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독려하는 ‘상왕’의 진짜 속내 전격해부

아우야! 이 형이 멍석 깔아줄 테니 걱정 말그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놓고 여야 간 극명한 입장차로 대치가 장기화될 전망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처리는 하지 않겠다’며 지난해 ‘총선 불출마’를 약속한 의원들의 날치기 처리를 심판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FTA 비준안 처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샅바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왕’ 이상득의 진짜 속내를 들춰봤다.

FTA 비준안 처리 강행, BBK 의혹 덮기
미국과 모종의 ‘딜’ 있었나? 의혹 더해져


최대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가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취소된 국회 본회의는 오는 10일과 24일 열릴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은 다음날인 4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FTA 비준안 처리는
BBK 의혹 덮기용?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여야가 힘겨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직접 독려하고 나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해 12월8일 한나라당이 2011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도 전면에 나서 의원들을 독려한 바 있어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한미FTA 비준안을 기습 상정한 뒤 전체회의가 열리는 중에 “우리가 (강행처리를) 못해서 이러는 줄 알아. 왜 이래”라며 회의장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 전 부의장은 회의가 정회된 직후 남 위원장이 자리를 못 찾자 “위원장 앉아 있어라”고 말했고 정회 동안 회의장에 앉아 “날치기가 아니라 얼치기다. 너무 느리다”고 했다.

남 위원장이 오후 5시30분쯤 “6시까지 상황이 없다. 그러나 자리는 뜨지 않겠다”고 하자, 이 전 부의장은 “12시까지 해보자고”라고 말하며 자리를 지켜 강행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이 전 부의장은 남 위원장과 여러 차례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부의장이 한미 FTA 비준안의 강행처리를 막후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기 말에 접어들며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BBK 의혹이 재조명 되는 시점에 동생을 위해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FTA 비준안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요체다.

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생과 운명공동체인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잖다. 그간 MB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군림하며 ‘상왕’으로 불렸던 이 전 부의장은 ‘형님예산’과 각종 이권다툼에서 배후자로 숱하게 지목돼왔었기 때문이다.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도 “BBK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본다”며 “자신의 개인적 안전을 담보로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 전 대표는 지난 1일 오후 한 인터넷방송에서 “한미FTA는 부자들, 재벌들에게 좋은 제도임엔 틀림없다, 부자를 아주 사랑하면서 서민드립을 치는 MB에게는 빨리 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모가지를 걸면서까지 해야 될 일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꼭 통과시켜서 내년에 하겠다는 배경에는 BBK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FTA와 송금수사를 trade했군요. 그럼 FTA를 막으면 미국이 열 받아서 송금수사 결과를 까겠네요”라고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FTA와 BBK의 연관성을 주장한 것이다.


궁지 몰린 동생에
보내는 ‘형님 선물’


또한 이 전 부의장이 지난 2일과 3일 빠른 시간 안에 강행처리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동생을 위한 선물을 보내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 됐다.

내용은 이렇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틀간의 공식 일정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동을 가질 것으로 예정됐으나 FTA 비준안 처리가 미뤄지자 회동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야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한 재논의 약속을 받아오라’는 압박에 따른 것으로도 여겨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회담 일정이 없고 비공식적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ISD 문제 재논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재논의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비준안 처리를 하지 못하니 볼 명분이 없어진 것이냐’고 비난했다.

형님예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배 증폭
MB와 ‘공동운명체’ 동생 뒷수습 안간힘


서 전 대표도 “미국 검찰이 BBK 수사를 했다, 그런데 원래 수사 결과가 2011년 7월8일 발표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가 됐다”며 “그리고 MB는 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오바마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힐난했다.
 
이어 “점잖은 양반들끼리 만나서 공개적으로야 한미경제 우호 어쩌고 했겠지만 뒷구멍에서는 오바마가 ‘빨리 우리 좋은 대로 안 해주면 BBK 수사 결과 발표해버릴 거야’라고 했을 수 있다”며 “미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MB는 완전히 맛이 가는 것”이라고 그 파장을 전망했다.

서 전 대표는 “수사한 결과를 밝히게 되면 왜 그 돈이 다스로 갔느냐를 밝혀야 한다”며 “만약 140억 소유주가 MB라는 게 연결되면 그야말로 ‘하야’ 수순으로 갈수도 있는 폭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걸 묶기 위해 재빨리 한미FTA로 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

이어 그는 “그래서 저자세의 한미FTA가 이뤄졌고 12월 4일 오바마를 다시 만나러 가기 전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에 온갖 오더를 내려놓고 외국으로 간 것”이라며 “절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보장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의 안위를 갖고 장난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전 부의장이 FTA 비준안 상정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내년도 예산안 상정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 된다.
 
특히 내년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간 예산 책정을 놓고 격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의 내년 예산을 올해(3414억)보다 두 배 가까이(6700억 원 이상) 늘렸다는 의혹을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어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해 날치기로 2배 가까이 예산을 증폭시킨 바 있어 이번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짧은 기간 두 번의 날치기는 아무리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해 온 상왕이라 하더라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의 핵심은 20조원에 달하는 한미FTA 피해보전대책이어서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예결위가 무산되거나, 열리더라도 FTA 비준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선 손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장기간 국회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도 ‘형님예산’
두 배 증폭 의혹


당초 이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FTA는 물론 국방개혁과 각종 민생현안들을 일괄 처리, 사실상 국정 현안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FTA가 출발선상에서부터 삐걱거리면서 국방개혁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감기약 슈퍼판매 등 그동안 공들여온 국정 현안과 각종 민생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더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동생의 레임덕을 막아 줌은 물론, BBK 의혹을 덮고 자신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이 전 부의장이 FTA 비준안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상황이 이 전 부의장의 바람대로 이루어질지는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야당은 물론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의장은 대통령의 친형에다 6선을 지낸 중진의원으로서 국민들을 위한 책임있는 정치를 하라는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들어야 할 시기임에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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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