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결정판 ‘MB 의혹’ 총망라

임기 말까지 연기 모락모락 “정권 끝나면 일 나겠네”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MB정부는 처음부터 의혹 속에 출발했다. 임기 이전부터 도곡동 땅 및 BBK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던 것. 이러한 의혹들은 임기 말까지 따라붙으며 사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의혹들을 몰고 오는 양상이다. 급기야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 사건과 연관 있다는 ‘빅딜설’까지 제기된 상태다. 현 정권에 불어 닥치며 소문이 무성했던 의혹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한미 FTA-BBK 빅딜설에 불거져 의심받는 MB 속내
MB의 무한 땅사랑에 집권 내내 따라붙는 투기 의혹 

최근 한미FTA가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되며 정국이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특히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선은 자연스레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 사건과 연관 있다는 ‘빅딜설’에 쏠려 있는 상태다.

이미 오래 전에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며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키로 예정돼 있었다.

4대강 사업은
재벌 배불리기?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국 검찰의 결과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짜여진 각본처럼 한미FTA가 통과되자 미 연방법원에서 (주)다스가 김경준-에리카 김에게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소송 취하를 최종 승인했다. 이는 한인신문 <선데이저널>에 의해 뒤늦게 보도됐으며, 이로 인해 의혹은 한층더 깊어진 상태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문제 역시 ‘의혹백화점’이다.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인사저 구입에 혈세투입 의혹은 가장 공격받는 사안이다.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반값에 매입했지만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혈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게 끝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 역시 땅값 상승의 기대감으로 값이 폭등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의혹의 대상의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늘 땅과 관련된 의혹을 달고 다녔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과 ‘꽃마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말은 화려한데
실속은 텅텅 비어

특히 도곡동 땅 실소유자 논란은 가장 큰 잡음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처남과 형 명의로 돼 있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도곡동 땅은 명의자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고 발표했고, 특검의 재수사에서도 “이 대통령 것은 아니다”라고 마무리됐다.

또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옛 꽃마을 부지도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매입시점(1977년)을 전후해 법원·검찰청사 건설계획과 도시설계구역이 확정된 곳이다. 이에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경력을 이용해 사전개발정보로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투기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대통령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회사가 보너스로 준 땅”이라고 했지만 “그런 관행은 없었다”는 전직 직원의 반대 증언이 나오며 의심 받았다. 또 1993년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앞두고 공시지가의 절반에 이 땅 일부를 급매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처남 소유의 충북 옥천 땅과 서울 양재동 빌딩도 직전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차명보유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현재 내곡동 사저 논란까지 더해진 것. 때문에 공직생활에서 얻은 정보를 개인재산을 불리는데 이용했다는 꼼수에 갈수록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현 정부 측근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통령마저 의혹의 중심에 서며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라는 비판이 거센 상태다.
무려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개발사업도 의혹투성이다. 4대강사업의 목적은 물 부족 국가인 대한민국이 강의 담수능력을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시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을 한 번 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파야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즉 상류에서 토사는 항상 지속적으로 하상에 침전되기 때문에 해마다 파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절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그 공사를 강행한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22조원의 돈으로 재벌 건설회사 배만 불려줬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2조 4대강 사업은 대기업 건설사 배불리기 위해서?
종편 4대사 특혜에도 선거 앞두고 정치적 고려 의혹

이에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이후 4대강사업 청문회를 열겠다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민주당 ‘4대강 사업 국민심판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애 의원)를 중심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공약이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된 과정 ▲업체 담합 및 정보 사전 유출 의혹 ▲준설토 헐값 매각 등 의혹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 등 사고 원인 ▲역행침식, 재퇴적 등 피해 ▲수질 오염, 조류 발생 등 식수 피해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아랍에미리트까지 달려가서 이룬 원전수주 역시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현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남의 나라에 원전을 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올해 초 UAE 원전수주를 둘러싼 이면계약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다. 내용인즉 총 공사비의 절반가량인 100억 달러를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에서 빌려 UAE에 대출해줄 경우,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싼 이자로 대출해주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때문에 MB정부에 대해 말만 거창하고 결과는 없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야당 측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요란 법석을 떨면서 홍보했던 UAE 원전수주는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들여 외국에 원전을 지어주는 것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고 “날치기까지 해서 군대를 파병하더니 이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돈까지 빌려줘야 한다는 사실에 과연 UAE 원전수주가 누구를 위한 수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정권의 종편 4개사 선정을 두고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편은 선정부터 개국까지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애물단지였다. 특히 하나같이 보수성향의 재벌언론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당 내 미디어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모두 다 죽는 길”이라고 경고했음에도 정부는 지상파 방송에 필적하는 종편 선정을 밀어붙였다. 종편 강행을 두고 이 대통령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온다.

꼬리를 무는 의혹
진실규명이 시급해

여당 관계자는 “야당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지상파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고, 현 정권 들어서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방송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종편 선정 이후 케이블 방송 의무 재전송, 중간광고 및 24시간 방송 허용, 채널 안배 등 특혜성 지원이 잇따른 것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이처럼 MB정권은 임기 전부터 각종 의혹으로 시작해 임기 말까지 따라붙는 ‘의혹의 산실’이 되고 있다. 각종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사저문제로 야당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재임 중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모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의혹 하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나 명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임기 말 갖가지 의혹들이 더해지며 비난 여론과 민심이반 속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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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