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500억 ‘통큰 기부’의 비밀 대해부

안철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뭔가 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려 1500억을 쾌척했다. ‘통큰 기부’의 감동은 ‘안풍’의 파급력을 배가시키며 정치권을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철수식 화법’으로 정치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민심의 원동력인 ‘안철수 파워’에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눈치다.

‘안철수 파워’ 원동력, 민심 다시 한 번 열렬한 환호
정치권의 ‘안철수 먼지털기’에 장외에서 선방 날렸나?

정치권 인사가 아니면서 요즘 정치권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현재 그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의 영향력은 당초 4~5%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입증된 상태다. 이처럼 ‘안풍’의 파급력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그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안철수의 나눔문화
확산 기폭제 될까? 
 
그런 그가 최근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정하며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지분 37%의 절반(약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

안 원장은 이메일에서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나눔의 실천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양극화 현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 사업에 써 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안 원장은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은 지난 1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순수한 기부임을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안 원장의 기부는 열렬한 국민적 환호를 받고 있다. ‘가진 자의 것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 준다’는 정치적 역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자신의 것을 나누어 가지지 못한 자에게 베풂’으로써 진정한 지도자의 책임을 다한 것. ‘안철수 바람’이 거셀수록 기성 정치권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 원장은 그간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씨와 함께 전국 25개 지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통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꾸준히 이어왔다. 안 원장의 이런 ‘소통’ ‘공감’ 행보와 박 서울시장에 대한 ‘아름다운 양보’ 등으로 ‘배려’의 이미지가 부각되며 민심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이번의 ‘통큰 기부’로 ‘헌신’ ‘나눔’이라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안 원장의 자산으로 형성됐다. 안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자연스럽게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뉴시스>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공동으로 시행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와 관련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33.7%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양자대결에서는 안 교수가 47.9%, 박 전 대표가 42.0%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처럼 안 원장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욱더 커진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은 안 원장의 기부를 반색하면서도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추석이 지나면 안풍이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이제 2012년 총·대선의 변수가 돼버린 상황에서 또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3당 창당설’ 등의 논의가 오가는 미묘한 시점에서 거액의 기부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존재감 부쩍 커진 안철수
촉각 곤두세운 정치권

안 원장이 극도로 경계했음에도 그의 사재출연이 정치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의 이메일에서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 등의 표현에서 정치적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정치활동의 준비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박 시장 지지선언 당시 ‘편지정치’를 구사한 점과 이번의 기부 역시 편지 형식을 빌렸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 행보라고 보고 있다. 또 안 원장의 통큰 기부로 국민적 기대감이 더욱 높아져 그의 정치적 행보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치권의 ‘안철수 먼지털기’에 대한 안 원장의 선제공격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대선에 뛰어들려면 정치권에 들어와서 검증을 받으라"는 식의 공세에 대한 선방이라는 것.

실제 이미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안철수 때리기’의 선봉장을 자처한 상태이다. 강 의원은 지난 1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급등한 점을 지적하며 작전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주식이 급등현상을 보일 때 연구소의 모든 임원들이 너도 나도 서둘러 주식을 판 것은 도덕적 논란거리라고 공격했다. 게다가 강 의원은 이번 주식급등의 수혜자는 몇 달 사이에 300억 이상의 차익을 올린 안철수연구소와 안 원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1500억 가량을 쾌척하며 오해와 불신을 씻어내고, 정치권의 공세를 장외에서 미리 차단했다는 얘기다.

안 원장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MB정부를 겨냥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 측근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며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차원 높은 지도자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으로써 암묵적인 정권 심판 의도를 드러냈다는 견해다. 특히 지난 10·26 재보선에서 젊은층의 투표를 유도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의도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MB정권 권력형 비리 봇물…차원 높은 도덕성 선보여
정치권 ‘대선 출사표’로 해석…향후 행보 예의주시 

안 원장의 예상치 못한 통큰 기부를 지켜보는 여야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조차 내지 못하는 등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은 앞으로 정치를 하든 안하든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환영했다.

안 원장의 주가가 폭등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안철수 모시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철수 원장이 꼭 민주당에 가야 할 고정적 이유는 없다. 한나라당이 노력을 안 해서 정치할 사람을 저쪽에 다 뺏기는 것은 안 된다”며 안 원장 영입을 적극 주장했다.

제3신당을 추진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역시 안 원장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일부를 포함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 이사장은 안 원장 측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도 만나 창당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 역시 안 원장의 야권 통합 정당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문재인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우리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지지율 껑충 뛰며
안철수 모시기 경쟁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도 사저를 제외한 전 재산인 331억원을 내놓아 대통령의 기부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해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동참했다. 이 밖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무려 5000억원이라는 기부를 해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보다 안 원장의 기부가 열렬하게 환영받는 이유는 그간의 쌓아온 행적과 맞물려 진실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는 등 사회에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 게다가 높은 도덕성까지 겸비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는 또 그동안 지속적인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희망을 심어주며 남다른 배려와 존중의 소통 방식으로 젊은 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게다가 이번 기부로 안 원장은 기성 정치판을 더 세게 뒤흔들고 있는 것.

그간 사회지도층은 자신들 배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정치권도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싸움판으로 몰고 갔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폭탄은 부도덕성의 정점을 찍었다. 때문에 안 원장에게서 새로운 리더십을 맛본 국민들은 ‘안철수 파워’를 생산해냈다.

안 원장의 기부에 대한 해석이 어찌 됐든 간에 정치권이 쇄신에 힘을 쏟아야 할 이유다. 정치권에서 뼈를 깎는 반성과 변화로 희망의 싹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총‧대선에서 더 기대할 게 없게 된다.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절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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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