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③예측불가 북한 권력구도

김정은 체제 ‘순항’할까? 권력쟁탈전 ‘피바람’ 불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독재자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그의 시대도 막을 내린 것. 곧바로 북한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하며 3대 세습 유지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야심을 품은 당과 군부의 ‘궁중암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새파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지켜낼지, 피비린내 진동하는 권력쟁탈전으로 번질지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 체제 걸림돌 이미 축출…‘3대 세습’ 순항?
‘김정일 급사’ 불안한 정치 ‘궁중암투’ 가능성 제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경 김 위원장은 룡성역을 지나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갖가지 미스터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죽음은 준비되지 않은 ‘급사’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 속에서 야심가들의 권력투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칠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향후 북한의 행보를 4가지로 전망해봤다.

시나리오 ① - 김정은 체제 ‘순항’ 

먼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고, 2010년 9월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사후 즉각 북한 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도 김정은 체제를 빠르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군부 등을 장악한 상태다”면서 “북한처럼 권력 일원체제하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며 전임자와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 10월부터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을 맡아 시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연구소의 소식지는 지난 10월10일 당 창건일부터 비공개적이지만 정식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親) 김정은 라인 구축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당 조직지도부 내부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지방당과 검찰·법원 등의 법기관을, 올해는 최고위직 성원과 지방당 세력까지 모두 정리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의 사람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세대교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제거됐다. 

무엇보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했을 당시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지 못해 국가지도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리며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이어 명실상부한 국가통치자로 군림했다.

전 박사는 “북한의 중앙집권화 된 권력의 공고함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과 보좌진들이 빠른 체제정비를 구축해 김정은 체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② - 엘리트 간의 ‘파워게임’

‘김정일 급사’로 인해 불안전하게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새파랗게 어린 김정은의 나이와 김 위원장 생전에 공식적 후계자 계승기간이 짧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크게 부족한 김정은이 권력을 넘보는 정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세종연구원의 오경섭 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위기는 김정은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점에서 기인한다”며 “2009년 1월 당내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후 3년 남짓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권력기반을 장악하고 지배엘리트들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때문에 어떤 경우든 한 세력이 먼저 김정은에 도전장을 던지면 나머지 세력들도 곧바로 권력투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실세로 통하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보좌진 그룹이 권력 장악을 위한 파워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다. 특히 장성택은 2004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치게 권력을 탐한다는 ‘괘씸죄’에 걸려 2년간 실권했을 정도로 권력욕이 강하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 내부의 반감이 크거나, 경제사정이 열악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기미가 있을 경우 장성택 입장에서도 더 이상 김정은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현대판 수양대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과 각을 세운 김정남의 지지세력도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군부 핵심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되며 당대표자회에서 당정치국과 당중앙군사위원회 어느 곳에도 진입하지 못하며 원한을 쌓았다.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2010년 사망)의 사람들 역시 김정남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 역시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된 작년에 해임됐고,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장성택계가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이미 손을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리 전 1부부장 라인으로 꼽히는 백세봉 국방위 제2경제위원장 등은 아직 건재해 언제든 김정은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실현 가능성 낮지만 향후 ‘평양의 봄’ 올 수도
북한 입맛대로 움직일 중국의 병기는 ‘김정남 카드’


시나리오 ③ - 민주화 바람 ‘평양의 봄’ 

그간 경제난과 기아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중동 발(發) 민주화 바람을 일으켜 세습체제를 무너뜨리고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경우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당장 ‘민주화 운동’의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평양의 봄’이 오려면 통신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 전달과 확산의 도구, 소위 SNS 등이 이용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를 지칭하는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도 평양의 봄이 올지 주시하고 있다.

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바람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뒤늦게 북한에도 상륙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은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반체제 인사가 거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내부가 극도의 불안정성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들고 일어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신들은 평양의 봄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인정하면서도 정보 전달의 속도를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 ④ - 중국의 ‘김정남 카드’

중국이 김 위원장 사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최대 관건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를 훨씬 더 중국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이때 중국이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북한을 최고로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김정남 카드’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눈 밖에 났다. 여기에 김정은을 후계체제로 굳히는 과정에서 김정남 암살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중국첩보부에서 극렬히 막아냈고, 현재까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혹시 모를 북한의 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 김정은의 통치능력 부족에 경제난, 기아, 외부압력 등이 겹쳐져 쿠데타 및 인민투쟁이 벌어질 경우 먼저 중국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혼란이 빚어질 경우 원치는 않지만 북한 사태에 개입해야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북한 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도 중국의 개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 내전을 계기로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워 북한에 친(親) 중국 정부를 세울 가능성도 이채롭게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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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