ‘MB와 선긋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회의에서는 한 비대위원이 KTX 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협조한 대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여론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고, 그런 것은 질 높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고 공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올 예산안 심사에서도 감지됐다.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방침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수입 약 4000억원이 세입에서 빠지면서 무산됐다. 여기에는 ‘특혜’라는 야권 및 시민사회의 반발을 감안한 박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낙동강 고지전’에 출사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처음으로 부산 사상구에 총선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지역 순방에 심혈을 기울이는 눈치다. 그의 한 측근은 “문 고문은 현재 지역민들과 만나 상견례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선거사무소인 ‘문이열린캠프’를 정식으로 오픈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문 고문은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낙동강 벨트’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사상구)-문성근(북강서을)-김정길(부산진을)로 이어지는 이른바 ‘문성길 트리오’를 조성해 PK 지역 세몰이에 나서며 고지전에 돌입한 상태다.

문 고문은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변하는 PK민심을 사로잡으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경남 김해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김경수 김해을 후보의 <봉하일기> 출판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부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났다”며 “이곳에서 분 동남풍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김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정치로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을 이루자”고 각오를 다졌다.

이처럼 그 역시 PK 지역에서의 흥행 성공과 친노의 부활을 위해 연일 지역민심을 훑고 낙동강 전투를 강조하며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과연 누가 울고 누가 웃게 될지는 이번 3박 4일간의 설 연휴 행보에서 어느 정도 예측될 것으로 보여 ‘설 특수’를 노리는 대권주자 빅3의 ‘330프로젝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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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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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