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전원책 투트랙 청사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22 10:06:02
  • 호수 1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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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회창식 벤치마킹?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변신을 준비 중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이끄는 변신이다. 두 사람은 연일 당이 나아갈 청사진을 제시하며 당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두 사람이 제시하는 청사진은 과거 한나라당과 닿아 있다.
 

“당헌·당규와 상관없이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과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꿨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 4인(전원책·강성주·이진곤·전주혜)은 ‘당원·당직자·당협위원장·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밝힌 핵심 내용이다.

침몰 원인
새누리당

입장문의 제목은 고언이었지만, 내용은 질책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화살은 2012년 비대위를 향해있다. 당시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2012년 이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은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었다. 이명박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지지율 7.4%까지 추락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009년 재보궐선거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설상가상 한나라당은 친이(친 이명박)계와 친박(친 박근혜)계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0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전격 회동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이후 권력의 추가 친박계에 쏠리면서 친이계에 대한 친박계의 공천학살이 일어났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관이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서 선관위를 디도스로 공격한 사건이 발생하자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2012년 2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상징색을 파랑색서 빨강색으로 바꿨다.

잠복기에 들어갔던 친이 대 친박의 갈등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폭발했다. 2016년 12월 친이계 중심의 비박(비 박근혜)계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출범했다. 2017년 2월 새누리당은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2017년 3월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파면으로 명목상 여당 지위를 잃었다.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 4인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한 후 당 내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4인은 기존의 한국당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다”며 “한국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원로 정치인부터 모사까지 지금 한국당을 회복 불가능한 중환자로 여긴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연 한국당은 보수주의, 자유주의에 복무했나. 자유와 책임, 도덕성에 충실했나.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이냐”고 지적한 뒤 “한국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 두 분을 감옥에 보내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속 의원 몇 분이 법정에 가봤느냐. 왜 다들 피했을까. 친이, 친박 할 것 없이 처참한 보수궤멸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권력자에 대한 계파의 충성경쟁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왜 그때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느냐”며 “명망가 정치, 보스정치에 매몰돼 당내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충성경쟁을 벌일 때 한국당은 무너졌다. 권력을 재창출한 뒤에는 대통령 눈치를 보거나 아부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도 뒤편에선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탓했다. 절대권력이 무너지면 그를 공격하는 세력에 동조하기에 급급했다”고 날을 세웠다. 

외부위원 4인은 “새로운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하자”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 저격
비박 영입·친박 설득 동시에

조강특위 외부위원 4인이 한국당의 침몰시기로 2012년 비대위를 지목한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의 혁신 좌표를 2012년 이전으로 설정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나라당 시절로의 회귀를 뜻한다.

한국당 비대위가 연일 ‘보수대통합’을 부르짖는 일도 한나라당으로의 회귀와 맥을 같이 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바른미래당에 잇단 구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 위원은 조강특위 출범 당일인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다른 정당) 일부 중진 의원에게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곧 일정을 잡겠다”며 보수 단일대오 작업에 착수했음을 알렸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비대위의 역할은 내적으로 혁신, 외적으로 보수대통합이다. 조강특위가 출범했으니 이제 보수대통합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며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는 대의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하자는 제안을 하겠다”고 전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비박에게 구애를 펼치는 동시에 친박도 아우르는 작업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부정하는 태극기부대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일이 대표적이다. 

전 위원은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서 태극기부대를 보수 통합 대상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그분들(태극기부대)을 흔히 말해 극우라고 하는데 극우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룹”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세력을 앞으로 보수 세력에서 제외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도 지난 1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태극기부대와) 무슨 통합을 이야기하는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묶고 연결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며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를 통합해나가야지 ‘누구랑 이야기를 못 한다’ 이렇게 선 그을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계파주의
작심 저격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호도 잊지 않았다. 변호사인 전 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 재판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재판부를 비난한 뒤 “하루 10시간씩, 일주일에 나흘씩 하는 재판에 친박, 비박 중 누가 가봤느냐. 전부 다 피해갔다. 본인에게 오물이 튈까, 따가운 시선이 꽂힐까 싶어서 피해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박, 친박에게 담론을 제시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전 위원은 김 비대위원장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박근혜정권에 대한 평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적청산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전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며 “유승민 의원이 떨어져 나가고 바른미래당이 생기고 김무성 의원이 떨어져 나갔다가 돌아오고 이런 현상도 모두 박근혜 관련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친박계, 비박계의 상호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누가 ‘칼질’을 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런 과정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서 박 전 대통령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당의 최대 주주였다. 한국당에는 아직도 친박계 인사들이 많다.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무죄’와 ‘석방’을 주장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려왔다. 김 위원장 역시 탄핵에 대해 “당 안에서 의견이 아주 많이 갈린다. 그 상처가 아직도 상당히 깊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해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면 당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겠다”며 대법원 선고 후로 입장 정리를 미뤘다.


끝장토론 제안에 당 내 반응은 엇갈린다.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찬성하는 의견이 공존한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전 위원의 아이디어인 만큼 앞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끝장토론 제안
박통 파헤치자

박근혜정권 경제정책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혁신을 이끄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친박, 비박 모두에게 어필했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 불리는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해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전 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한국당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조강특위의 주장에 대해 “비대위 차원의 해석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해석 중 하나일 수 있다”며 “(보수 위기는)역사의 큰 흐름을 놓쳤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계파를 초월한 인재영입도 한나라당으로의 회귀를 증명한다. 한국당 비대위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급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 오 전 시장은 친이계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 분 한 분 다 보면 소중한 분들이고 나름대로 저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경륜을 쌓아온 분들”이라며 “단점을 봐서 쳐내기에 앞서서 그분들의 장점을 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영입 방침을 밝혔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대 행정대학원 특강이 표면상 이유였지만, 원 지사를 만나 보수통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원 지사는 1999년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줄곧 개혁 소장파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범보수 인사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서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한 후 국민의당과 합당한 바른미래당 소속이었지만, 지방선거 당시 다시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황교안·오세훈·원희룡 접촉
바른미래 11인도 한국당으로?

원 지사는 김 비대위원장과의 회동에 앞서 입장문을 통해 이번 회동 목적이 한국당 입당이나 보수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소속 도지사로 도민에게 이미 약속했듯이 중앙정치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오로지 도정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들 대선주자급 인사들에 대한 영입이 성사될 경우 과거 이회창 전 총재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이뤘던 한나라당과 비견될만하다. 한국당 내에서는 지난 2000년 때 이 전 총재가 이끈 인재 영입이 역대 보수정당 인재 영입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는 평가가 있다. 

현재 보수 성향의 중진 의원 중 이때 영입된 인사들이 다수다. 대표적으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2000년 2월 이 전 총재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김 비대위원장의 인재 영입은 2000년 당시 이 전 총재의 성과를 재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한국당 비대위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 내부에서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손님이 주인을 내쫓고 안방을 차지하려 한다” 등의 비유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외부서의 평가는 더욱 박하다. 특히 한국당 비대위가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한 바른미래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전 위원의 보수대통합 발언들에 대해 지난 12일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는 없어져야 할 정당이다. 결국 수구·보수로 한 쪽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지난 15일에는 “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수구·보수로 가라”고 날을 세웠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태극기부대는 (헌법기관인)헌법재판소를 해체하라고 했던 집단”이라며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극우대통합”이라고 가세했다.

대선주자급
접촉 시도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한국당을 비난한 데는 실질적인 당내 동요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바른미래당 의원 30명 중 바른정당 출신과 일부 국민의당 출신을 포함한 6∼7명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추진과 관련 지난 17일 “바른미래당서 11명이 자유한국당으로 간다는 얘기가 여의도 바닥에 쫙 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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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