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국정감사 중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을 요약해본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공세를 시작한다. 이 총리가 유럽 순방 중 가진 기자간담회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지하실서 차떼기 하고, 고속도로서 수백억원을 들여온 정당 아니냐. 그런 정당을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정면 비난했다.
이에 안 의원이 “흠 없는 정당이 없는데 작은 부분으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느냐”고 반격하자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다수의 위력으로 다른 의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면서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았느냐. 그게 어떻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또 자신이 유럽순방 기자간담회서 “조선·동아는 더 이상 까불지 말라” “조선·동아는 역사의 반역자”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평소 느끼던 소회를 말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동 상황을 접했을 때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뱉어놓고 또 그에 대한 지적에 대해 거침없이 반격하는 모습에 심지어 육두문자까지 들먹였었다. 또 그런 저급한 인간을 국무총리에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심한 실망감을 지녔었다.
그런데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이해찬의 막말이 다시 세간에 화제 되고 있다. 최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방북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북측 정치인들과 만난 자리서 뱉어낸 말이다.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면 또 (남북국회회담을)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도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든 인간인지 알 수 없다. 아니, 머리는 고사하고 입만 살아 있는 인간에 불과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먼저 정권을 빼앗긴다는 대목에 대해서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란 사회서 권력이 누구로부터 나오는지 알고 있지 못한 듯 보인다. 대한민국서 권력은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권력을 빼앗기다니. 도대체 이 무슨 말인가.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민이 문재인정권의 권력을 빼앗는 형국이 된다. 그런데 국민이 권력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 무슨 궤변인가. 결국 이는 전혀 사고하지 않는 이 대표의 무지서 나온 막말에 불과하다.
다음은 권력이 바뀌면 남북국회회담을 못하게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부분이다. 이를 살피면 남북국회회담이 더불어민주당, 즉 문 정권의 전유물로 착각한 듯 보인다. 이 정도면 건망증도 중증에 가깝다 아니할 수 없다.
남북국회회담의 시작은 전두환정권 시절인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남북간 전체회의는 의제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예비회담은 이어졌고 이후로도 남북국회회담은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동 회담을 못한다고 확단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해찬은 어떤 사안에 대해 머리가 아닌 입을 앞세운다 평할 수 있다. 그런 의미서 홍준표와 도찐개찐(도긴개긴)이라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