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DDoS 파문’ 총공세 나선 민주당 전략

“공씨 ‘단독범행’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주의의 꽃’이 짓밟혔다. 독재시대에나 나올 법한 선거방해 행위가 드러나면서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사이트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녹다운 됐다. 주범은 바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로 밝혀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초토화 상태이고,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발뺌하지만 풍기는 냄새는 심상찮다. 뜻하지 않은 최상의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배후세력으로 한나라당 윗선을 지목하며 숨통을 죄는 모양새다. 일단 경찰은 공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윗선 지령 의혹 냄새 심상치 않아 민주 배후 캐기 나서
규탄대회·국정조사 등 압박수위 높여가며 연일 파상공세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북한소행’ 공식이 깨졌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자가 다름 아닌 여당 중진의원의 비서로 밝혀지면서다. 경찰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수행비서인 공모(27)씨를 구속,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치고 공씨 단독범행으로 마무리지었다. 

국민의 주권인 선거 방해 공작에 여당의원의 비서가 연루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간 궁지에 몰려있던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기사회생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승만ㆍ박정희 독재
능가하는 사이버테러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지난 10월25일 밤 고향 후배인 IT업체 G사 대표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요구했다. 강씨는 직원인 황모(25)씨와 김모(26)씨를 시켜 지난 10월26일 오전 1시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는지 실험한 뒤 오전 5시50분~11시쯤에 공격을 실시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다운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G사 사무실에서 강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후 강씨 등은 “공씨가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지난 1일 공씨를 검거했다.

여당 비서가 체포되며 당장 디도스 파문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의 여부가 됐다. 10‧26 재보선 당일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장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투표소가 많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10·26 재보선 선거기획단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했던 전력이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최 의원의 경우 공씨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사전제의와 협상 통해
디도스 공격 이뤄진 것”

하지만 비용과 목적 등을 추론할 때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실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개 9급 비서인 공씨가 단독으로 사비를 들여가며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명 ‘윗선 지령’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이어 당내에 백원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 3일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배후세력 캐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당내의 IT전문가들이 합류한 상태다.

진상조사위 소속의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윗선 개입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공씨와 공모한 업체가 본래 하던 일이 해외 사이버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곳”이라면서 “겉은 IT업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들은 해킹 등으로 상대방 영업 사이트를 공격하며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범인 강씨 회사의 경우 주된 업무를 예로 들면 작은 쇼핑몰 등을 공격해 경쟁업체를 망가뜨리며 돈을 벌었던 회사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업체 공격은 최소 500-100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이 그쪽 바닥의 생리다”며 “특히 국가기관 공격은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 최소 징역 1년의 구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비용이나 계획면에서 배후세력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집중난타로 민주당 ‘정국 주도권’까지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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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백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에도 경찰청을 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백 위원장은 “꼬리 자르기식 수사는 절대 안 된다”며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소행설’도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다운된 것이 아니라 ‘투표소 찾기’ 기능만 먹통이 됐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관위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선관위 관계자는 “(재보선) 당일 홈페이지에선 투표소 정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며 내부 소행설을 부정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근거 없이 선관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것은 실질적 피해자인 선관위가 의혹을 자초한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그기록만 공개해도 내부소행 의혹을 씻어낼 수 있음에도 그 최소한의 것마저 하지 않아 의혹에 불을 질렀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 선관위 사이트와 함께 디도스 공격을 당했던 ‘원순닷컴’에 대한 IP 로그 파일 분석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보통 기업이면 공격을 받더라도 10∼20분 내에 정상화되는데 이번에는 초보적 수준의 공격임에도 2시간20분간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러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내부 음모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선관위를 몰아세웠다.

경찰은 “선관위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흔적이 없다”며 내부 소행설을 일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 9일 디도스 공격을 공씨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자신이 모시는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자백을 받아 냈다고 전했다. 

이제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수사결과에 검찰마저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더욱 미궁 속으로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용의자로 여당의원의 비서를 지목한 것은 나름의 성과였다.

하지만 범행 전날 공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31)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모씨 등을 줄줄이 조사하고도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과 함께 또 다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전망이다.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사이트를 마비시킨 헌정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를 두고 ‘국가 반란급 사건’ 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때문에 디도스 파문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일이 터지면 희생양을 정해 대충 어느 선까지 정리하고 몸통은 빠지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더 큰 후폭풍을 부르게 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9급 비서관이 혼자 결심하고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이슈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디도스 사태=북한 소행’
공식 깨지며 ‘불신’ 심화

그간 디도스 사건이 몇 차례에 걸쳐 발생했지만 결론은 모두 북한소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디도스 파문의 범인이 밝혀지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수순대로 국정조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은 없지만 계속해서 자료와 정황들을 조사하며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업체와 한나라당의 관계 및 협상대가를 밝혀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뜩이나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몰아간다는 분위기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디도스 파문의 국조ㆍ특검을 고리로 한나라당과 그간 쟁점사안이던 한미FTA 재협상 및 사과를 비롯해 미디어렙법,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정개특위 관련법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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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