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2012년 승천 위해 ‘통합 올인’ 내막

지금은 ‘이무기 시대’…힘 합쳐 퍼런 여의주 물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야권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이번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계 등의 합류가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정계개편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평이다. 통합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차로 파열음이 빚어져도 야권은 내년 총선 압승,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일치한다. 특히 통합 성공 시 야권의 대선주자는 누가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권통합 논의 급물살…중통합·소통합 투트랙으로 전개
불임정당 오명 쓴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필사적 대권행

야권엔 현재 “뭉쳐야 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최근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후보단일화로 꿀맛을 봐왔다. 이에 야권은 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확인했다.

때문에 2012년의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야권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내년 선거정국에서 총선 압승과 대선 필승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야권의 정계개편은 크게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한쪽은 민주당을 필두로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을 주축으로 한 ‘중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중심이 된 ‘소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중통합 참여세력은 ‘원샷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연석회의를 꾸렸다. 하지만 민주당 내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독자전대파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밤 극적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독자전대파의 대표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했다. ‘선(先) 통합결의, 후(後) 지도부 선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에 따라 오는 11일 민주당의 독자적인 전당대회를 열어 혁신과 통합 등과의 신당 창당 안건이 의결되면 내년 1월8일 통합전대를 여는 방안이다.

최대쟁점 선거인단
당원주권 vs 시민참여

혁신과 통합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이외 세력이 참여하는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8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측이 전당대회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면 합당을 공식 결의하는 동시에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확정해 통합 전당대회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통합 쪽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통합연대, 노동계, 농민 등과 ‘통합진보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소통합 세력은 대체적으로 야권대통합에 회의적입 입장이다. 자칫 민주당 주도의 통합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다. 때문에 통합참여보다는 선거 및 정책연대나 후보단일화로에 ‘방점’을 찍겠다는 눈치다.

야권은 비록 두 갈래로 갈라진 채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통합 논의에 뛰어든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의 기여도와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나 위상이 귀결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성공 시 누가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의 유력 잠룡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다.

가장 먼저 야권통합에 불을 지핀 잠룡은 민주당의 손 대표다. 그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며 대권행이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정체성 논란도 성가신 꼬리표다.

최근에는 ‘안풍’ 등의 파급력에 지지율이 급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위기탈출을 노리고 있다.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대권가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야권 정치지형
급속도로 재편


민주당 안팎의 위기까지 더해지자 손 대표는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정 최고위원과 공동전선까지 구축하며 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손 대표는 올해 들어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야세력의 집회 및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 중이다. 이명박 정부와 결별한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한 인연이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손 대표는 눈에 띄는 ‘좌클릭 행보’로 진보 진영 끌어안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 등의 노동현안과 한미 FTA를 고리로 진보정당과 스킨십을 가졌다. 손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진정성을 얻는다면 재도약의 기회가 있다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손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정 최고위원 역시 오래전부터 야권통합을 주창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특히 그는 정권이 교체된 빌미를 제공했던 터라 오래 전부터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그는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 최고위원은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이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진보 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계기로 정 최고위원 역시 지지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새로운 잠룡으로 급부상 한 김두관
안철수 신중 행보에 정치진로 안개국면…그래도 유력 잠룡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야권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문 이사장이 총력 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로 시련을 겪었다. 이에 ‘민주당 간판’으로는 텃밭 이외에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하며 야권통합을 절감했다.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경남 김해을 재선거 패배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PK(부산·경남) 대안으로 떠올라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어 문 이사장은 <운명>이라는 자서전을 내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안풍’의 등장으로 현재는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문 이사장은 대선 후보의 ‘필요조건’과도 같은 국회의원·장관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이번 통합에 앞장선 만큼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다.

또 다른 유력 잠룡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이다. 김 지사 역시 친노 거목들이 대거 포진된 혁신과 통합의 핵심멤버로 야권통합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이장에서 장관 그리고 도지사까지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가 야권통합에 모습을 드러내며 강력한 잠룡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문 이사장과 더불어 PK에서 경쟁력 있는 야권의 몇 안 되는 인사다. 아직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야권통합에 뛰어들면서 그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핵
루키 안철수

누구보다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수 진영까지 긴장시키는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힌다. 안 원장이 침묵할수록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까지 벗어나며 압도한 상태다.

최근 신당창당설을 직접 부인한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석회의에 참여한 만큼 야권통합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도 절대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이 현실정치권 전면에 나선다면 야권 잠룡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침묵과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는 그의 정치적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당장의 정당참여보다는, 당분간 정치추이를 관망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와 ‘방식’ 등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에서 정권탈환을 위해 야권의 대통합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과연 어느 잠룡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며 단 하나뿐인 대권행을 거머쥐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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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