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예능 참여’ 확산 내막

선거가 코앞이니 친근한 이미지 쌓아야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본격 선거정국에 진입하자 정치인들의 예능 참여가 활발해진 양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강용석 의원,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 등이 잇따라 방송에 얼굴을 내비친 것. 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보따리’를 허심탄회하게 풀며 인간미를 부각시켰다. 정치인들에게 이미지가 생명임을 감안하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예능 참여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문재인 ‘힐링캠프’서 재치 과시…속내 털어
‘화성인 바이러스’  강용석 ‘개그맨 웃기는 정치인’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주로 모습을 보이던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능을 통해 정치인들은 딱딱한 모습을 뒤로한 채 인간미 넘치는 친근한 모습으로 이미지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선거정국에 돌입하며 ‘소통’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정치인들의 예능 참여는 앞으로 더욱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 메이킹 작업    


예능 출연의 스타트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끊었다. 박 위원장은 방송을 통해 그간 ‘얼음공주’라는 차가운 이미지를 깨고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박 위원장은 “이 시대에 젊은 세대와의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제작진의 출연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출연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박 위원장은 예능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선을 끌었다. 그는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다” “비키니는 몸매가 좀 돼야 입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유머감각을 선보였다.

이어 그는 현재의 트렌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알렸다. 박 위원장은 안철수에 대해 젊은이에게 인기 많은 교수님이라고 소개했으며, 애정남이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라고 정확히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꼼수>에 대해서는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시사풍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실제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들은 적이 있다고 솔직히 답했다.

특히 그는 그의 주량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수첩공주’ ‘발끈해’라는 별명과 ‘피습사건’ 등 민감한 사안에도 유연하게 답변했다. 그간 언론과도 극도로 소통을 꺼려했던 박 위원장이기에 이번 예능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태다.

한 주 뒤에 방송된 <힐링캠프>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잇따라 출연했다. 문 고문은 방송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서거까지, 오랜 인연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힐링캠프> 제작진에 따르면 문 고문은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보복조’로 투입된 일화 등 특전사 시절의 활약상을 털어 놓으며 당시의 식스팩 사진을 공개하고, 직접 격파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문 고문은 자신의 별명 중 ‘노무현의 그림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는 문 고문은 현 정치에 대한 자기 견해를 솔직하게 표출하기도 하며 MC 이경규의 날카로운 질문에 묘한 심리전을 펼쳤다.

녹화를 마친 문 고문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수부대 나왔다고 격파를 시켜서 했는데, 손이 붓고 아픕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아내는 ‘유권자들 하고 악수해야 하는데...’ 라고 걱정하네요”라며 덧붙였다.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는 “박 위원장이 김제동과 심리전을 벌였다면, 문 고문은 집권당의 아이콘이경규와 신경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지난 3일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강용석 무소속 원은 가장 ‘예능인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평이다. 강 의원은 먼저 방송을 통해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해서 사과했다.

지난해 강 의원은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죄송하다. 하지만 사과하니까 사퇴 압력이 들어오더라. 내 정치생명과 연관지어져 있다”며 자신을 희화화했다. 이에 MC 김성주는 "많은 이들이 이 발언을 공격해 달라고 하던데 이렇게 자신을 희화화하니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다.

강 의원은 김구라에 대해서도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연예인을 찾아봤는데 김구라가 있더라. 김구라를 롤 모델로 삼으니 못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효종 고소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효종 고소 후 국회에서 왕따가 됐고, 최효종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의원은 그간 자신이 예능에서 정치 희화화에 가장 큰 아이템을 제공했던 장본인인 만큼 자신을 아예 희화화 소재로 삼으며 방송출연을 웃음과 재미에 포인트를 두었다.

예능프로그램이 정치인의 인간미에만 포커스를 둔 것은 아니었다. 지난 5일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에게는 날카롭고 전문적인 느낌의 진행을 이어갔다. MC 주병진은 “이준석 위원에게 건방지다는 평가가 있다” “26살인 이준석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초빙하는 것이 ‘끼워맞추기’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등 직격탄을 날렸다.

이 위원은 철거민 연합에 퍼부었던 SNS 독설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학력 및 병역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혹여 두루뭉술하고 능구렁이 같은 답변이 나올 때 주병진은 “마치 3~4선한 국회의원처럼 말하지 마라”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소통 위한 문화현상

이러한 정치인들의 예능출연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정치적 이슈를 동반할 경우 업계 속성상 반드시 후유증을 치렀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보다는 정치인의 인간성 부각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에 ‘소통’이 중요한 만큼 정치인의 예능출연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며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의 예능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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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