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시위대 vs ‘꼼수’ 경찰 누구 혀가 진실 깨무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폭행 시위대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영하의 날씨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 경찰 측의 ‘꼼수’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 양측의 폭행에 대한 진위 공방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폭행 시위대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비판 목소리
제복 입은 서장, 의도적인 목적 갖고 집회 장소에?

종로경찰서장이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보수언론과 여권은 공권력에 대한 테러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진보언론과 야권에서는 물대포에 대한 비난여론과 여권의 FTA 강행처리 반대여론을 무마시키려 자작극을 펼쳤다고 맞서는 양상이다.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치 3주 부상 당해 

지난달 26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미FTA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당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은 집회에 참가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해산 종용을 요구하겠다며 직접 집회 장소 안으로 파고들었다.

박 서장은 당시 시민들이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보수언론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박 서장의 얼굴과 어깨 등을 구타했고, 이어 박 서장의 모자와 안경이 벗겨졌으며 점퍼 어깨 부분의 계급장이 뜯겨져 나갔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특히 시위대의 폭행에 대해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 ‘경찰서장이 얻어맞는 나라’라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여당까지 가세해 폭행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를 향해 소통과 대화를 요구했던 좌파세력들이 경찰서장이 내미는 대화의 손을 주먹과 발길질, 모욕적인 언행으로 앙갚음했다”며 “명백한 야권세력의 폭거이자 공권력에 대한 테러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역시 같은 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로 경찰서장을 폭행한 시위대 전원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 최고위원은 “경찰서장이 아니라 의무경찰 한 명에 대해 폭행이 이뤄졌다고 해도 똑같은 강력한 법집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면서 “특히 불법시위 도중 공권력에 대한 폭행을 저지른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반격도 시작됐다. 보도 직후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현장 증언들을 토대로 종로서장 폭행은 자작극이라는 내용의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이들은 앞서 열린 시위대에 물대포를 가격한 사실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폭행사건으로 이를 무마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박 서장이 민감한 시기에 제복까지 차려입고 집회 중심으로 파고들어 시위대의 폭행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당시 연단에서 연설하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화상대를 지정해줄 테니 돌아가라”고 말했음에도 행사 참석자 가운데로 들어온 것만 봐도 다른 의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는 것.

이들은 당시 박 서장이 경찰관 20여 명으로부터 3중의 호위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일부 집회 참가자가 조현오 경찰청장으로 오인 “조현오다”라고 외치면서 기자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매우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 누군가에 의해 박 서장의 모자가 벗겨졌으나 누군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후 무대 근처까지 가면서 더욱 격해졌다.

급기야 지난달 29일 야권과 진보언론들은 ‘경찰이 배포한 폭행증거사진에서 서장의 모자를 벗겼다고 지목된 인물은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종로경찰서의 경사 고모씨였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박 서장의 자작극에 힘을 보태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물대포 논란 잠재우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찰이 촛불집회를 폄훼하기에 급급하여 확인도 거치지 않고 언론사에 배포한 거짓증거는 보수신문을 통해 일제히 한미FTA 날치기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언론조작용으로 쓰였고, 선의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명예만 더럽혀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조현오 경찰청장은 물론 서울경찰청의 수장인 이강덕 청장은 거짓증거에 대해 사죄하고 즉각 진상을 밝혀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김모(54)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지난달 29일 기각했다.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시위 가담 사실이 있으나 피의자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로 제출한 채증자료의 폭행 장면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강조사를 거쳐 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본보기식’으로 성급하게 영장 신청을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게 됐다. 특히 종로서장 폭행 사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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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