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③예측불가 북한 권력구도

김정은 체제 ‘순항’할까? 권력쟁탈전 ‘피바람’ 불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독재자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그의 시대도 막을 내린 것. 곧바로 북한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하며 3대 세습 유지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야심을 품은 당과 군부의 ‘궁중암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새파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지켜낼지, 피비린내 진동하는 권력쟁탈전으로 번질지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 체제 걸림돌 이미 축출…‘3대 세습’ 순항?
‘김정일 급사’ 불안한 정치 ‘궁중암투’ 가능성 제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경 김 위원장은 룡성역을 지나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갖가지 미스터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죽음은 준비되지 않은 ‘급사’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 속에서 야심가들의 권력투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칠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향후 북한의 행보를 4가지로 전망해봤다.

시나리오 ① - 김정은 체제 ‘순항’ 

먼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고, 2010년 9월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사후 즉각 북한 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도 김정은 체제를 빠르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군부 등을 장악한 상태다”면서 “북한처럼 권력 일원체제하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며 전임자와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 10월부터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을 맡아 시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연구소의 소식지는 지난 10월10일 당 창건일부터 비공개적이지만 정식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親) 김정은 라인 구축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당 조직지도부 내부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지방당과 검찰·법원 등의 법기관을, 올해는 최고위직 성원과 지방당 세력까지 모두 정리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의 사람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세대교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제거됐다. 

무엇보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했을 당시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지 못해 국가지도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리며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이어 명실상부한 국가통치자로 군림했다.

전 박사는 “북한의 중앙집권화 된 권력의 공고함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과 보좌진들이 빠른 체제정비를 구축해 김정은 체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② - 엘리트 간의 ‘파워게임’

‘김정일 급사’로 인해 불안전하게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새파랗게 어린 김정은의 나이와 김 위원장 생전에 공식적 후계자 계승기간이 짧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크게 부족한 김정은이 권력을 넘보는 정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세종연구원의 오경섭 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위기는 김정은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점에서 기인한다”며 “2009년 1월 당내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후 3년 남짓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권력기반을 장악하고 지배엘리트들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때문에 어떤 경우든 한 세력이 먼저 김정은에 도전장을 던지면 나머지 세력들도 곧바로 권력투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실세로 통하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보좌진 그룹이 권력 장악을 위한 파워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다. 특히 장성택은 2004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치게 권력을 탐한다는 ‘괘씸죄’에 걸려 2년간 실권했을 정도로 권력욕이 강하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 내부의 반감이 크거나, 경제사정이 열악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기미가 있을 경우 장성택 입장에서도 더 이상 김정은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현대판 수양대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과 각을 세운 김정남의 지지세력도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군부 핵심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되며 당대표자회에서 당정치국과 당중앙군사위원회 어느 곳에도 진입하지 못하며 원한을 쌓았다.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2010년 사망)의 사람들 역시 김정남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 역시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된 작년에 해임됐고,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장성택계가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이미 손을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리 전 1부부장 라인으로 꼽히는 백세봉 국방위 제2경제위원장 등은 아직 건재해 언제든 김정은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실현 가능성 낮지만 향후 ‘평양의 봄’ 올 수도
북한 입맛대로 움직일 중국의 병기는 ‘김정남 카드’


시나리오 ③ - 민주화 바람 ‘평양의 봄’ 

그간 경제난과 기아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중동 발(發) 민주화 바람을 일으켜 세습체제를 무너뜨리고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경우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당장 ‘민주화 운동’의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평양의 봄’이 오려면 통신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 전달과 확산의 도구, 소위 SNS 등이 이용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를 지칭하는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도 평양의 봄이 올지 주시하고 있다.

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바람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뒤늦게 북한에도 상륙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은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반체제 인사가 거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내부가 극도의 불안정성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들고 일어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신들은 평양의 봄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인정하면서도 정보 전달의 속도를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 ④ - 중국의 ‘김정남 카드’

중국이 김 위원장 사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최대 관건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를 훨씬 더 중국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이때 중국이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북한을 최고로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김정남 카드’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눈 밖에 났다. 여기에 김정은을 후계체제로 굳히는 과정에서 김정남 암살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중국첩보부에서 극렬히 막아냈고, 현재까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혹시 모를 북한의 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 김정은의 통치능력 부족에 경제난, 기아, 외부압력 등이 겹쳐져 쿠데타 및 인민투쟁이 벌어질 경우 먼저 중국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혼란이 빚어질 경우 원치는 않지만 북한 사태에 개입해야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북한 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도 중국의 개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 내전을 계기로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워 북한에 친(親) 중국 정부를 세울 가능성도 이채롭게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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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