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A의원 ‘60억 수수설’ 파문 막전막후

검찰 칼끝 정조준…이번엔 어떤 결과물 내놓을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이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다 속속 구속되면서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정권실세 A의원에게로 향해있다. A의원은 현 정부에서 다선 파워를 지닌 실세중의 실세다. 그런 A의원은 각종 의혹이 불때마다 중심에 서왔다. 이번 ‘이국철 폭로’로 다시 불거진 의혹에 과연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눌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 폭로’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입증
‘로비창구’ 문 대표 구속, 실세의원 보좌관 계좌추적

모처럼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이국철 폭로’로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건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3일 뒤에는 이 회장의 ‘로비창구’로 지목됐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까지 구속해냈다.

신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3일 뒤 법원으로부터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보강수사 기간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 와중에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활기
신재민 구속되나?

게다가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인 ‘안국포럼’ 등에 몸담았던 지난 2007년 1월∼2008년 3월 이 회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로부터 그랜저 차량을 무상 제공받아 타고 다닌 부분(리스료 1400만원 정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SLS조선 내부문건 외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며 “지난번 기각 사유를 다 보강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검찰의 호언장담대로 28일 실시된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영장이 받아들여져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 뒤에도 정권실세 A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SLS그룹의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로비창구’였던 문 대표로부터 고급시계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SLS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2009년 박 보좌관에게 500만원 상당의 여성용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박 보좌관을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과 문 대표와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박 보좌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계좌추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정권실세
로비의혹 정조준 

하지만 박 보좌관은 문 대표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회사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여성용 (명품)시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 해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내가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보좌관이 시계를 돌려준 정확한 시점을 조사하는 한편,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받은 7억8000만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많았다. 검찰이 비리 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았던 신 전 차관보다 이를 폭로한 이 회장이 먼저 구속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검찰 수사의 결과물은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을 통해 시작된 수사였다. 이 회장은 그간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해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폭로가 현실로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에서 이 회장이 문 대표를 통해 정권실세인 A의원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이제 이국철 폭로의 핵심은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의 여부다.

각종 비리 의혹만 터지면 중심에 선 정권실세 A의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은 MB 복심…정권실세 겨눌까?

검찰도 자금추적 및 A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하면 정권실세 측에 60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정권실세라 불리는 A의원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A의원의 ‘권력 사유화’에 대해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부산저축은행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A의원은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정권실세를 보기 좋게 비껴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당시 A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태규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태규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A의원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A의원실 측에서는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A의원과 박태규 회장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회장은 A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A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음은 물론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국철 폭로와 관련해서도 신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A의원을 최초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권실세가 이국철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갔다”며 “(그 실세는) 세상이 다 알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것.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회장의 로비의 핵심통로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문 대표는 구속됐다. 때문에 다시금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시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만은 검찰이 제대로 할까?”라며 “이국철 회장 사건은 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대로 정권실세 측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검찰수사가 실세에게도 어떻게 진전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애초에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 회장의 비리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검찰이 공을 들였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판이 ‘무죄’로 귀결돼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이어 이국철 폭로에 청와대의 언급도 있었던 터라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의 행방을 좇았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자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 후 언론에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국철 사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망록의 일부내용에 정권실세 중의 실세인 A의원이 거론되며 파괴력이 급상승한 상태다. 비망록에 대해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유독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사업가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구명청탁을 했다며 MB정권의 복심도 겨냥한 상태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고위층 수사에서 그간의 검찰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 낼지 아니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