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원순 ‘사생결단’ 힘겨루기 내막

대통령과 소통령의 혈전 “올해 죽여야 내년에 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 말은 특히 정치권에 잘 적용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일이 정치권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박 시장의 서울시 입성으로 대통령과 소통령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내년 선거정국에서 대리전으로 팽팽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상대를 반드시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정면 승부’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2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로 MB-박원순 인연
2012 총
대선 여야 희비 가를 대통령-소통령으로 악연

“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많이 (아름다운재단에) 협조 했습니다.”(이명박 대통령) “맞습니다. 그때는 자주 뵈었죠.”(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26 재보선 이후 국무회의장에서 첫 대면하면서 나눈 얘기다. 두 사람의 환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겼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고, 박 시장은 “그때 내가 감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재회한 MB와 박
양쪽 속내는 복잡

실제로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시장 월급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았던 박 시장은 곧바로 ‘월급 기부’ 제안서를 들고 이 대통령을 찾았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4년간 시장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해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훈훈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일들을 떠올리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 양쪽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내년 선거정국에서 여야의 희비가 두 사람 손에 달려 있어서다. 2012년 총‧대선은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심판론’ 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현 정부의 ‘박원순 죽이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 박 시장도 ‘한미FTA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어 양측 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칼끝을 겨눈 것은 다급한 이 대통령 측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보듯 수도권 민심이 야권으로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경남의 민심이반도 심상찮아 현 정권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무엇보다 당선 직후 파격행보를 보이는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도 부담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당선 직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세 역전을 위해 기득권 세력이 박 시장의 오점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 정권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에
세무 드림팀 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직후인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이 난데없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박 시장이 한때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약 97억원을 기부하며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제공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특별’이 아닌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1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경찰은 나경원 후보 캠프의 ‘1억 피부샵’ 허위사실 유포 고발과 관련 <나는 꼼수다>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문제와 나 후보의 피부샵 문제를 제기하며 여권의 역풍을 일으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두고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현 정권이 본격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기부금 조성 의혹 검찰수사 본격 개시…‘박원순 죽이기’
‘박’ 한미FTA 사실상 반기들며 MB의 꼼수론에 철퇴

검찰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박 시장의 아름다운재단 불법 기부금 모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는 박 시장과 아름다운재단을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검찰은 김 대표의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우선 재단 관계자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선거 직전에 “아름다운재단이 10년 동안 10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집했음에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기부금 액수를 신고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다”며 박 시장과 재단을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곧장 현 수사팀에 배당했다. 하지만 ‘한명숙 사건’의 전철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표적수사’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자 “배당만 했을 뿐 어떤 수사도 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뤄뒀던 기부금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원순의 반격 개시
MB 아킬레스건 공격

박 시장도 이에 적극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한미FTA의 처리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ISD(투자자 국가제소권)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FTA 서울시 의견서’를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박 시장은 ISD 조항이 서울시와 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는 “ISD 관련 압도적 제소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럽다”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와 시민에게 큰 재정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미국계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 상권을 무차별 침범하는 등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이 한미 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들며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함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강타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약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박 시장과 야권 측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FTA를 고리로 야권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박 시장은 또 혁신적이고 통합을 이룬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혁신과 통합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목표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일치한다. 함께 갈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야권과의 공조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선거를 야권 필승구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B-박의 생사가
2012 총
대선 변수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과 기득권세력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박 시장에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겨누며 오점 만들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소속 지자체장인 박 시장은 몇 번이고 한계와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기에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선 박 시장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들추며 적극 공성전에 뛰어든 형국이다.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털리면, 그 파장은 내년 총‧대선으로 이어져 야권 공멸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 마주서서 살기 위한 공세와 방어전을 펼쳐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향후 평행곡선을 그리며 사생결단을 펼칠 두 사람.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느 쪽이 웃고, 어느 쪽이 울게 될까?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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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