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문’ 재야 대권주자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36:57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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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채비’ 장외 잠룡들의 용틀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3년5개월여가 남았지만, 잠룡들의 행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정당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잠룡뿐 아니라 정치권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재야 잠룡들까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주목받는 재야 잠룡들의 최근 행보를 쫓았다.
 

단연 주목받는 재야 잠룡은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을 재야 잠룡 중 단연 선두로 꼽는다. 정치권이 유 이사장의 행보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때였다. ‘친노의 중추’로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선
슬슬 시동∼

이는 그간 정치권과 선을 그어왔던 유 이사장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 6월 말 2년 6개월간 함께한 JTBC <썰전>서 하차할 때도 “정치권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정치적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설립된 노무현재단은 5만여명의 후원 회원을 가진 대규모 재단이다. 지난 1일 임시이사회는 2013년 정계를 떠난 후 작가로서 방송활동에 전념해 온 유시민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해석이 과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차례로 역임했다.


이사장 출신 중 1명은 현직 대통령인 데다 이사장 4명 중 2명이 국무총리를 지냈을 만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뽐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유 이사장을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 이사장이 자연스레 정계복귀를 할 수 있는 초석을 이 대표가 놔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는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이 대표가 13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유 이사장이 보좌관으로서 수행하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 공천설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이 대표가 ‘포스트 문재인’으로 유 이사장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친노 진영의 대권구도는 그야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추문으로 회복불능 상태다. 그나마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도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친노 집권 플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 이사장이 굳이 친노 대선주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세 결집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친노의 중추로 자리 옮겨
황, 11월초 친박 10인과 회동


이슈의 중심에 있던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취임식을 가졌다. 유 작가는 이사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여러 사정상 이 대표께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권하셨고, 상황을 보니 제가 안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노 대통령을 모시고 일한 사람으로서 사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정계 복귀설에 거듭 “기자 분들이 (복귀는)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문제라는 분석을 많이 하던데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다. 여러 상황이 요구할 때도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의 거듭된 발표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진보 진영에 유 이사장이 있다면, 보수 진영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다시금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7일,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가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서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다.

유시민 손사래
정치권은 확신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원유철·김정훈·유기준·김진태·이채익·윤상직·정종섭·추경호·송언석·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현역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 보낸 축기가 행사장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행사 직후 문정부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거물급 대선주자의 등장에 목말라있던 보수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큰 호응을 보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도 있었지만, 무주공산에 가까운 보수 측 대권레이스서 황 전 총리의 존재감이 두각을 보인 결과였다.

열기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10월 정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서 황 전 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14.8%)에 이어 2위(12.4%)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깨어난 황교안
당권? 대권?


당장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황 전 총리 영입 시도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만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함께 황 전 총리를 직접 만나 보수 대통합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며 “이때 입당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황 전 총리의 약점을 덮어주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이진곤 조직강화특위원회 위원은 지난 22일, 당에서 영입을 추진 중인 황 전 총리를 두고 ‘박근혜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관해 “‘내가 누구 사람이다’ 이렇게 지적되는 건 아마 불쾌할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집사도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정치란 동등한 자격으로 다만 직책과 역할로만 구분될 뿐이지, 누구에게 종속돼서 한다든지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벗어나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변호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입당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황 전 총리가 여의도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만남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다음달 초 한국당 유기준 의원을 포함한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열 계획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가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황 전 총리 측도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지지자 60명과 산행 ‘세 과시’
여의도는 건호·홍걸 행보 궁금해

황 전 총리와 함께 보수 진영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황 전 총리 영입 의사를 밝히며 “오 전 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보수 통합에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지지자들 50∼60명과 함께 대규모 산행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오 전 시장의 산행은 전대 출마를 알리기 전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12일 오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서 “오랜 동지들,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서울 근교서 트레킹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을 한 바 있다.

오 전 시장 역시 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입당 제안을 받은 상태로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입당 제안을 받은 오 전 시장은 김 비대위원장 등에게 “지금 어떻게 입당을 논의할 수 있겠나”라며 “한국당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와 결과를 좀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범보수 진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라고만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3인 외에도 정치권은 재야 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를 주목한다. 실제 여의도 관계자들은 21대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았음에도 노씨와 김씨의 출마 여부를 심심치 않게 질문한다. 

장고 들어간
오세훈 결단은?

한 진보 정당 정치권 인사는 인터뷰 후 가진 티타임서 “노씨가 21대 총선에 나오는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이 21대 총선에 나왔을 때 당선 가능성 등을 물었다. 정치권은 만약 두 사람에게 대권 욕심이 있다면 21대 총선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노 일가 의혹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500만달러 수수 의혹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서 노씨의 공소시효가 2023년 2월21일까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재차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13일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씨를 포함한 5명을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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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