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兄)통 이상득’ 들끓는 8대 의혹 총정리

‘상왕’ 불출마 선언은 ‘불운’의 서막?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상왕’ ‘형님’ ‘실세’ ‘6선 파워’ 이 모든 수식어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식어만 봐도 그의 ‘썬파워’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그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세운 명분은 “한나라당 쇄신에 밀알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15년지기’ 보좌관의 부당거래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좌관이 받은 금품이 거액이라는 점에서 ‘금품의 종착지’가 이 의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이 의원에게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만사형(兄)통’으로 불리며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왔다. 그에게 따라붙었던 의혹들을 속속 들여다봤다.

①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         
②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연루설
③‘인천공항 민영화’ 맥쿼리 수혜설       
④‘수돗물 민영화’ 코오롱 수혜설
⑤남이천 나들목 특혜 의혹              
⑥민간인 불법사찰 배후설
⑦‘영포라인’ 인사전횡 리더               
⑧‘형님예산’ 편성 압력 의혹

‘대통령의 형님’으로 ‘실세중의 실세’라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파워가 셌던 만큼 따라붙은 의혹도 많았다. 굵직한 비리만 터지면 배후에 언제나 이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의원에게 ‘의혹 제조기’ ‘의혹의 노른자’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가장 최근에, 가장 강한 의혹을 풍기는 대목은 역시 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이다.

올 하반기 정국의 핫이슈는 단연 ‘이국철 폭로’였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은 하나같이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원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로 향해 있다. 특히 이 의원의 복심인 보좌관 박모(46)씨가 구속되며 의혹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박 보좌관은 이 회장과 ‘로비창구’이던 대영로직스 대표인 문모씨 등, 앞서 구속 기소된 두 사람으로부터 7억원 상당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금품수수에 연루된 데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박씨가 개인적으로 받은 돈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받은 돈을 박 보좌관이 중간에서 빼돌린 셈이다. 이른바 ‘배달사고’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왕’ 관련 의혹들

의혹의 초점은 보좌관이 받기에는 너무 거액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검찰은 박 보좌관이 의원실의 다른 직원 4명을 통해 돈세탁한 정황까지 포착했다. 배달사고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 모두 동원됐다는 점에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저축은행 구명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박 보좌관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정황은 이미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때문에 이 의원에게 끊임없이 제기됐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몸통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경영 부실로 퇴출 위기에 봉착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작년 6월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 등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며 두 기업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위험성이 다분한 부산저축은행의 상식 밖의 투자에 거물급 정계 인사의 배후설이 나돌았다. 유상증자 과정에 청와대 참모와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검찰이 이 의원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대한 의혹만 짙어진 채 저축은행 수사는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던 인천공항 민영화도 의혹의 대상이다. ‘지분매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민영화’다. 인천공항이 지분매각 시 도로, 공항 등 SOC 민자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계 금융그룹 맥쿼리는 매각 대상 ‘0순위’다.

맥쿼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과 이 회사를 인수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대표였다는 점 때문이다. 공항매각을 두고 ‘맥쿼리그룹 권력인맥’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수익이 낮음에도 과도한 인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서비스 수준 세계 1위, 화물처리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6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알토란같은 공공기업이다.

이처럼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던 인천공항이 2008년 공공기관평가에서 갑작스럽게 하위로 밀려난 점도 의혹을 뒷받침한다.

수돗물 민영화 역시 인천공항 민영화 의혹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맥쿼리그룹 대신 ‘코오롱 그룹’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봄 정부는 사실상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역풍이 불었다. 필수재이며 공공재인 물은 국민 100%가 고객으로 민영화되면 재벌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돗물 민영화가 추진되면 수혜기업이 바로 코오롱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때마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15년까지 매출 2조원 이상의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워터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의 수돗물 민영화와 딱 맞아떨어진 행보였다.

특히 이 의원이 과거 코오롱 사장이었다는 점과 고문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챙긴 점, 그리고 코오롱 그룹이 현 정권과 사이가 돈독하다는 점에서 의혹은 생각보다 거셌다. 

아들이 대표였던 맥쿼리그룹
국내 투자 관련 연루 의혹

남이천나들목 설치 이후 이 의원의 재산이 폭등한 점도 특혜 의혹의 대상이다. 교통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일가의 선영 근처에 남이천나들목 신설이 결정돼 의심을 산 것.

그간 도로공사는 세력권 인구가 적고, 경제성에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남이천나들목 건설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천시가 재차 남이천나들목 설치를 신청했고, 지난 9월 도로공사는 허가판정을 내렸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867대였던 남이천나들목 하루 예상 교통량이 갑작스럽게 6233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2만명 수준이었던 나들목 이용 예상인구 역시 1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12만2869명으로 폭증하며 의혹이 난무했다.

특히 남이천나들목 건설 승인 뒤 이 의원은 돈벼락을 맞았다. 이 의원과 가족이 경기 이천 송갈리 주미리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땅은 이 의원의 선영이 있는 영일울릉목장을 포함해 36개 필지 49만8262㎡로, 이 땅은 이 의원과 그의 부인, 아들 부부의 소유로 되어있다. 지난해 1월 공시지가는 79억327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0월 남이천나들목 승인 후 땅값이 폭등해 지난해 말 300억원으로 뛰었으며, 현재 45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의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8년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해 정권의 압력에 시달렸던 ‘김종익씨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총리실에서 한나라당의 남경필‧정두언 의원과 지금은 탈당한 정태근 의원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뒷조사를 벌여 정치인 사찰 파문도 확산됐다. 당시 불법사찰을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이 의원이 지목됐다. 이 같은 주장을 했던 이가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계였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해 8월31일 충남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두 정 의원은 이 의원을 공식적으로 거명하며 불법사찰 전횡을 문제 삼았다.

정(두언) 의원은 당시 “영감 좀 빨리 들어가시라고 해라. 인생 좀 불안하게 살지 말라고 하시라”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어 정(태근) 의원도 가세하며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이상득 의원도 알고 있다”며 이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직접 거론했다. 이어 남 의원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혀져야 하고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라고 공격했다.

현 정부의 인사문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MB정권 인사조각’의 실직적 ‘리더’라는 의혹이 파다했다. 특히 이 의원은 ‘영포회’를 주축으로 비선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측근인사들에 대해 공기업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요직 입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인사전횡의 배후


연례행사 격인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에도 이 의원이 배후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 야당은 3년 연속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이 의원 지역구인 포항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09년 예산에서는 포항 관련 예산으로 포항항만 정비사업 예산 등 총 4370억원이 편성됐다. 당시 포항 쪽 인사들이 송년모임에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다.

2010년 또 다시 한나라당이 야당을 밀어내고 처리한 2011년 예산안 역시 복지예산은 삭감한 반면, 포항 예산은 1790억원으로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이 의원은 의혹만 제기됐다 하면 늘 그 중심에 서왔다. 게다가 보좌관이 구속되자 이어진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겨누며 퇴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권력을 누릴 만큼 누리다 만신창이가 돼 레임덕이 걸린 정권에서 먼저 발을 빼겠다는 의미도 짙다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의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내며 마침내 ‘상왕’까지 겨눈 상태다. 그렇다고 아직 살아있는 권력인 상왕 관련 의혹에 대해 완벽한 진상조사가 이루어 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측근 비리를 감싸고 있던 빗장이 풀렸으니 더 많은 게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불운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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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