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원순 ‘사생결단’ 힘겨루기 내막

대통령과 소통령의 혈전 “올해 죽여야 내년에 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 말은 특히 정치권에 잘 적용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일이 정치권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박 시장의 서울시 입성으로 대통령과 소통령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내년 선거정국에서 대리전으로 팽팽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상대를 반드시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정면 승부’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2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로 MB-박원순 인연
2012 총
대선 여야 희비 가를 대통령-소통령으로 악연

“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많이 (아름다운재단에) 협조 했습니다.”(이명박 대통령) “맞습니다. 그때는 자주 뵈었죠.”(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26 재보선 이후 국무회의장에서 첫 대면하면서 나눈 얘기다. 두 사람의 환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겼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고, 박 시장은 “그때 내가 감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재회한 MB와 박
양쪽 속내는 복잡

실제로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시장 월급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았던 박 시장은 곧바로 ‘월급 기부’ 제안서를 들고 이 대통령을 찾았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4년간 시장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해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훈훈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일들을 떠올리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 양쪽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내년 선거정국에서 여야의 희비가 두 사람 손에 달려 있어서다. 2012년 총‧대선은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심판론’ 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현 정부의 ‘박원순 죽이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 박 시장도 ‘한미FTA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어 양측 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칼끝을 겨눈 것은 다급한 이 대통령 측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보듯 수도권 민심이 야권으로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경남의 민심이반도 심상찮아 현 정권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무엇보다 당선 직후 파격행보를 보이는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도 부담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당선 직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세 역전을 위해 기득권 세력이 박 시장의 오점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 정권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에
세무 드림팀 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직후인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이 난데없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박 시장이 한때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약 97억원을 기부하며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제공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특별’이 아닌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1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경찰은 나경원 후보 캠프의 ‘1억 피부샵’ 허위사실 유포 고발과 관련 <나는 꼼수다>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문제와 나 후보의 피부샵 문제를 제기하며 여권의 역풍을 일으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두고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현 정권이 본격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기부금 조성 의혹 검찰수사 본격 개시…‘박원순 죽이기’
‘박’ 한미FTA 사실상 반기들며 MB의 꼼수론에 철퇴

검찰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박 시장의 아름다운재단 불법 기부금 모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는 박 시장과 아름다운재단을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검찰은 김 대표의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우선 재단 관계자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선거 직전에 “아름다운재단이 10년 동안 10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집했음에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기부금 액수를 신고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다”며 박 시장과 재단을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곧장 현 수사팀에 배당했다. 하지만 ‘한명숙 사건’의 전철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표적수사’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자 “배당만 했을 뿐 어떤 수사도 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뤄뒀던 기부금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원순의 반격 개시
MB 아킬레스건 공격

박 시장도 이에 적극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한미FTA의 처리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ISD(투자자 국가제소권)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FTA 서울시 의견서’를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박 시장은 ISD 조항이 서울시와 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는 “ISD 관련 압도적 제소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럽다”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와 시민에게 큰 재정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미국계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 상권을 무차별 침범하는 등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이 한미 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들며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함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강타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약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박 시장과 야권 측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FTA를 고리로 야권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박 시장은 또 혁신적이고 통합을 이룬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혁신과 통합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목표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일치한다. 함께 갈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야권과의 공조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선거를 야권 필승구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B-박의 생사가
2012 총
대선 변수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과 기득권세력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박 시장에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겨누며 오점 만들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소속 지자체장인 박 시장은 몇 번이고 한계와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기에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선 박 시장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들추며 적극 공성전에 뛰어든 형국이다.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털리면, 그 파장은 내년 총‧대선으로 이어져 야권 공멸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 마주서서 살기 위한 공세와 방어전을 펼쳐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향후 평행곡선을 그리며 사생결단을 펼칠 두 사람.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느 쪽이 웃고, 어느 쪽이 울게 될까?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