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DDoS 파문’ 총공세 나선 민주당 전략

“공씨 ‘단독범행’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주의의 꽃’이 짓밟혔다. 독재시대에나 나올 법한 선거방해 행위가 드러나면서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사이트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녹다운 됐다. 주범은 바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로 밝혀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초토화 상태이고,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발뺌하지만 풍기는 냄새는 심상찮다. 뜻하지 않은 최상의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배후세력으로 한나라당 윗선을 지목하며 숨통을 죄는 모양새다. 일단 경찰은 공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윗선 지령 의혹 냄새 심상치 않아 민주 배후 캐기 나서
규탄대회·국정조사 등 압박수위 높여가며 연일 파상공세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북한소행’ 공식이 깨졌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자가 다름 아닌 여당 중진의원의 비서로 밝혀지면서다. 경찰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수행비서인 공모(27)씨를 구속,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치고 공씨 단독범행으로 마무리지었다. 

국민의 주권인 선거 방해 공작에 여당의원의 비서가 연루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간 궁지에 몰려있던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기사회생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승만ㆍ박정희 독재
능가하는 사이버테러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지난 10월25일 밤 고향 후배인 IT업체 G사 대표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요구했다. 강씨는 직원인 황모(25)씨와 김모(26)씨를 시켜 지난 10월26일 오전 1시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는지 실험한 뒤 오전 5시50분~11시쯤에 공격을 실시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다운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G사 사무실에서 강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후 강씨 등은 “공씨가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지난 1일 공씨를 검거했다.

여당 비서가 체포되며 당장 디도스 파문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의 여부가 됐다. 10‧26 재보선 당일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장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투표소가 많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10·26 재보선 선거기획단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했던 전력이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최 의원의 경우 공씨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사전제의와 협상 통해
디도스 공격 이뤄진 것”

하지만 비용과 목적 등을 추론할 때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실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개 9급 비서인 공씨가 단독으로 사비를 들여가며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명 ‘윗선 지령’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이어 당내에 백원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 3일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배후세력 캐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당내의 IT전문가들이 합류한 상태다.

진상조사위 소속의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윗선 개입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공씨와 공모한 업체가 본래 하던 일이 해외 사이버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곳”이라면서 “겉은 IT업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들은 해킹 등으로 상대방 영업 사이트를 공격하며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범인 강씨 회사의 경우 주된 업무를 예로 들면 작은 쇼핑몰 등을 공격해 경쟁업체를 망가뜨리며 돈을 벌었던 회사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업체 공격은 최소 500-100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이 그쪽 바닥의 생리다”며 “특히 국가기관 공격은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 최소 징역 1년의 구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비용이나 계획면에서 배후세력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집중난타로 민주당 ‘정국 주도권’까지 잡을까?
호재 맞은 민주, 반(反)한나라 정서 주도 총선 진두지휘


이에 백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에도 경찰청을 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백 위원장은 “꼬리 자르기식 수사는 절대 안 된다”며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소행설’도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다운된 것이 아니라 ‘투표소 찾기’ 기능만 먹통이 됐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관위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선관위 관계자는 “(재보선) 당일 홈페이지에선 투표소 정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며 내부 소행설을 부정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근거 없이 선관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것은 실질적 피해자인 선관위가 의혹을 자초한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그기록만 공개해도 내부소행 의혹을 씻어낼 수 있음에도 그 최소한의 것마저 하지 않아 의혹에 불을 질렀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 선관위 사이트와 함께 디도스 공격을 당했던 ‘원순닷컴’에 대한 IP 로그 파일 분석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보통 기업이면 공격을 받더라도 10∼20분 내에 정상화되는데 이번에는 초보적 수준의 공격임에도 2시간20분간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러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내부 음모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선관위를 몰아세웠다.

경찰은 “선관위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흔적이 없다”며 내부 소행설을 일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 9일 디도스 공격을 공씨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자신이 모시는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자백을 받아 냈다고 전했다. 

이제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수사결과에 검찰마저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더욱 미궁 속으로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용의자로 여당의원의 비서를 지목한 것은 나름의 성과였다.

하지만 범행 전날 공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31)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모씨 등을 줄줄이 조사하고도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과 함께 또 다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전망이다.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사이트를 마비시킨 헌정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를 두고 ‘국가 반란급 사건’ 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때문에 디도스 파문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일이 터지면 희생양을 정해 대충 어느 선까지 정리하고 몸통은 빠지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더 큰 후폭풍을 부르게 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9급 비서관이 혼자 결심하고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이슈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디도스 사태=북한 소행’
공식 깨지며 ‘불신’ 심화

그간 디도스 사건이 몇 차례에 걸쳐 발생했지만 결론은 모두 북한소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디도스 파문의 범인이 밝혀지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수순대로 국정조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은 없지만 계속해서 자료와 정황들을 조사하며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업체와 한나라당의 관계 및 협상대가를 밝혀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뜩이나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몰아간다는 분위기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디도스 파문의 국조ㆍ특검을 고리로 한나라당과 그간 쟁점사안이던 한미FTA 재협상 및 사과를 비롯해 미디어렙법,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정개특위 관련법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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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