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원순 ‘사생결단’ 힘겨루기 내막

대통령과 소통령의 혈전 “올해 죽여야 내년에 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 말은 특히 정치권에 잘 적용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일이 정치권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박 시장의 서울시 입성으로 대통령과 소통령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내년 선거정국에서 대리전으로 팽팽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상대를 반드시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정면 승부’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2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로 MB-박원순 인연
2012 총
대선 여야 희비 가를 대통령-소통령으로 악연

“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많이 (아름다운재단에) 협조 했습니다.”(이명박 대통령) “맞습니다. 그때는 자주 뵈었죠.”(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26 재보선 이후 국무회의장에서 첫 대면하면서 나눈 얘기다. 두 사람의 환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겼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고, 박 시장은 “그때 내가 감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재회한 MB와 박
양쪽 속내는 복잡

실제로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시장 월급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았던 박 시장은 곧바로 ‘월급 기부’ 제안서를 들고 이 대통령을 찾았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4년간 시장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해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훈훈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일들을 떠올리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 양쪽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내년 선거정국에서 여야의 희비가 두 사람 손에 달려 있어서다. 2012년 총‧대선은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심판론’ 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현 정부의 ‘박원순 죽이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 박 시장도 ‘한미FTA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어 양측 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칼끝을 겨눈 것은 다급한 이 대통령 측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보듯 수도권 민심이 야권으로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경남의 민심이반도 심상찮아 현 정권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무엇보다 당선 직후 파격행보를 보이는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도 부담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당선 직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세 역전을 위해 기득권 세력이 박 시장의 오점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 정권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에
세무 드림팀 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직후인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이 난데없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박 시장이 한때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약 97억원을 기부하며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제공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특별’이 아닌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1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경찰은 나경원 후보 캠프의 ‘1억 피부샵’ 허위사실 유포 고발과 관련 <나는 꼼수다>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문제와 나 후보의 피부샵 문제를 제기하며 여권의 역풍을 일으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두고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현 정권이 본격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기부금 조성 의혹 검찰수사 본격 개시…‘박원순 죽이기’
‘박’ 한미FTA 사실상 반기들며 MB의 꼼수론에 철퇴

검찰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박 시장의 아름다운재단 불법 기부금 모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는 박 시장과 아름다운재단을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검찰은 김 대표의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우선 재단 관계자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선거 직전에 “아름다운재단이 10년 동안 10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집했음에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기부금 액수를 신고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다”며 박 시장과 재단을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곧장 현 수사팀에 배당했다. 하지만 ‘한명숙 사건’의 전철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표적수사’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자 “배당만 했을 뿐 어떤 수사도 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뤄뒀던 기부금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원순의 반격 개시
MB 아킬레스건 공격

박 시장도 이에 적극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한미FTA의 처리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ISD(투자자 국가제소권)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FTA 서울시 의견서’를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박 시장은 ISD 조항이 서울시와 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는 “ISD 관련 압도적 제소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럽다”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와 시민에게 큰 재정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미국계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 상권을 무차별 침범하는 등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이 한미 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들며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함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강타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약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박 시장과 야권 측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FTA를 고리로 야권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박 시장은 또 혁신적이고 통합을 이룬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혁신과 통합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목표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일치한다. 함께 갈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야권과의 공조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선거를 야권 필승구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B-박의 생사가
2012 총
대선 변수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과 기득권세력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박 시장에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겨누며 오점 만들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소속 지자체장인 박 시장은 몇 번이고 한계와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기에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선 박 시장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들추며 적극 공성전에 뛰어든 형국이다.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털리면, 그 파장은 내년 총‧대선으로 이어져 야권 공멸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 마주서서 살기 위한 공세와 방어전을 펼쳐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향후 평행곡선을 그리며 사생결단을 펼칠 두 사람.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느 쪽이 웃고, 어느 쪽이 울게 될까?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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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