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상권 확보한 수익형 상가는?

아파트로 몰렸던 뭉칫돈이 알짜 수익형 상가로 향하고 있다. 초강력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금융권에 돈을 묻어두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에 밀려나온 유동자금들이 안정적이고 고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으로 몰리고 있다.

상가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배후세대를 기반으로 독점 상권을 확보한 상가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크게 대표적인 4가지를 꼽으라면 ▲몰링형 상권 ▲항아리형 상권 ▲대단지 아파트·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상권 ▲역세권 등 중심상업지 상권 등이 있다. 실제 탄탄한 배후세대를 확보한 독점상권에서 공급된 상가들이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그랑시티자이’단지 내 상가인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지난 6월 말 진행된 라이프 에비뉴와 포트 에비뉴 입찰에서 총 117실 모집에 최고 낙찰가율 196%, 최고 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실이 하루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다. 앞서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1차와 2차 아파트가 각각 9.27대1, 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완판된 데다 7653가구 대단지로 고정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밀려나온 유동자금
고정수익 보장받는 곳으로

지난 7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부천시 중동 일대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중동’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약 19대1의 경쟁률로 전 유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어 분양한 단지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는 최고 216대 1,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분양 사흘 만에 마무리됐다. 

몰링형 상권


상가 시장에 몰링형 상권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몰링형 상권은 한 곳에서 쇼핑은 기본으로 외식, 오락, 문화 등 여가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복합 상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복합몰이나 스트리트형 상가 형태를 띠어 키테넌트 유치에 유리해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흡수하기 좋다. 개방감, 접근성 및 가시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포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시티= 동서건설이 공급하는 ‘김포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 시티’상가는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202-1번지 일대에 들어선다. 총 567실로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텔 단지내 상가다. 상업시설은 지상 1~5층에 공급된다. 사거리 코너입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우수하다. 

5층에 8개관 1000석 규모의 초대형 CGV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713대 자주식 주차장이 마련돼 고객 유치에 수월하다. 3만여 세대의 확실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인근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위치하고 있어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김포시청, 김포경찰서 등의 행정 인프라와 풍무중앙공원, 김포근린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누릴 수 있다. 

항아리 상권

작지만 강한 상권으로 불리는 항아리 상권은 상권 내 배후세대로 소비가 가능한 상권이다. 단골이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만들기가 수월하다. 수도권의 경우 주로 구도심 내 주거밀집지역 골목상권 등에서 신도시 내에서는 아파트 밀집지역 등에서 형성되고 있다. 상가 근처에 학교, 아파트, 공원 등이 있을 경우 병의원·학원·프랜차이즈 등 업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안성 엘리시아= 경기 안성시 석정동 29-2외 6필지에 소형 아파트, 상가인 ‘안성 엘리시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4층, 1개동 규모로 192세대 소형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과 상가 14호로 공급된다. 지하 1~3층은 주차장, 지상 1~2층은 상업시설, 3층은 지상 주차장, 4~14층은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먼저 도시형 생활주택인 소형 아파트는 4가지 타입(A·B· C·D)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19.97~22.42㎡이며, 확장시 실사용 면적은 25.52~32.02㎡로 활용이 가능하다. 총 주차대수는 103대다.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9000만원대부터, 상가는 3.3㎡당 900만~2600만원대(부가세 별도)로 책정됐다.


임대수요가 풍부한 안성시내의 중앙대로변에 위치해 한경대 및 안성시장 아양택지개발지구의 중심상권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성 제1산업단지 등 총 19개 산업단지와 근접해 280여개사 1만3000여명의 근로자를 고정 배후수요로 하고 있다. 도보 3분 거리에 학생수 9000여명의 국립대인 한경대와 중앙대 안성캠퍼스 등 학생들이 있다. 6500여세대로 조성되는 아양택지지구와 근접하다.

대단지 상권

대단지 아파트나 대규모 오피스텔의 경우 고정적인 배후 거주 가구라는 최소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특성상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등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투자금액도 일반적인 근린상가보다 적으며, 임차인 확보가 용이하다. 

쾌적하고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기업체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서울 도심이나 강남 등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중소·벤처기업들이 최첨단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률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배후세대로 하는 지원상가들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에 따라 독점성 확보가 가능하고, 소비성이 강한 젊은 직장인을 배후 수요층을 상권을 독점화할 수 있으며 점포 수가 적어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19번지 일대 근린형 단지내 상가인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유치원 및 근생시설이 분양 중이다. 녹번동 재개발 3500여세대를 배후로 확보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은 지하 1층~지상 1층, 교육연구시설(유치원)은 지상 2~4층에 입점한다.

12월 준공을 앞둔 단지내 상가의 지하 1층은 대형마트로 입점이 확정됐다. 분양가는 25억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2억원에 월 1200만원으로 대출이 없을시 수익률은 6.3%선이다. 지상 1층 1호는 디저트 카페 등 입점 예정이다. 분양가 10억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원에 월 525만원으로 대출이 없을 시 수익률은 7%선이다. 

지상 1층 4호는 치킨전문점 등 입점 예정이다. 분양가는 3억7000만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0만원으로 대출이 없을 시 수익률은 7%선이다. 지상 2~4층은 유치원(9개반 200명) 인가 예정이다. 분양가는 25억원. 이 유치원의 경우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는 조건이다.

중심상업지 상권

역세권, 행정타운, 백화점 등이 몰려있는 중심상업지 상권은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지역내 독점상권 형성이 용이해 투자자나 임차인에게 관심대상 1순위로 꼽힌다. 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소비가 이뤄져 역세권을 이용하는 유동인구와 배후세대를 모두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종 제한 없이 고층으로 건축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늬만 독점상권인 상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신문광고나 홍보물 등에는 독점상권 내 유일한 상가, 대단지 배후 단독 상권 상가라도 홍보하지만 정작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므로 투자 전에는 직접 주변을 둘러보며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분양업체의 운영계획이나 활성화 방안도 있는지 따져보고 본인이 관심 있는 점포가 이용 고객의 동선상에 위치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독점상권은 외부 인구에 의존하기보다는 배후세대에 의존하는 상권인 만큼 배후세대의 입주율이나 주거 선호도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같은 상권에 있는 상가라도 입지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인근에 집객 효과가 있는 동선에 있는지 따져본 후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원 인계동 엘리시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19 -6번지 일대에 ‘수원 인계동 엘리시아’ 오피스텔 7실(회사보유분)과 상가 1호(선임대)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오피스텔 7실은 모두 5층으로 4층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계단을 통해 이동이 용이하다. 이중 4실은 서비스공간인 테라스가 제공돼 공간활용도가 높다. 분양가는 부가세를 제외한 1억3800만~1억4900만원으로 기존 분양가 대비 1000만원 가량이 저렴하다. 오피스텔의 경우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60만~70만원선에서 임대가 확정돼 있다. 상가는 104호를 공급중인데, 현재 중국요리전문점으로 선임대가 확정됐다. 


탄탄한 배후세대 확보
높은 경쟁률 속속 마감

인계 엘리시아가 위치한 수원의 대표적인 중심상권인 인계동은 갤러리아 백화점, 홈플러스, 수원시청, 주상복합, 88공원, 경기도문화의 전당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 지하 1층~지상 13층으로, 지상 1층에는 상업시설 5실로 구성돼 원스톱 쇼핑시설을 누릴 수 있다. 지상 5층은 오피스텔 13호실, 6~13층은 도시형 생활주택 104호실로 조성된다. 

오피스텔 맞은편으로 수원 KBS 드라마센터가 위치하고 백성병원 바로 뒤편으로 최중심상권의 뒤 블럭에 위치해 있다. 상업시설에는 24시간 편의점, 세탁소, 분식, 패션잡화 등 다양한 업종이 추천된다. 삼성전자의 본사이전으로 수원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등 대기업 및 중소기업, 하청업체 등 기업체의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아주대, 경기대학교 등 대학생 및 관련수요의 주거수요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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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